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던 공주는 소문대로 괴물로 변해있었다.<br><br>길을 떠나기 전 마법사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br><br>그녀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는 것이라고.<br><br>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br><br><br><br>나를 발견한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 나에게 달려들었다.<br><br>방패를 들고 있던 왼손이 얼얼해졌다.<br><br><br><br>그녀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br><br>나의 머리 속은 오히려 차분해졌다.<br><br>그녀는 이곳 동굴에 갇혀 오랜 시간 굶주렸으리라.<br><br>그날 밤 그녀와의 약속을 기억한다.<br><br>그녀에게 필요하다면 나의 모든 것을 그녀에게 주겠다는 약속.<br><br><br><br>나는 칼과 방패를 내려놓았다.<br><br>그리고 목과 가슴을 보호하는 갑옷의 덮개를 열었다.<br><br>순간 그녀는 나를 향해 달려들었고,<br><br>나의 몸뚱이는 동굴 바닥에 내동댕이 처졌다.<br><br>어느새 나의 몸 위에 올라탄 그녀가 입을 벌렸다.<br><br>그녀의 입에서 풍기는 악취가 느껴지는 순간...<br><br>목덜미가 뜨뜻해졌다.<br><br><br><br>동굴 천장에 뚫린 손바닥 만한 구멍.<br><br>그 작은 구멍을 통해 새벽별이 눈에 들어와 박혔다.<br><br>그녀를 찾아 떠난 모험은 이제 끝이 났다.<br><br>나의 핏줄에 흐르고 있는 마법 성수가 그녀의 저주를 풀어줄 것이다.<br><br>저주가 풀린 그녀가 나를 알아볼 수 없기를...<br><br><br><br>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