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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6159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0
    조회수 : 3229
    IP : 14.36.***.10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06/08 00:20:40
    http://todayhumor.com/?panic_16159 모바일
    브금주의]그여자








    <embed src="http://pds18.egloos.com/pds/201105/15/28/higurashi.swf">











    #아아... 따분해.. 정말 따분해..#


    정말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이었다. 빈둥대는 일 말곤 딱히 하는일이 없었던 나는 정말이지 이 지긋지긋하게 긴 방학이 너무나 싫었다. 학교를 다닐땐 친구놈들이랑 술도 마시고 타 대학 여자들과 미팅도 하고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 생각들을 하니 좀이쑤셔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가없었다..


    #에이씨.. 캔맥주나 사먹자..#


    짜증이 나서 그런지 아님 열대야로 푹푹찌는 이번여름이 더워서 그런지 요즘들어 밤마다 맥주가 땡겼다. 덕분에 인품이라고 불리는 술배만 비대해져 갔다. 8층에 있는 집덕분에 매일매일 오르내리는 이 엘리베이터도 요즘들어 상당히 귀찮아졌다. 이런게 없을땐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었는지 상상이 되질않았다. 집앞에 나가는 거라 가벼운 런닝에 반바지 차림으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있었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 옆 호 에서 여자들이 세네명이 나오더니 손으로 튀어나온 뱃살을 쓰다듬고 있던 나를 보며 키득키득 비웃는게 아닌가..나는 그만 쪽팔려서 고개를 떨궈버렸다.


    엘리베이터는 곧 도착했고 나는 그녀들과 짧지만 너무나 길게느껴지던 지옥같은 합승을 했다.. 차라리 기다렸다 내려갈걸 하며 생각하는 동시에 사방이 거울인 엘리베이터덕분에 더욱더 나의 치부만 보여지는것 같아 너무나 부끄러웠다. 결국 그 지옥같은 시간은 지나갔고 나는 내시야에서 여자들이 멀찌감치 사라진 이후에 마트로 향했다.


    #아.. 씨벌.. 어찌 딱 이꼬라지로 나오니까 저것들을 보냐.. 평소땐 간지폭발인데 젠장..#


    나는 푸념을 해대며 마트로 향했다. 마트용 장바구니를 들고 손에 집히는 냉동음식과 캔맥주들을 집어담았다. 의외로 집안이 부자였던 나는 가난해야 정상인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항상여유로웠고 지갑은 언제나 두둑했다. 그런 배경덕분에 이런 좋은 아파트에서 혼자살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그런 배경의 달콤함에 꼬인 벌떼같은 친구란 작자들은 언제나 자기들 궁할때만 나를 필요로 했다. 덕분에 나는 지금 쓸쓸하게 혼자 지내고 있다.


    #에이 빌어먹을..#


    잡념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외로워지고 우울증만 깊어진다 했다. 나는 금새 잡념들을 떨쳐버리고 계산을 한뒤 마트에서 산 아이스크림하나를 잡아 봉지를 뜯어 입에 물으며 맛을 음미 했다. 오직먹는것에만 열중하니 더욱 맛이좋았다. 아무렇지 않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집안에 들어온뒤 나는 캔맥주와 냉동음식이 들은 봉지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린후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작은방에 있는 창문을 최대한으로 열어젖힌후 담배를 하나 입에물었다.


    작은방의 창문은 아파트 복도가 훤히 드러나보였고 나는 거기에서 담배를 피우는걸 참좋아했다. 선선한 바람이 딱 알맞게 들어오는게 너무나 마음에들었다.


    #하아..#


    담배를 깊게 한번빨고 내뱉을때마다 바람을 타고 올라가는 연기가 마치 꼭 내 영혼같았다. 요즘들어 빈껍데기만 남은듯한 내 처지가 너무나 안타깝고 실망스러웠다. 뭐하나 잘하는거 없이 언제나 집안에 의지만 해오던 내가 아니던가.. 이런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내가슴의 텅빈 허전함은 더욱더 깊어지는것만 같았다.


    철컥.. 쾅

    터벅... 터벅...


    필터가 다보일때까지 잡생각에 빠져 담배를 태우고 있던 나는 하마터면 방 바닥 장판에 담뱃구멍을 낼뻔했다. 때마침 누군가가 창문 너머로 아파트 복도를 지나가고있었다. 내가 사는 호수는 802호 였고, 왼쪽복도로 제일안쪽이 801호 그러니까 우리집은 복도끝에서 두번째 집이었다. 누군가가 복도 제일안쪽집에서 걸어나오는걸 보아하니 그는 분명 801호 사람이 분명했다.


