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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꿀꺽


무덤 가 한켠에 놓인

하얗디 하얀 백합꽃 송이송이 마다 내리는 빗방울이 차근차근 고여

또르르 굴러떨어질때.. 내눈물도 함께.. 또르르 흘러내려 내바짓춤을

적시고있었다..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려가는 농약의 쓴맛이 점점

고통의 쾌락으로 물들어갈때까지도.. 나는 윤선의 이름을 불러댔다..


#크허억..윤선..윤..윤선아..크허어어억..#


피와 핏덩어리를 얼마나 쏟아냈을까.. 고통도 점점 사라져갔고..

의식이 사라져가고있었다.. 그때 내눈앞에 무언가가 다가왔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여자의 형상

이었다.. 천국에서 날 내려다보던 그녀.. 윤선이 날 데리러 온것

일것이다.. 분명 내가 죽었기에 그녀가 날 데리러 온것이라

생각했다..



뚜...뚜...뚜...뚜..


#정신이 듭니까..?김석찬씨..#

#아....여긴.. 크어어억...#


밀려오는 복통에 아무것도 섭취하지 못해 힘없이 축쳐져있던 사지가 저절로

오그라들었다.. 미칠듯한 고통덕분에 정신이 말짱해져버린 나는 이곳이

병원이란걸 알아채곤 내가 아직죽지 않았다는걸 알수있었다...


#아.. 나는 죽지못했군요..#

#.......#


언제나 냉정하다는 빌어먹을 의사놈이 역시나 냉정한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살미수따윈 놈은 수십 수백번은 더봐왔을터라 내가 한심하게만 보이

겠지.. 또 인생이 실패했거나 사랑에 눈멀어 목숨을끊을려는 내 돈줄중에 하나일

거라 생각하는 표정이다..


#정신이 드나요..?#


속으로 한참을 의사를 욕하고있었을까.. 의사 옆에서 여자로 보이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그녀의 얼굴은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낯익은 모습이었다..


'아... 저 실루엣.. 어디서본듯한.. 아!! 무덤가에서 그녀.. 그렇구나.. 저여자가 날

구해준..아니.. 죽지못하게 한 여자구나..'


#...당신이 날 살린건가요..#

#네... 제가 신고했어요 살아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난 죽었어야했어.. 윤선이에게 가야했다구..#


안전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폐인처럼 살아오던 나에게 살 희망을

안겨줬던 윤선...3년동안 깊을 대로 깊은 사이였던 나와 윤선은 정말 꿈만같은

나날들을 보내다 속도위반으로 결혼까지 앞둔사이였다..

그 지옥같은 날이 오기전까진..

나의 아이가 3개월이 되던날.. 산부인과에서 나오던 윤선은

그만 차에 치여 그대로 아기와 함께 저세상으로 떠나버렸다..

뺑소니.. 야밤도 아닌 대낮에 뺑소니.. 그런대도 목격자는 하나도

없었다.. 하늘이 불른것이라며 열렬한 크리스챤인 윤선의 가족들은

그렇게 딸을 잃을것을 슬퍼하긴 커녕 미친듯이 하느님만 외쳐댔다..

그후로 나는 술로 나날을 보내왔고.. 마침내 어제 자살의 결심을 세웠거늘..

왜..어째서.. 어째서 방해를 하느냔 말이다..


#제..제앞에서 사람이 죽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아세요..?흐..흑...#


눈물을 비오듯 흘리며 날 살려준 여자는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인양 얘길했다..

날 쏘아대며 울어대는 그녀가 어이없고 미웠지만.. 왠지모르게 그녀가

측은해보였다..


#울지말고 이제 가.. 보호자 필요없어..#


#흐...흑..#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후로도 한참이나 병실을 지키다 자리를 떳다..

그리고 몇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내 병실을 찾아주었다..

그런 그녀가 처음엔 정말 미칠듯이 싫었지만.. 차츰 차츰.. 그녀에게 정이

가기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느꼇을때 나는 이미 그녀를 사랑하게된

이후였다.. 윤선이 아닌 다른여자를 사랑한다.. 정말 믿을수도없었지만 나또한

놀라웠고.. 비관적인 내인생이 그녀로 인해 점점 낙관적으로 변해가는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그렇게 지긋지긋한 병치레를 끝내고 병원을 가까스로 퇴원했을때 그녀와 나는

이미 결혼까지 약속을 하는 사이가 되버렸다..

우린 속전속결로 결혼을했고.. 어느새 그녀의 뱃속엔 3개월된 아이가 생겼다..



#여보야 우리 아기 초음파 사진봤어.. 정말 이쁘더라 보고싶찌?#

#그래 보고싶어 죽겠네! 그보다도 난 자기가 더보고싶어.. 지금어디야?#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아내의 음성에 잔업에 시달렸던 스트레스가

확달아나는듯했다..


