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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2214
    작성자 : 월향_fullmoon
    추천 : 2
    조회수 : 911
    IP : 175.203.***.20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3/12 23:04:51
    http://todayhumor.com/?panic_102214 모바일
    [단편] 심판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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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판

     

    글: 월향

     

     

    #1


     삶의 가치는 모두에게 다르다. 그런데 왜 법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가? 아니, 동일하지 않지. 법 또한 누군가에겐 유리하게 작용한다. 왜지? 이해할 수 없다. 난 그저 우연히 이 시대에, 이 나라라는 장소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왜 나는 나보다 먼저 태어난 이들이 정한 순리에 맞춰 세상을 살아야 하지? 내가 원하는 것은 왜 저열하고 비겁한 일이지? 그들과 난 같은 존재가 아니며 난 그들의 법에 동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왜 모든 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그 법을 따르고 순응하고, 희생하는 거지? 난 다른 존재들을 위해 희생할 생각 따위 조금도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한 번뿐인 인생, 저지를 대로 저지르자.


     


    #2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들의 수명은 너무 길다. 그래. 딱 20년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그리고 난 20년을 넘게 살았기에, 지금부터 20년을 넘게 산 모든 이들은 '나'라는 법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아, 내가 뭐라고 심판을 하냐고? 여기엔 불만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현대에 신의 이름으로 심판을 내리는 판사들과 내가 다른게 무엇인가? 지식? 그렇다면 그대들이 생각하는 신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존재인가? 혹은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신과 같은 존재인가? 그게 아니라면 판사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 그래서, 그 노력을 한 뒤에 판사라는 자격을 준 것은 결국 인간이 아닌가. 그것도 아니라면 냉정함? 사명감? 그 무엇이 됐든 그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며 그 누구도 신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똑같다. 나라고 안 될 건 없다. 

     

     자, 그럼 첫 번째 법부터 정해볼까? 뭐가 좋을까?

     

    "흠...." 

     

     도통 떠오르질 않네. 그래. 내가 심판을 내려줄 것들을 좀 봐야 생각이 날 것 같다. 난 한밤중의 도심으로 향했다. 

     

    "어?" 

     

     카페로 향하는 길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뭐야, 오늘 운이 좋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내 심판을 받게 될 졸개 한 마리가 갑자기 사랑스러운 고양이에게 돌을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킥킥킥 너 같은 것들은 다 뒤져야 돼. 어디 고양이 주제에 이 밤에 길거리를 돌아다녀? 그러게 조심했어야지 킥키킥킥" 

     

     아아, 정했다. 좋다. 첫 번째 법칙 '악의를 가지고 다른 생명체를 차별하며 괴롭히는 것들에게 벌을준다.'   

     

     

    #3

     

    "야, 너."

     

     다짜고짜 말을 거니 설마 자신에게 말을 걸줄은 상상도 못했는지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그 틈에 고양이는 사건 현장을 달아난다. 자세히 보니, 저 쓰레기 때문에 몸에 상처가 난 것 같다. 죽이진 않았지만 아무 잘못 없는 약한 존재를 상처입힌 죄로 몇년이 좋을까?

     

    "음... 사형!"

    "너 뭐야?"

    "나?"

    "그래, 이 새끼야. 니가 뭔데 나서냔 말이야."

    "난 너에겐 가해자, 고양이에겐 은인, 독자들에겐... 심판자?"

    "뭐?"

    "내 첫 심판을 받게 된 것에 영광인줄 알아라."

     

     카페에 도착하기 전에 이런 으슥한 골목에서 마주치다니. 나도 운이 좋다. 고작 한 명에게만 심판을 내려주고 잡혀갈 순 없잖아? 

     

    "아아아악!"

     

     예고없이 식칼을 꺼내 허벅지를 찔렀더니 냅다 비명을 질러댄다. 시끄럽다. 

     

    "너 같은 것들은 다 뒤져야 돼."

     

     아까 고양이한테 상처가 났던 부분이 어디였더라

     

    "어디 쓰레기 주제에 이 밤에 길거리를 돌아다녀?"

     

     더러운 손을 다시는 못 놀리게 해야지.

     

    "그러게 조심했어야지."

    "..."

     

     이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다. 그런데 아직 숨을 쉬고 있다. 쓰레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재판에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서 항소하던가."

     

     

     첫번째 재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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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향_fullmoon의 꼬릿말입니다
    메일 [email protected]

    위 글은 모두 픽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법이 있기에 개인의 자유에 제한이 생기지만 서로 그 제한을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법을 어기는 건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판사님들 모두 존경하고있습니다!
    다들 초등학생 때 "왜 이걸 연필이라고 불러요?" 하면 "그건 우리가 연필을 연필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야."라고 하시던 선생님들의 말에 '난 연필말고 다르게 부르고 싶은데.'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어느날 문득 솜방망이 처벌을 하던 사건들을 보며 '난 이것보다 더 강하게 형량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법이 왜 이럴까?'라고 생각하다보니 이런 글을 쓰게 되었네요..
    오랜만에 글을 썼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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