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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881
    작성자 : song
    추천 : 8
    조회수 : 1073
    IP : 118.38.***.23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10/18 14:16:29
    http://todayhumor.com/?panic_101881 모바일
    토끼꿈
    옵션
    • 펌글


    이 꿈을 처음 꾼 것은 7년 정도 전의 일이었다.


    토끼를 보고 있었다.


    임신 중의 토끼였다.




    토끼는 방 안에 웅크리고 있었고, 그 밑에는 비닐 시트가 방 구석구석에 깔려 있었다.


    옆에는 나이를 제법 먹은 할머니가(눈대중으로 보아 67세쯤 되어 보였다.) 가만히 토끼를 보고 있었다.


    방에는 문도 없었고, 아무 것도 없었다.




    방은 초등학교 교실 2개 정도를 이어 붙인 정도의 넓이였다.


    그 때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자각을 하고 있었다.


    뭐랄까 [아, 지금 이건 꿈이구나.] 라는 느낌이 왔다.




    그 때는 꿈에서 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토끼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갑자기 토끼가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복부(작은 구멍이 있었다.)에서 작은 벼룩 같은 것이 피와 함께 튀어 나왔다.




    피와 그 기묘한 물체는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다.


    순식간에 방 한 쪽 면에 피와 기묘한 물체가 가득 퍼졌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전혀 무서운 꿈이 아니었다.




    오히려 동화적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 이후부터가 무서웠던 것이다.


    갑자기 옆에 있던 할머니가 귀신의 모습으로 변해 [수를 세거라!(이런 뉘앙스였다. 정확하지는 않다.)]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가르키는가 싶었지만 곧 알아차렸다.


    저 몇억은 되어 보이는 기묘한 물체다.


    나는 무서워서 필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것부터 수를 세어갔다.




    할머니는 나를 가만히 보고 있다.


    여전히 귀신 모습이다.


    그 기묘한 물체 역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유도 알 수 없고, 기분 나빠 보이는 광경이었던 셈이다.


    내 발 아래에서 왠지 기분 나쁜 물체가 피 속에서 발버둥치고 있었으니까.


    나는 필사적으로 수를 세고 있었지만, 30마리를 지나갈 즈음 꿈에서 깨어나고 싶어졌다.




    그렇다, 이것은 꿈이니까 일어나면 되지 않은가.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떠라, 눈을 떠라!] 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눈 앞이 캄캄해졌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내 눈 앞을 가린 느낌이었다.


    [그건 뭐였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필사적으로 계속해서 눈을 뜨자고 외쳤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다.




    그럭저럭 1시간은 외친 것 같았는데도.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외쳤다.


    그러자 다음 순간, 나는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되었다.




    소리도 칠 수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문득 나는 눈을 뜨기 위해 눈꺼풀에 힘을 줘봤다.


    ...눈이 떠지지 않는다.




    무슨 짓을 해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손을 써서 억지로 눈꺼풀을 열어보기로 했다.


    ...눈이 없다.




    안구가 없는 것이다.


    아픔은 없었다.


    다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이 있는 곳을 찔러봐도 아무 것도 없었다.


    고함을 치려해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할머니의 시선이 아프도록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세어 나갔다.


    손으로 더듬어 가면서.




    그리고 문득 손에 무엇인가가 닿았다.


    둥글고 미끈미끈하고 뭉글뭉글했다.


    그것은 2개가 연속으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째서인지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다.


    그것은 나의 눈알이다.


    나는 완전히 이 꿈에 질려버렸다.




    나는 모든 행위를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할머니가 이 쪽으로 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예리한 물건이 가슴팍에 눌러댔다.




    [다음은 언제냐?] 라는 물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깼다.


    이 꿈은 요즘도 종종 꾸고 있다.




    모든 것은 언제나 같다.


    또 그 기분 나쁜 물체를 세야한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울적해진다.


    그리고 언제나 할머니는 마지막에 나에게 묻는 것이다.




    [다음은 언제냐?] 라고.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312?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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