    나는 자세히 그사람을 주시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어두웠지만 실루엣이 딱 여자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왠지 힘없게 걸어가는 모습이 어딘가 넋이 빠진사람같았다.. 여자는 소매가 아주 긴옷을 입고있었다..팔아래로 한참이나 내려오는 그런 긴소매.. 여자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보고있었을까.. 여자가 갑자기 뒤로 홱 돌아보는게 아닌가.. 나는 크게놀라 헐레벌떡 창문아래로 몸을 숨겨버렸다.. 따지고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꼭 무언가를 훔쳐보다가 들킨 기분이랄까.. 그런느낌이 들었다..


    철컥.. 쾅


    현관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린지 몇초지나 나는 고개를 빼꼼 내다보았다..여자는 자신의 집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가더니 어딘가로 들어가버린것이었다.. 나는 한동안 무엇엔가에 홀린듯 창문밖을 살펴보다 이내 맥주를 마시러 거실로 나와버렸다..


    그날 나는 기분이 썩좋지않아 사왔던 캔맥주를 전부 다 비워버리고 만취한채로 쇼파에서 곯아떨어졌다.. 자고일어나니 도대체 얼마나 쳐잔건지.. 해가 이미 져물고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배가 미칠듯이 고파왔고..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냉장고까지 거의 기다싶이해선 있는것 없는것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먹었다.. 허기가 좀 달래지자 식후땡이라고 불리우는 담배가 땡겼다. 나는 또 작은방을 향했다.. 사실 작은방으로 향한건 담배가 땡겨서 라기보단 어제보았던 그 이상한 여자를 또 볼수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기도 했다. 어제 보았던 그 여자는 어두워서 잘보이지 않았지만.. 긴 생머리에 뒷자태만은 어느 여자보다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한번 앞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습기도 했지만, 그보다 그여자를 한번더 보고싶다는 생각이 더 컸는지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몇분이 채 지나지않아 어제보았던 그여자가 801호에서 나와 또 복도를 터벅 터벅 걸어가는게 아닌가.. 나는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사연이 있을까 저여잔.. 어째서 저렇게 힘이 없어보일까..'


    별걸 다 궁금해한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 갑자기 여자가 또 돌아보는게 아닌가.. 나는 서둘러 창문밑으로 몸을 숨겼다..


    철컥.. 쾅!


    또 현관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어제보다 좀더 가까운곳에서 들려왔고 나는 다시 창문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다보았다.. 아무도없었다. 아무도..


    나는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어 한동안 작은방에서 죽치고 앉아 꽤 오랜시간동안 그여자가 다시 지나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여자는 다시 지나가지않았고 나는 체념한뒤 거실에서 티비를 보며 조용한 새벽을 지냈다..


    #.......사건이...........그러니까.........사건은........#

    #으으....음#


    티비에서 들려오는 딱딱한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사라졌다 그러는 바람에 잠을깼다..잠에서 깨자마자 베란다를 바라보니 또 해가 져물어 있는게 아닌가.. 완전히 밤낮이 바뀌어 버렸다..


    #피해자들은 세명의 여성과 한명의 남성으로 xx아파트의 자신들의 집에서 살해를 당한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이번사건의 용의자를 원한관계가 아닌 .....#


    나는 몽롱한 정신으로 티비를 바라보고있다가 금새정신이 말짱해져버렸다.. 티비에선 뉴스가 하고있었고 뉴스는 살인사건을 보도하고있었다.. 그리고 피해자의 얼굴이 나오고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있지않는가..
    남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으나 세명의 여자.. 분명 그저께 엘리베이터 앞에서 본 나를 비웃던 그녀들이 틀림없었다.. 그녀들이 사는집은 엘리베이터 바로옆인 804호였었다.. 그렇다면 바로 이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게 아닌가.. 생각만해도 오싹해졌다.. 그리고 갑자기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아.. 그여자..#


    갑자기 머릿속이 아주빠르게 회전하였다.. 이틀밤동안 보았던 이상했던 그여자.. 긴소매의 옷을 입고선.. 뒷모습만 보이던 그녀.. 자신의 집에서 나와 복도를 걸어가더니 어딘가로 들어갔던 그여자.. 그리고 804호에서의 의문의 살인사건.. 내생각이 맞다면 또한명의 피해자인 그남자는 803호에 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모든게 정황이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그때..




    철컥.. 쾅!..



    나는 온몸이 경직되어버렸다.. 바로옆집에서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린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번도 현관문을 잠구고 살아본적이 없다..


    몇초지나지 않아 현관문의 도어록이 빙글 돌아가더니 이내 현관문이 열렸다..


    터벅...터벅..

    문턱을 넘어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여자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모든게 말이다..긴생머리에.. 차갑게 웃는 미소..

    팔보다 훨씬더 긴 소매.. 그리고 그 긴소매 속으로 비치는 은빛을 내는 날이선 과도 마저 말이다..



    끝.




























    출처



    웃대 - 코요태와방3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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