#아 여기 산부인과 이제 나갈려구 나 맛있는거 사주라 여보야~#

#그래 알았어 빨리와 그럼 내가 캐비어라도 사줄테니까 !!#

#와아!! 진짜지 알았어 기다려!#


딸깍..


너무나 행복한 나날이었다.. 마치 윤선과 함께했던 그날들 처럼..

그일만 아니었다면 나와 윤선은 지금쯤 행복하게 잘살았을텐데..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무언가 스치고 지나갓다..


'.....산부인과.. 3개월..'


왠지 불안했다...꼭 그녀가 윤선처럼 교통사고를 당했을것만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어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연락이..연락이 올때가됏는데..#


그렇게 몇시간을 기달렸을까..


따르르릉따르르르릉


수화음이 새차게 울리자마자 나는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여보!! 여보?#

#아.. 이혜선씨 보호자되십니까..?#


수화기에선 바라고 바라던 아내의 목소리대신 중저음의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고말았다..


#그..그런대요..#

#부인께서 큰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일단 오셔야겠습니다..여기가 어디...#


나는 그만 수화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또 잃고 말았다..

내 아내를..




끝..



-에필로그1-


'낡은 일기장에 일기를 써온지 어언 3년이다..

옆에서 곤히자는 나의 남편.. 드디어 되찾은 나의 남편..

곤히 자는 남편을 뒤로 한채 나는 오늘도 일기를 써내려간다..'



2003. 02. 12


죽일거다...죽일거다... 날 버리고 떠나간 그 개자식을 죽여버릴거야..

몸도 주고 마음도 주고 돈도 모두 주었는데.. 날 ... 날 무참히 버리다니..

개자식 죽여버리고말테다...


2003. 05. 30


하하하 그 개자식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단다.. 오히려잘됐다 복수할수있는

기회가 생겼으니까.. 내가 피해받지 않고 그자식의 모든걸 앗아갈수있는

묘책이 떠올랐다.. 곧실행해야겠다..


2003. 07. 23


사랑하는 애인을 잃는 느낌이 어떨까.. 그자식도 느껴보아야지.. 킥킥..



2006. 07. 24


아무도 못본 틈을타 그자식의 마누라를 쳐죽여버렸다.. 나의 애마로..

크크크.. 그놈이 나에게 한짓에 비하면 아직 세발의 피도 안되는 형벌이지..

더남았다.. 더.. 더.. 아직더..


2006. 09. 01


드디어 이자식에게 접근했다.. 날 아직눈치채지 못했다..

아 그런데.. 개자식이.. 분명 개자식인데..벌을 더 받아야하는데..

어찌하여 나는..


2006. 09. 30.


또다시.. 사랑하게 되고 말았다.. 어쩌면 잘된일일지도 몰라..

어쩌면.. 하늘이 도운일일지도 몰라.. 우리사랑을 이루게 해주려고..




-에필로그2-



'실루엣... 어디서많이 본 실루엣..'


날구해준 그녀와 사랑에빠져버리고 난후.. 내인생은

환희에 가득찬 나날이 반복되었지만.. 여전히

문득 문득 떠오르는 기억을 잃기전의 기억의 조각들이

나를 괴롭힌다.. 그리고 가끔씩 지금의 아내가 꿈에서

나타나 울면서 노려보는모습은 정말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장면이었다..

처음 농약을 마시고 죽음에 임박했을때 눈앞에 나타났던

그녀의 실루엣도 분명 어딘가 낯이익었었는데..

누굴까..누굴까..


그렇게 의아해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나는 아내의 서랍장속에서 낡은 일기장하나를 발견했다..


#그래..그랬던거였어..#


분노와.. 억울함.. 슬픔.. 복수심.. 정말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모든

감정들이 한꺼번에 나에게 밀어닥쳤다...


#그렇다면.. 너도 똑같이 당해봐야지..#


몇일후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찍으러간 아내에게 전화가 온직후..

나는 바쁘게 차를 몰았다..

시간을 맞춰야해..시간을..


끼이이이이익!! 콰앙!!


내차를 멀리서 발견하곤 해맑은 미소를 짓으며 손을 흔들던 아내를

무참히 짓밟아버렸다.. 아내는 본넷트에 맞고.. 튕겨나가 전봇대에 쳐박혀

고꾸라 져버렸다.. 그리고 아무도 못본틈을타.. 나는 자리를 빠져나왔다..


#하하..하하하... 다끝났어 다..#


모든게 다끝났다.. 윤선의 복수를 했고 모든게..

한데.. 왜이렇게 마음이 아픈것일까..



끝..





























츨처




웃대 - 코요태와방3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