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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3883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4
    조회수 : 2338
    IP : 121.170.***.3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04/08 21:38:28
    http://todayhumor.com/?panic_13883 모바일
    브금주의]죄책감



    수동브금이에요






    -어쩔수 없다. 현수야, 그 끈 짤라.

    고도 4,100m 히말라야 산맥의 중턱. 우리 4명은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

    -아.. 안돼요.... 원석이를 포기할 순 없어요!

    내 뺨을 후려치는 눈보라를 간신히 참아가며 쉰 목소리로 외쳤다.

    -마음을 강하게 먹어! 여기서 로프를 자르지 않으면 모두 죽어! 어서 끊으란 말이야..!

    대장이 나에게 외친다.

    난 내 밑의 원석이를 바라본다.

    애절하다.

    저 눈과 이때까지의 우정을 생각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짐과 절대로 포기 할수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휘청-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원석이는 더 물결치고 우리도 이내 떨어질 것 같다.

    -어쩔 수 없어!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야- 어서 잘라--!

    대장의 긴박한 소리는 그저 나에게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쿠르릉- 눈이 무너지며 난 우정과 생사의 갈림길에서 더욱 갈등할 수 밖에 없었다.

    -어서 끊으란 말이..

    눈소리에 대장의 목소리가 묻치며 난 원석이를 바라본다.

    -원석아.. 미안해...

    툭-

    로프를 끊는 소리와 원석이의 생명이 곧 다함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떨어지기 전 난 원석이의 눈물을 본 것 같다.






    -휘유.... 휴우.....

    거친 숨을 내셔본다. 정상이다. 히말라야 산 정상에 올랐다.

    -우리가 해냈어! 우리가 정상에 왔다구!

    대장은 나의 어두운 표정을 보곤 다시 말했다.

    -그래.. 원석이는 어쩔 수 없었어. 그게 우리의 일이기도 하잖아. 잊어버려. 물론 잘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원석이도 원망하진 않을 거야.

    대장은 내 어깨를 토닥이더니 다른 대원에게로 갔다.

    정상에서의 희열과 원석이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이 얼마나 오묘한 기분인가.

    결국 그날 난 눈물어린 웃음을 지어야했다.






    -후우.. 후우...

    북한산을 오르고 있다. 가끔씩 산책겸 나선다. 그런데 갑자기 또 내 앞에 원석이의 얼굴이 스쳐 가며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그 사건이 있은 이후, 원석이는 날 끊임없이 괴롭힌다.

    딱히 괴롭히기 보다는 가끔 목소리를 들려주거나 얼굴을 보여준다. 그럴때 마다 난 죄책감에 미칠것만 같

    았다. 병원에는 수차례 가보았지만 단순한 후유증이라며 약만 처방해줄 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히말라야 까지 올라간 나지만 오늘은 안되겠다. 더이상은 무리다.


    집에 돌아와 냉수한 컵을 마시며 중얼거린다.

    -원석아..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잖아.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았다. 물론 비통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그렇게 사람들은 위로했다. 또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하다고도 여겼다.

    어떤 등산가들은 그런 적이 많단다.

    그런데 난. 난... 죄책감이란 굴레에 스스로 날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일부러 죽인 것도 아닌데. 내가 굳이 죄책감이란 큰짐을 죽을때 까지 어깨에 매고 살아야하는 것인가.

    갑자기 원석이가 미워진다. 또 이런 죄책감이란 철창속에 날 가둔 나도 미워진다.

    그냥 자고 싶다.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난 지금 히말라야 중턱에 있다. 그때 갑자기 발밑에서 원석이의 얼굴이 쑥 나오며 나에게 외쳤다. 아니 원

    석이가 아닌 것 같다. 원석이는 눈이 새빨갛고 입은 쭉 찢어졌으며

    그 순하디 순했던 얼굴엔 교활한 미소가 가득 지어져있다.

    -현수야.. 니가 날 죽였지? 이런 차가운 놈. 어떻게 십년지기 친구를 버릴 수 있지? 난 그러지 않았을 거야. 난 끝까지 살렸을 거라고! 으히히히히. 나랑 같이 가자. 저 너머 구렁텅이로.

    원석이가 내 발을 잡아 당긴다. 나락으로의 추락이다....


    -으아아악!

    날카로운 비명과 내 앞의 책상은 이게 꿈이란걸 인지시켜주고 있는 것 같다.

    -허억. 허억. 허억..

    숨을 거칠게 내쉬며 다시 부엌으로 나간다.

    위스키한병을 집어본다. 아무컵에다 닥치는 대로 부어 놓고는 그대로 마셔버린다.

    타는 듯한 목만큼이나 죽을 것같다.

    어째서 이 녀석은 날 괴롭히는 것일까. 아니 그녀석은 날 괴롭히고 있지 않다.

    다만 내가 그 죄책감을 벗어버리지 못한 것이다. 너무 마음이 여린 걸까.

    나 스스로 감옥을 짓고 철창을 만들어 날 가두고 열쇠를 저 멀리 던져 버린게 아닐까.

    아무도 내 잘못이라고 하지 않았는 데도 난 왜이렇게 죄책감을 들어하는 걸까.

    그게 죄책감이든 뭐든 잠이 쏟아져 온다. 너무 독한 위스키를 마신 탓인가...





    눈앞이 팽팽 돈다. 여기가 부엌이란 걸 깨닫기에는 무려 5분이란 시간을 소비한 것 같다.

    -으.. 으음....

    다시 냉수를 찾는다.

    벌컥- 벌컥- 쓰린 속을 달래며 멍하니 침대위에 앉아있다.

    이때 내 눈앞에서 원석이가 뛰쳐나오며 내 몸을 스쳐간다.

    -으아악!

    난 거실로 뛰쳐나와 소파에 주저앉는다. 그때 뒤에서 원석이가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외친다.

    -날 왜 죽였냔말이야!

    돌아버릴 것 같다. 이대로 집에 있다간 죽을 것 같다.

    난 신발을 헐레벌떡 신고는 밖으로 뛰쳐나왔다.

    내 앞에. 내 앞에 원석이가 있다. 이번엔 그런 귀신같은 형상이 아닌 것같다.

    정말 원석이다.

    -날.. 날 왜버렸어... 우린 친구였잖아. 그런데 왜 포기한거지? 왜...?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자리에 얼어 붙어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의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지며 엄청난 중력이 날 감싸앉는다.

    죄책감에 죽고싶다. 원석이의 그 눈물어린 얼굴이 떠오른다.

    그때 원석이가 사라지며 어떤 '기운'이 느껴진다.

    나에게 슬며시 다가온다. 그리곤 이내 내 목을 조여온다.

    아무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내 죄책감에 대한 대가라 생각한다.

    그때 정신을 잃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죄책감은 그 자신이 갖는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데도 자기 자신이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난 다른것 같다.

    그건 죄책감이 아니었다. 단지 나와 같이 죽고 싶은 원석이일뿐.

    그때 내 얼굴위로 원석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의 죄책감이란 감정은 잘썼어. 그걸로 널 죽일 수 있었거든. 나만 혼자 갈순 없잖아?

    원석이가 씨익 웃는 걸 보았다.

    내 마음이 너무 여렸다.





























    출처




    웃대 - 노란덩어리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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