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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심해로의여행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3-08-06
    방문 : 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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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4983
    작성자 : 심해로의여행
    추천 : 14
    조회수 : 1153
    IP : 121.184.***.91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08/06 14:58:03
    http://todayhumor.com/?panic_54983 모바일
    [펌] 안개10 END
    <div>출처 (다음카페=하드론님)</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div> <div>박형사는 백사가 준 휴대폰으로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했다.</div> <div>얼마 후 사고현장에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도착하였다.</div> <div>시신을 수습하는 그들의 표정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div> <div>사고 수습을 하러 나온 경찰들이 박형사를 알아보고 우리에게 얼굴과 손을 닦을 수건을 건넸다.</div> <div>한참 얼굴을 문지르고 있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 />"한 두가지 모진 일을 겪은게 아니구만...얼굴들이 많이 상했어."</div> <div><br />자신을 법사라고 불러달라던 무당이었다.</div> <div><br />"아니...형님! 여긴 어떻게 알고?"</div> <div><br />"너, 몇 시간동안 실종되었다며? </div> <div>니네 서에서 나한테까지 전화질이더라...</div> <div>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div> <div>서에 들렀다가 여기 현장에 있다길래 와 봤어.."</div> <div><br />무당은 박형사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나에게 시선을 맞추었다.</div> <div><br />"어이쿠..이 젊은 친구는 아예 순사가 되셨나 보네."</div> <div><br />나는 대답을 거부한 채 시선을 돌렸다.</div> <div><br />"형님..혹시 조금 전의 사고 난 시체 봤어요?"</div> <div><br />"그래..."</div> <div><br />"어떻게 생각해요?"</div> <div><br />"어떻게 생각하긴?</div> <div>죽은 영혼이 자신의 몸을 떠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붙들려 다닌거지. </div> <div>한 맺힌 원혼이 그를 붙잡아두고 있었겠지...</div> <div>이제 그 원한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 같군.</div> <div>자신의 몸이 썩어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았을거야."</div> <div><br />"우와 완전히 좀비네요. 좀비...."</div> <div><br />그제서야 나는 입을 열었다.</div> <div>그 때 멀리서 경광등을 밝히고 형사기동대 차량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div> <div>그리고 포크레인 한대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div> <div><br />"저건 뭡니까? 형사님."</div> <div><br />"아까 백사가 그랬잖아. 정화조가 너무 얕다고...</div> <div>그래서 요청했어."</div> <div><br />"그럼, 박태수란 사람이 김나연이를 발견한 자리 아래에 묻혀 있단 말입니까?"</div> <div><br />"백사 말이 맞다면 그럴거야..."</div> <div><br />현장에 도착한 포크레인은 정화조 주변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div> <div>어느 정도 정화조의 밑동이 드러나자 포크레인의 거대한 삽이 정화조를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div> <div>엄청난 양의 토사와 함께 정화조를 채우고 있던 이물질들이 쏟아져 나왔다.</div> <div>그리고 그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div> <div>살점은 거의 붙어있지 않고 앙상하게 남은 뼈들이 서로 분리된채 쏟아져 나왔다.</div> <div>몇 개의 뼈들을 감싸고 있는 누더기같은 옷만이 그것이 사람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div> <div>여기저기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div> <div><br />"이런 세상에....."