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어머니 얘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73년도 결혼하시던 해의 이야기니까, 거의 40년 전쯤이 되네요. 아직 제 형이 태어나기 전이었다니까요.<BR><BR>외할아버지께선 어머니께서 결혼하시기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외할아버지 얘기를 많이 듣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맘이 따뜻하고 다정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제 외할머니는 상당히 여장부 같은 분이셨는데 외할아버지께서 외할머니께 고분고분 맞춰주면서 사셨다고 하네요.<BR><BR>어렸을 때까지 살던 예전 집은 당시로서는 꽤 잘진 마당이 넓은 집이었습니다. 작지만 정원도 있었고 마당엔 쇄석도 깔아놓고 했었던 기억이 선하네요. 집 대문은 마루를 기준으로 마당의 왼쪽 끝에 위치해있었죠. 대문을 나서면 작은 골목을 따라 뒷집을 갈수 있었습니다. 뒷집에 살던 준석이네 가족생각도 갑자기 나네요. 아 나중에 이 준석이네 가족 얘기도 한편 올리겠습니다. <BR><BR>어머니의 원래 고향은 서울이셨는데 시골로 시집오신지 얼마 안 되셨을 때랍니다. 밤에 잠을 자고 있는데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랍니다. 어머니가 그 소리에 먼저 깨셔서 좀 불안한 마음에 누굴까 하고 있는데 희미하게 어머니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더랍니다. 그러더니 더 선명하게 **아~~하면서 더 크게 대문을 두드렸답니다. 근데 그 순간 직감하셨답니다. 바로 외할아버지 목소리라고.<BR><BR>어머니가 눈물을 죽죽 흘리시며 나가보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서 말리셨답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갑자기 잘 주무시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아버지가 오셨다고. 딸 사는 거 보려 오신 거라고 울면서 나가려 하셨답니다. 그 순간엔 아버지는 만약 지금 집사람이 나가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어머니를 강하게 제압하셨다고 하네요.<BR><BR>어머니가 한참을 우시다가 겨우 진정하셔서 주무시고 아버지는 안방 등을 켜놓고 날을 새셨다고 합니다. 날이 밝아 아버지께서 나가보니 누가 왔다가거나 대문을 열었다거나 하는 흔적은 없어서 안심 하셨다고 하구요 <BR><BR>그날 아침 일찍 준석이네 어머니(당시에 저희 어머니보다 1년 먼저 결혼한 새댁이셨습니다.)가 집에 오셨답니다. 준석이네와는 앞뒤로 붙어있어서 제가 어렸을 때도 참 서로 많이 놀러 오고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걱정스레 하시는 말씀이 어제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셨다고 하네요. 그 말에 어머니는 또 한 번 대성통곡을 하셨고 아버지도 너무 놀라서 한참을 멍하니 계셨다고 합니다.<BR><BR>시간도 많이 지났고 이제 어머니도 환갑을 훌쩍 넘기셨지만. 아직도 그날 외할아버지가 저쪽 세상에서 하루 휴가를 받아서 딸 사는 거 보고 싶어 오신 거라 믿으시면서 뭉클해 하십니다. 그러면서 나 죽기 전에 꼭 다시 한 번 오시리라 믿고 계시더라고요. 아마 어머니의 소박하면서도 불가능한 소원은 이루어질까요. 하지만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은 저희에겐 좋은 날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들이 두렵습니다.<BR><BR>[투고] 김태형님 </P> <P>출처 - 잠.밤.기</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