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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898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4
    조회수 : 887
    IP : 220.76.***.4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0/10/23 18:15:47
    http://todayhumor.com/?panic_101898 모바일
    거울속에 가두다
    옵션
    • 창작글

     

     

    거울속에 가두다

     

     

    젊은이가 남자를 지켜본 지 몇 주가 흘렀습니다.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은 끔찍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자는

    재판장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남자를 범인으로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범인에게 살해된 피해자 중에는

    젊은이의 어린 동생도 있었기에

    재판장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남자를 보며

    젊은이는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확실했습니다.

     

     

    남자가 다시 살인을 저지르리라는 것을…

     

     

    남자의 거주지 근처에 거처를 마련한 젊은이는

    밤낮으로 남자를 지켜보며

    그가 다시 범행을 저지르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이는 일터로 향하는 남자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남자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젊은이는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몇 주를 남자만 지켜본 젊은이는

    자신이 쫓고 있는 이 남자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의 날카롭고 예민한 모습과는 달리

    남자는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으며

    주변의 농담을 받아치는 모습에서는

    느긋한 여유마저 느껴졌습니다.

     

     

    단 하루 만에 사람이 이리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남자에게 쌍둥이 형제가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한 달이 흘렀고

    젊은이가 아무리 기다려도

    남자가 범행을 저지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젊은이는 조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남자의 집을 뒤지다 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

    젊은이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남자가 집을 비운 사이 몰래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젊은이가 집 안 구석구석을 뒤져도

    범행에 증거가 될 만한 물건은 나오지 않았고

    밀려오는 무력감에 현기증을 느끼던 순간

    어두운 구석에 천으로 쌓인 가구를 발견한 젊은이…

     

     

    천 안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끌린 젊은이는

    천을 벗기자 드러나는 사람의 형상에 놀라

    두 다리에 힘을 잃고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젊은이의 건너편에서

    젊은이를 마주 보는 또 다른 젊은이의 모습…

     

     

    거울이었습니다.

     

     

    젊은이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헛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거울을 통해 젊은이는 보았습니다.

     

     

    무서운 기세로 젊은이를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갑작스러운 남자의 등장에 놀란 젊은이는

    비명을 지르며 두 팔을 휘저었습니다.

     

     

    잠시 후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남자의 집에서 뛰쳐나온 젊은이는

    저 멀리 집으로 돌아오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젊은이의 생각이 맞았습니다.

     

     

    젊은이가 거울을 통해 보았던 남자…

     

     

    그것은

    남자의 욕망이었습니다.

     

     

    남자가 그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

    젊은이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으나

    그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 남자는

    감시가 멈추고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

    살인을 부추기는 자신의 욕망을

    거울 속에 가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악행도 더는 계속되지 못하리라…

     

     

    거울 속 남자의 욕망은

    거울과 함께 산산 조각이나

    바닥에 흩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자에게 다가간 젊은이는

    두 손으로 남자의 목을 억세게 졸랐습니다.

     

     

    남자는

    동생을 살해한 범인이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젊은이의 눈동자에 비치는 남자는

    영락없이 평범한 한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wlee2717/222124443488 칼리나드의 노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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