</div> <div><br />무당이 갑자기 긴 탄식을 내뱉았다.</div> <div><br />"왜요? 아저씨?"</div> <div><br />"네가 자네 손을 잡았을 때 느꼈던 기운이 저 시체에서 쏟아져 나오는구만."</div> <div><br />무당은 두 손을 합장한 채 염불같은 주문을 외우며 그의 명복을 기렸다.</div> <div>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div> <div><br />"저 뼈들이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었단 말입니까?"</div> <div><br />박형사는 옆의 경찰에게 담배 하나를 얻은 후 조용히 그것을 입에 물었다.</div> <div>미간을 찌푸리며 연신 담배를 빨고 있는 박형사의 모습은 사건을 해결한 후의 형사의 모습이라기보다는 </div> <div>또 다른 사건에 직면하여 고민하는 형사의 모습이었다.</div> <div><br />"무슨 고민거리 있으세요?"</div> <div><br />나의 물음에 박형사는 긴 연기를 내뿜으며 대답했다.</div> <div><br />"산 속에 묻었다는 김나연이 시체는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div> <div><br />포크레인이 임무를 마치자 철수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div> <div>포크레인이 물러난 그 자리에는 구급대원들이 채워졌다.</div> <div>그 때 박형사가 굉음을 내며 떠나려는 포크레인을 잡아세웠다.</div> <div>그리고 큰소리로 물었다.</div> <div><br />"아저씨!! 구청에서 나왔죠?"</div> <div><br />40대로 보이는 포크레인 기사는 박형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지 시동을 끄고 물었다.</div> <div><br />"왜요?"</div> <div><br />"아저씨 이 정화조 공사 한 적 있어요?"</div> <div><br />"예전에 이거 만들 때 했었소."</div> <div><br />"이 정화조 용도가 뭐예요?"</div> <div><br />"예전에 주변에 길 건너편에 작은 상가가 있어서 폐수정화로 사용되었던건데, 지금은 폐쇄되어서 그냥 방치되어있는거요.</div> <div>정화조와 연결된 하수로는 그냥 빗물 수로로 사용되고 있소."</div> <div><br />"그 수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알아요?"</div> <div><br />"잘은 모르는데....아마..."</div> <div><br />기사는 300미터 이상 떨어진 길 건너편 야산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div> <div><br />"저 산의 토사유출을 막기 위해서 작은 수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서 모아진 물이 이 곳으로 유입될거요."</div> <div><br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박형사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div> <div><br />"젠장....떠내려온거군....</div> <div>큰 비 때문에 토사가 유출되면서 수로로 들어간거야."</div> <div><br />옆에서 듣고 있던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div> <div>백사가 말한 가까운 산이란 눈 앞에 보이는 그 곳 밖에 없었다.</div> <div>지름이 1미터 정도 밖에 안돼 보이는 수로를 통해 무려 300미터 이상을 떠내려오다니......</div> <div>김나연의 시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저 수로 속에서 보냈던 것일까?</div> <div>게다가 그 수로는 윗부분이 살짝 노출된 채 인근 아파트에서 만든 작은 체육공원을 지나고 있었다.</div> <div>밤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물에 불은 그 시체를 밑에 두고 여가를 즐겼다는 것 아닌가?</div> <div>생각만 해도 스름이 끼쳤다.</div> <div><br />"그런데 소름끼치는 저 시체는 뭐요?"</div> <div><br />포크레인 기사가 박형사에게 물었다.</div> <div><br />"수백미터 떨어져 잠들어있는 사랑하는 여인을 여기까지 불러낸 남자랍니다."</div> <div><br />박형사의 엉뚱한 대답에 기사는 잠시 눈썹을 치켜 올리고는 이내 자리를 떴다.</div> <div><br />이제 모든 것이 끝난 것인가? </div> <div>안도감과 함게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div> <div>두통까지 밀려와 현기증이 느껴졌다.<br /></div> <div>그 때 시신 수습을 하고 있는 구급대원들이 눈에 들어왔다.</div> <div>그런데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div> <div>넘어진 정화조 뒤쪽으로 깊은 어둠을 간직하고 있는 수로가 보였다.</div> <div>왠지 모를 이유로 나는 그곳으로 다가서고 있었다.</div> <div>오로지 어둠뿐이었다.</div> <div>그리고 내 발앞으로 떨어지는 작은 물줄기....