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class=entry(1760) name=U51055c68cf3cb></A>1999년 12월 자대 배치를 받고 막내생활을 시작했습니다.<BR>8월 군번이었지만 후반기 교육 때문에 자대를 늦게 갔습니다.<BR>물론 다른 운전병들도 마찬가지긴 하지만…….<BR><BR>내무실과 수송부에서 막내생활을 하고 있던 저는 석 달 먼저 온 선임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좀 까칠한 성격이었지만 저에게 무척이나 잘 대해줬었습니다. <SPAN style="COLOR: #8e8e8e">(A로 표기하겠습니다.)</SPAN><BR><BR>A는 청주에서 나름대로 부잣집 아들이었고 그 당시 빨간색 티뷰론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한 번씩 자신의 애마 사진을 보여주곤 했었습니다.<BR><BR>하지만 그런 A에게도 불행이 있었습니다. 바로 심장이 좋지 않다는 것. 제가 일병이 되기도 전에 그는 국군 수도통합병원으로 후송되어 갔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못했고,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에 아직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BR><BR>그러다 5월 달쯤 유격 가기 직전에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그 쯤 해서 저는 일주일간 유격훈련을 떠났는데, 유격훈련 마지막 날 오전 교육 중에 활차를 타기 위해 산을 뛰던 저는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미끄러지고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습니다.<BR><BR>그렇게 아픈 몸으로 기나긴 행군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을 때도 여전히 그는 의무과에 입실 중이었습니다. 저는 갈비뼈 아픈 것을 핑계로 일과시간에 의무과 가서 진통제 한대 맞고 A 선임하고 노는 것이 하루 중 대부분이었습니다.<BR><BR>그렇게 몇 달이 흘러 저는 상병을 달게 되었고 얼마 후 휴가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선임이 조만간 의가사 제대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냥 흘려 들었습니다. 짧은 휴가 기간에 정말로 가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데 제가 휴가를 간 사이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SPAN style="COLOR: #8e8e8e">(이하 내용은 A선임과 근무를 같이 했던 다른 선임의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SPAN><BR><BR>내무실로 돌아와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A선임이 새벽에 야간 근무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선임들이 많아서 어지간해서는 대우도 못 받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BR><BR>그러던 어느 날, A선임은 부사수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근무를 서는 도중 초소뒤쪽 철조망 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SPAN style="COLOR: #0900ff" class=q1>자세히 보니 사람형체를 한 희뿌연 것이 보였답니다.</SPAN>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답니다. 사수였던 B선임은 정말 겁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그쪽을 유심히 주시했고 초소로 다가오자 수하를 시작했습니다.<BR><BR>그러자 그 거수자는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수는 부사수인 A에게 초소를 맡기고 추격했답니다.<BR><BR>B선임은 잡으면 포상휴가를 간다고 좋아했답니다. 상대는 비무장 상태의 나이가 있어 보이는 어른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제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BR><BR>그렇게 한참을 쫓았는데 거리가 줄어들 것 같으면서도 줄지 않았답니다. 총을 들고 있어서 그런가 싶어 더 열심히 쫓았는데, <SPAN style="COLOR: #0900ff" class=q1>철조망 앞에 다다르자 그 거수자는 그냥 철조망을 통과해버렸습니다.</SPAN> 그때서야 그 선임은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초소를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뭔가를 느끼면서…….<BR><BR>초소에 도달했을 때 부사수 A는 그대로 있었답니다. 초소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모양입니다.<BR><BR>그렇게 기분 나쁜 근무를 끝내고 막사로 돌아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일직사관이 A선임에게 집에서 온 전화를 받으라는 것입니다. A는 아무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는데 그 전화는 <SPAN style="COLOR: #0900ff" class=q1>어젯밤에 A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화였습니다.</SPAN><BR><BR>사업이 기울어 힘들어 하시던 아버지께서 끝내 병으로 숨을 거두신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중대원들은 뭐라 위로의 말도 제대로 건네지도 못했습니다.<BR><BR>하지만 근무를 같이 섰던 B선임은 불현 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젯밤에 본 정체불명의 거수자. <SPAN style="COLOR: #0900ff" class=q1>그는 아마 자신의 아들을 보러온 A선임의 아버지였을 것입니다.</SPAN><BR><BR>자신이 후임의 아버지를 쫓아버렸다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해서 A선임이 제대할 때까지 휴가비로 쓰라고 돈도 주고 아침에 옷도 다려주고 했었답니다.<BR><BR>제가 휴가를 복귀하니 이미 A선임은 휴가를 나간 상태였고 복귀 후, 얼마 안 있다가 의병 제대를 했습니다.</P> <P> </P> <P>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소식을 알 수가 없습니다.<BR></P> <P> </P> <P> </P> <P> </P> <P>[투고] Kenneth님</P> <P>출처 - 잠.밤.기</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