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 학교 폭력 실태 조사서다. 너희들 중에 자신이 맞았거나 혹은 누가 맞는 것을 봤다면 용기 있게 써라".

            A4용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담임은 얘기했다. '용기 있게 써라'라고......,

            그러나 선생님의 얘기를 듣고, 종이를 받아 든 학생 중엔 선뜻 글을 쓰는 학생들은 없었다.

            교실 맨 뒷자리에 있는..우리가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학생들은 이 상황이 재밌는 듯 실실 미소 짓고 있었다.

2.         교실 안 가득 긴장감이 감돈다. 30분 후 종이를 전부 걷은 선생님의 표정을 학생들은 주시하고 있었다.

            종이가 한 장 한 장 뒤로 넘어갈 때마다 학생들은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아무도 쓰지 마라',

            결국 학생들 중에 '폭력'을 당했거나, '폭력'을 봤거나, 혹은 '폭력'을 가해한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결과를 만족한 듯 담임은 말했다. '우리 반이 참 좋은 반이구나?'라고......,

3.          "너, 아까 설문지에 뭐라 지껄였냐?"

             담임이 나간 후 5분. 반 아이들의 멱살을 한 명씩 잡으며 '강석'이는 캐묻기 시작했다.

             잔뜩 겁을 먹은 아이들은 '난 아냐', '난 아무것도 안 썼어'라는 말로 회피했다.

             하지만 '상우'는 다른 얘들과 전혀 다른 대답을 했다. '그래, 썼어, 너희들 이름'......,

4.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며 '상우'는 학교에서 '강석'에게 맞은 곳을 어루만졌다.

             5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내려오며 '상우'에게 계속 질문을 퍼부어댔다.

             '진짜 타려고?', '부모님은 안 슬퍼할까?', '그런다고 세상이 변하니?'

             그러한 질문들에게 '상우'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5.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상우'는 본인 스스로가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어쩌면 내가 한심해서 왕따를 당하고, 폭력을 당한 걸지도 몰랐다.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상우'는 또 다시 질문세례와 맞닥뜨려야 했다.

             '지금 내리면 영영 못돌아와', '무섭지? 그러니까 내려가자'

6.          옥상에 올라올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우리집은 참 좋은 곳에 얻었다고 상우는 생각했다.

             저 멀리 교회 십자가, 그리고 운동장, 그리고..학교까지

             품 속에서 '상우'는 꼬깃꼬깃한 종이를 꺼내 바닥에 놓으며 말했다.

             다음에 태어나면 '학교'가 보기 싫은 곳이 아닌 보기 좋은 곳일거라고....

7.          오늘 오후 8시경. 대전 D모 고등학교에 다니던 이 모군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모군이 남긴 유서에 따르면

                                                                                                                             -1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