</div> <div>잠시 후 그 어둠 속에서 나타난 하얀 형상...</div> <div>뱀처럼 꿈틀대며 그것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div> <div>그것도 아주 천천히....마치 살아있는 뱀처럼....</div> <div><br />"스르르르륵....스르르르륵....."</div> <div><br />허리까지 늘어진 검은 머리, 나를 향해 바라보고 있는 그 하얀 얼굴.....</div> <div>팔다리를 모으고, 엎드린 자세로 머리만 처든 채 김나연이 헤엄쳐오고 있었다.</div> <div></div> <div><br />"아~~~~~~악!!!"</div> <div></div> <div>비명소리와 함게 나는 상반신을 일으켰다.</div> <div><br />"성태야!! 정신 차려!!"</div> <div><br />아버지였다. </div> <div>꿈이었다.</div> <div><br />"아버지!! 보고 싶었어요!!"</div> <div><br />나는 와락 아버지를 끌어 안았다.</div> <div>뜬금없는 나의 행동에도 아버지는 내 몸을 밀어내지 않고 꼭 안아 주었다.</div> <div>그리고 너무나도 그리웠던 아버지의 말투가 이어졌다.</div> <div><br />"개놈의 자식..."</div> <div><br />나는 한동안 아버지를 꼭 끌어 안고 눈물을 쏟아냈다.</div> <div>아버지 또한 내 어깨 너머에서 흐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div> <div>잠시 후 감정을 추스린 나는 아버지에게 지금 이곳에 있게 된 경위를 물었다.</div> <div><br />"이놈아..어제 밤 사건 현장에서 니가 갑자기 쓰러졌댄다.</div> <div>너 도대체 뭔 일을 저질렀길래 사람 죽은 곳만 따라다니는거냐?"</div> <div><br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div> <div>얘기 하기에는 너무나도 길었고, 한다고 해도 아버지가 믿어줄리가 없기 때문이다.</div> <div>잠시 후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다.</div> <div><br />"깨어나셨네요. 김성태씨..."</div> <div><br />"네.."</div> <div><br />"퇴원하셔도 되구요. 그리고 아까 박정우 형사라는 분이 김성태씨 잠들어 계실 때 오셨다가 메모만 남기고 가셨어요."</div> <div><br />나는 간호사가 내민 쪽지를 받아들어 펼쳐 보았다.</div> <div><br />-퇴원하면 잠깐 경찰서에 들렀다 가라-</div> <div><br />나는 퇴원 수속을 마치고 경찰서로 향했다.</div> <div>몇 시간을 병원에서 잠들어 있었던건지 벌써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기울어있었다.</div> <div>이번 사건이 초대형 사건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div> <div>경찰서 주변은 몰려든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div> <div>나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정문을 지키고 있는 의경에게 신분을 밝혔다.</div> <div><br />"박정우 형사님께 김성태가 왔다고 말씀드려 주세요."</div> <div><br />의경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나를 경찰서 안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div> <div>만신창이가 된 서로 얼굴을 마주하자 우리는 잠시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인사를 나눴다.</div> <div>박형사는 취조실 같은 밀폐된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div> <div>거기에는 무당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div> <div><br />"안녕하신가? 젊은 친구."</div> <div><br />무당이 손을 들어 나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div> <div>나는 수그러드는 말투로 화답했다.</div> <div><br />"네.." <br /></div> <div>박형사는 노트북이 놓여진 취조실 탁자 앞에 앉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div> <div><br />"이거 니꺼지? 증거품 속에 들어있던건데.."</div> <div><br />내 휴대폰이었다.</div> <div>그는 나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면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렸다.</div> <div><br />"바탕화면에 이쁜 여자 사진이나 깔아놓지, 니얼굴을 박아놨냐?"</div> <div><br />"훗...제가 떨군 휴대폰 보고 반해서 찾아온 여자도 있어요."</div> <div><br />"대단하군..."</div> <div><br />"여기 들어있는 증거 동영상 봤어요?"</div> <div><br />"이미 다 다운 받아놨어."