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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010
    작성자 : 다이나믹
    추천 : 18
    조회수 : 993
    IP : 123.248.***.232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0/01/20 23:00:33
    http://todayhumor.com/?panic_5010 모바일
    부자들만 걸리는병
    나는 어렸을적에 부자가 꿈이었다.

    나는 4살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할머니 밑에서 누나와 함께 자랐다.
    아버지는 건실한 중견기업에 다니셨지만 술을 좋아하셨고, 사고도 많이 치셨다.(여자문제)
    아버지는 지금으로 보면 큰키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또래들 세대로 보면 상당히 큰 키에
    얼굴도 잘생기셨다. 그래서 항상 여자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아버지는 IMF때 음주사고를 내서 한명이라도 더 내보낼려는 사회에서 바로 퇴출당했다.

    상당기간 어린마음에 마음졸이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아버지는 퇴직금까지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술을 마셨고,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얼마 전 돌아가셨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갔다가 바로 군에 자진입대를 하였다.

    군대에서 나는 참 적응을 잘했다. 어쩌면 어렸을때 부터 아버지한테 당하던 술 주정보다는 나았기 때문이었을것이다. 그리고 그녀석을 만났다.

    그녀석의 이름은 김주석이다. 우리부대에서는 그냥 그녀석을 석이라 불렀다.
    그녀석이 언제 우리부대에 전입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루는 샤워를 하기전에 땀을 내려고
    연병장 구보를 하고 있는데 처음보는 얼굴이 나를 앞질러 연병장을 뛰어서 그때부터 녀석을 알아차렸던것같다. 

    석이는 얼굴에는 핏기가 없는 하얀얼굴이었고, 귀가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엘프처럼 뾰족한게 특징이었다. 
    눈은 요즘에 나오는 꽃미남 스타일로 크고 동그랗고, 코는 오똑하니 미남형 이었다. 입술은 여자아이처럼
    작고 짙은 붉은빛을 띄었다.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연약한 귀공자 이미지였다.
    그런데 석이는 생긴것과는 다르게 운동을 좋아했다. 아니, 운동이라기 보다는 뛰는것을 좋아했다.
    틈만 나면 연병장을 뛰었고, 비가와서 연병장을 못뛰는 날이면 체력단련장에서 줄넘기를 했다.
    그런데 줄넘기를 하는 동작이 특이했다. 콩콩 뛰는 그 모습을 살펴보고 있으면 눈은 부리부리하게 뜨고
    있지만 팔과 다리가 부조화 스러웠다. 마치 점프만 계속하고 싶은데, 계속 점프만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까봐 마치 겉치레 식으로 줄넘기를 넘고 있는것 같았다.

    내 상병 정기휴가를 얼마 앞둔 어느 저녁 휴게실에서 나는 석이와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너는 뛰는게 좋냐?"
    평소에 꼭 다른세계에 와있는것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석이가 대답을했다.
    "뛰지 않으면 제가 죽을것 같아 뜁니다."
    "무슨소리냐? 뛰지않으면 죽을것 같다니. 너 어디 아파?"
    석이의 크고 동그란눈이 지그시 감기고 입술이 일자가 되었다. 하얀 얼굴은 더 하얗게 질려 버린것 같았다.
    "아. 아닙니다. 그냥 운동을 좋아합니다. 특히 뛰는것을요"

    그 후 나는 상병정기휴가를 갔다 왔고, 석이와 대화했던것을 잊고 있었다.

    내가 병장을 달고서 석이도 일병으로 진급을했다. 그리고 석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박 병장님 혹시 제가 지난번에 한말 기억하십니까? , 제가 왜 뛰는지?"
    "아.. 너 그때 운동 좋아한다고 했잖아, "
    "그전에 제가 죽을것 같아 뛴다고 했던것도 기억하십니까?
    "응, 기억 나는것 같다."
    나는 그때 놀라운 사실 같지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석이도 나처럼 어렸을적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다른점이 있다면 나는 할머니 밑에서 그리고 술좋아하는 돈없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본인은 있었는지 모르지만 누나와 나, 할머니에게 돌아오는것은 없었다.)
    석이는 굴지의 대기업 상무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석이의 환경은 부족한것이 없었지만, 석이의 아버지는
    대기업 간부답지 않게 검소했고, 석이도 사치를 좋아하는것 처럼 보이지않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단지 남자만 사는집에 일주일에 4번 도우미 아주머니가 다녀가는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석이의 아버지는 항상 밤에 런닝머신을 뛰었다. 어린 석이는 그런 아버지를 그저 운동이 좋아하고, 건강을
    생각하는 분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석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석이의 아버지는 방안에서 목을매 자살을 했다.
    자살한 방에는 런닝머신이 자동으로 틀어져 있었으며 그의 몸은 땀으로 흠뻑젖어있었고,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있었는데 그안에는 소변과 대변이 다리를 타고 내려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귀가 보통사람과는 다르게 뾰족하게 솟아오른것처럼 보였다.

    대기업 상무의 자살은 사회,경제적인 면에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매일매일 신문에 톱기사로 오를만큼 세간의 주목을 끌었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기대를 끌지는 못했나보다.

    내가 머릿속에 몇년전의 그 사건을 기억에 어렴풋이 떠올릴무렵 석이가 말했다.
    "아버지는 자살하신게 아니에요.. 그건 병에걸려 죽은 병사입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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