</div> <div><br />이리저리 노트북을 만지작거리던 박형사가 말을 이었다.</div> <div><br />"그리고.....성태야....너 이것 좀 볼래?"</div> <div><br />박형사가 무슨 동영상같은 것을 하나 재생시키더니 노트북 화면을 나에게 갖다 대었다.</div> <div><br />"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 CCTV에 잡힌 화면이야. </div> <div>이번 사건 때문에 조사하다가 형사계에서 입수한 건데 너무 멀어서 잘 안보이지만 여기에 니가 사고 난 장면이 찍혀있어."</div> <div><br />나를 화면에 얼굴을 들이밀며 멀리 보이는 대로를 주시했다.</div> <div><br />"새벽이라 차가 거의 없어. 그런데 지금 잘 봐봐."</div> <div><br />박형사가 갑자기 화면을 정지시켰다. </div> <div><br />"이거 니차 아냐? 테두리에 네온등하고, 반사등 붙였잖아."</div> <div><br />난 내눈을 의심해야 했다.</div> <div>내가 사고 난 지점의 반대 차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div> <div>박형사는 이어서 재생버튼을 눌렀다.</div> <div>20여초가 지났을까?</div> <div>반대편 차선에 다시 내 차가 나타났다.</div> <div>그리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div> <div>그 다음에 이어지는 희한한 광경에 나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div> <div><br />동영상이 끝나자 박형사는 노트북을 접었다.</div> <div><br />"술이나 한 잔하러 갈래?"</div> <div><br />"사건조사 하셔야 할 분이 뭔 술이요?"</div> <div><br />"서에서도 오늘 쉬라고 했다. 다른 형사들이 조사할거야."</div> <div><br />옆에 서 있던 무당이 거들었다.</div> <div><br />"동동주에 파전 한번 땡길까? 박형사?"</div> <div></div> <div><br />실내 포장마차에 들어선 그간의 사건을 안주삼아 우리는 신나게 술을 들이켰다.</div> <div>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술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div> <div><br />"아저씨는 왜 무당이 되었어요? 딸꾹"</div> <div><br />건하게 취해서 혀꼬이는 나의 발음에 무당이 대답했다.</div> <div><br />"법사라고 부르라니까 쟈식아!!"</div> <div><br />"그러니까...법사님... 왜 무당이 되었냐구요? 꺽..."</div> <div><br />"허허...그래도 무당이라네. 몹쓸 놈..</div> <div>고등학교 때부터 이유없이 몸이 아파서 신내림 받은거야."</div> <div><br />"에이..맞네..무당..."</div> <div><br />"야 임마.... 난 무당처럼 굿하고, 작두타는 게 아니라 염불외는 법사라구."</div> <div><br />"그럼 염불외는 무당이네....딸꾹.."</div> <div><br />"허허허...내가 포기했다. 그나저나 니가 내 제자로 들어오면 뭔가 제대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div> <div><br />"어휴....아저씨..전 이젠 귀신이라면 치가 떨립니다. 말도 꺼내지 마세요."</div> <div><br />"썩을 놈...."</div> <div><br />무당 아저씨는 비아냥거리는 듯한 눈빛을 보내더니 동동주를 한 사발 들이켰다.</div> <div><br />박형사는 술이 센 것 같았다.</div> <div>조금도 흐트러짐없이 바른 자세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div> <div><br />"성태, 너는 하는 일이 뭐냐? 그냥 노는 것 같던데..."</div> <div><br />박형사의 물음에 나는 입꼬리을 한 번 치켜올리며 대답했다.</div> <div><br />"여자나 밝히고, 술이나 밝히고...몹쓸 짓도 많이 하고...그렇게 사는 놈입니다."</div> <div><br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늙어 죽을 때까지?"</div> <div><br />"저도 이젠 이 생활 청산하고 싶습니다. 아버지 뵐 면목도 없구요..."</div> <div><br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다."</div> <div><br />박형사는 조용히 술 한잔을 들이켰다.</div> <div><br />"이봐...젊은 친구..남자가 살면서 조심해야 될 세 가지가 있어."</div> <div><br />무당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div> <div><br />"뭐요?" </div> <div><br />"혀끝, 손끝, 고추끝..."</div> <div><br />"뭔 말이예요?"</div> <div><br />"혀끝은 술조심하라는 소리고, 손끝은 도박조심하라는 소리고, 고추끝은 뭔지 알지?"</div> <div><br />무당은 능글스런 웃음을 지으며 나의 답변을 기다렸다.</div> <div>나는 빠딱한 자세로 반쯤 감긴 눈을 치켜들며 답했다.</div> <div><br />"포경수술 조심하라구요?"</div> <div><br />"에라이...썩을 놈."</div> <div><br />무당은 능글스런 웃음을 지우고 다시 한번 술을 들이켰다.</div> <div>나의 대답에 박형사가 한바탕 웃음을 쏟아냈다.</div> <div>이 때 포장마차 안에 있던 TV에서 귀에 익은 내용의 뉴스가 흘러나왔다.</div> <div><br />"오늘의 첫 뉴스입니다.</div> <div>ㅇㅇㅇ동 스탠드바와 관련된 소식이 속속 들어오고 있습니다.</div> <div>사회 상류층이 연루된 최악의 섹스스캔들 사건으로 전국이 시끄럽습니다.</div> <div>대기업 임원, 병원장, 심지어 시의원까지 연루되어 있는 이번 스캔들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div> <div>특히 경찰과 검찰은 ㅇㅇ병원 원장 최모씨를 살인교사 혐의와 마약류 관리법 위반혐의로 긴급체포하고 기소할 방침입니다.</div> <div>또한 스탠드바 대표이사와 운영에 가담한 조직원들에 대해서는 청부살인과 마약류 유통에 관한 혐의를 조사중입니다.</div> <div>한편 서울시는 ㅇㅇ동 스탠드바의 사업자등록을 말소시키고, 대표이사인 이모씨를 탈세혐의로 경찰에 추가로 고발할 예정입니다.</div> <div>경찰과 검찰은 오늘 오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합동 수사반을 구성하고....."</div> <div></div> <div>"우리가 뭔가 하긴 했네요."</div> <div>"그래. 엄청난 일을 한거야."</div> <div><br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박형사와 나는 대화를 나누었다.</div> <div>우리는 술자리를 끝내고 길거리로 나섰다.</div> <div>취기가 한참 올라온 나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비틀거렸다.</div> <div>박형사는 내 손을 한번 굳게 쥐더니 작별인사를 건넸다.</div> <div><br />"잘 지내고, 다시는 경찰서에서 만나는 일 없길 바란다."</div> <div><br />"형사님도 잘 지내세요. 딸꾹.....딸내미 이쁘게 키우시구요...</div> <div>그리고 나 같은 남자친구 만나지 않기를 바래요.."</div> <div><br />"허허.....그래야지"</div> <div><br />내 몸은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정신만은 멀쩡했다.</div> <div><br />"이봐, 젊은 친구. 다시 한번 생각해 줄 수 없나? 나하고 일하는거..."</div> <div><br />무당의 집요함은 여전했다.</div> <div><br />"무당 아저씨....아니 법사니....이임!!! 나중에 귀신 나타나면 찾아갈테니 부적 하나 잘 써주세요. </div> <div>그거 효과 있던데요. 딸꾹...."</div> <div><br />"에라이...썩을 놈. 잘 가라 이 놈아!!"</div> <div><br />나는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마치고 차를 기다렸다.</div> <div>오늘은 이 몸으로 버스를 탔다가는 민폐를 끼치는 것이다.</div> <div>저 멀리서 택시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였고, 나는 손을 흔들었다.</div> <div>뒷좌석에 기댄 나는 몸을 최대한 눕혔다.</div> <div><br />"어디로 모실까요?"</div> <div><br />"ㅇㅇ동, 오피스텔이요...."</div> <div><br />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div> <div>아버지가 보고 싶었던 거다. 오늘은 아버지 집에서 자고 싶었다.</div> <div><br />"아저씨....거기 말고, ㅇㅇ동 ㅇㅇ아파트로 가주세요."</div> <div><br />"네. 안전하게 모십죠..."</div> <div><br />지금 이 순간 몸은 말을 잘 듣지 않았지만 아직도 내가 정신은 멀쩡하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div> <div>택시기사의 목소리가 너무 익숙하게 들렸기 때문이다.</div> <div><br />"아저씨...나 알죠?"</div> <div><br />룸미러를 통해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 하였으나 그가 보이지 않았다.</div> <div><br />"고맙소. 젊은이....오늘 요금 뿐만 아니라 그 전에 빚진 27000원도 받지 않으리다."</div> <div><br />나는 순간 가슴이 미어져 왔다.</div> <div>택시 안에 안개같은 것이 자욱했다.</div> <div>몇 번이나 눈을 비벼댔지만 소용이 없었다.</div> <div><br />그리고 노트북에서 보았던 동영상이 떠올랐다.</div> <div>그 영상 속에서 사고 후 나는 택시를 타지 않았다. </div> <div>그냥 내 발로 대로를 건너 수킬로미터 떨어진 병원으로 향했던 것이다.</div> <div>내가 타고 갔던 이 택시는 가짜였던 것이다.</div> <div>온 몸에 거부감이 몰려올만도 했지만 나는 이내 편안한 감정을 되찾았다.</div> <div>그의 의미심장한 감사의 표시 때문이었다.</div> <div>나는 최대한 편안한 감정을 유지하고, 너무나 궁금했던 것을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div> <div><br />"아저씨....나연이 아버지죠?"</div> <div><br />"허허...알아차렸구랴...정말로 고맙네. 젊은이....자네 덕에 오늘이 나의 마지막 운행이 되겠구려..."</div> <div><br />"아저씨....저 지금 걷고 있는거잖아요. 귀신차에 타서......안 그래요?"</div> <div><br />"걱정 말게 젊은이. 자네가 다치지 않도록 잘 데려다 주겠네. 그냥 푹 쉬게"</div> <div><br />지금 이 순간 나는 택시를 타고 있지만, 어쩌면 내가 위험하게 대로의 한 복판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div> <div>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건 지금 나는 너무나도 편안하고, 그 때처럼 졸음이 쏟아진다는 것이다.</div> <div><br />"아저씨...딸내미 얘기나 해 줘요..."</div> <div><br />"우리 나연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너무 이쁜 딸이었다오..</div> <div>어려서 엄마가 사고로 죽고, 나와 같이 살았는데 정말 힘들었지만 예쁘게 잘 커주었다네...</div> <div>어려서부터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깨도 주물러 주고, 재롱도 떨고, 심지어 밥도 차려주고...."</div> <div><br />기사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연신 딸자랑에 여념이 없었다.</div> <div>편안하게 자세를 취한 나는 기사의 얘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div> <div>그런데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다.</div> <div>박형사에게 하지 않은 한 가지 이야기 때문이었다.</div> <div>동영상에는 사고 직후 나이트에서 꼬신 여자가 내리는 모습이 없었다.</div> <div>그런데 그 여자 얼굴이 기억이 안난다.</div> <div>그냥 나이트에서 꼬신 여자라는 기억 뿐......</div> <div>내가 그 날 나이트에 가기라도 한 걸까?</div> <div>원래 난 나이트에서 그렇게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지 않는데?</div> <div>그리고 내가 왜 반대편 차선을 달리다가 돌아온 거지?</div> <div><br />이 때 문자음이 울렸다.</div> <div><br />-오빠, 고마워 ^^-</div> <div><br />"후~~~"</div> <div>긴 한숨이 쏟아졌다.</div> <div>문자가 찍힌 액정화면을 수십 차례 만지작거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div> <div>그리고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기사에게 물었다.</div> <div><br />"아저씨.....따님 번호가 010-7649-xxxx번이예요?"</div> <div><br />나의 물음에 딸 자랑에 여념이 없던 기사가 말을 끊고 고개를 돌려 답했다.</div> <div><br />"우리 딸이 문자도 참 애교스럽게 보낸다오...."</div> <div><br />씨익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는 터져나오는 눈물 섞인 너털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div> <div>그리고 그 영혼의 택시는 신나게 도심 한가운데를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div> <div></div> <div></div> <div><br />-끝-</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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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6 16:07:18  211.234.***.100  UKilledKenny  447106
    [2] 2013/08/06 16:27:24  218.150.***.55  뾰뾰뿅  454664
    [3] 2013/08/06 18:07:27  117.111.***.109  ROYAL  165052
    [4] 2013/08/06 18:37:06  175.214.***.43  moirai  452560
    [5] 2013/08/06 19:34:26  175.223.***.18  코마싸싸코  261746
    [6] 2013/08/06 20:03:53  114.206.***.249  동네오빠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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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3/08/08 01:24:29  211.60.***.28  도잉도잉  157052
    [9] 2013/08/08 02:31:32  121.173.***.144  ㅇ(^오^)ㅇ  249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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