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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796
    작성자 : song
    추천 : 11
    조회수 : 930
    IP : 112.169.***.9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9/11 14:25:55
    http://todayhumor.com/?panic_101796 모바일
    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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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조금 안정되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이야기입니다.


    조금 길 것 같지만 그래도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과거에 2번, 아이를 낙태시킨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아직 어렸던 17살 때의 일로, 피임에 실패했던 탓이었습니다.


    두번째는 23살 때였습니다.


    당시 여자친구와는 2년 정도 사귀고 있었고, 나는 그녀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아이가 생겨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약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임도 하지 않고 관계를 가지곤 했었습니다.


    딱히 그녀도 거부하지 않았었구요.


    역시 여자친구는 얼마 안 있어 임신을 했고, 나는 그것을 기회로 청혼을 했습니다.




    나는 당연히 여자친구가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부모님에게 거절할 수 없는 혼담이 들어왔다며 반대로 헤어지자고 말을 꺼냈습니다.


    집안의 사정이랄까, 정략 결혼 같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헤어진다고 해도 아이가 문제였습니다.




    나는 정말로 아이가 보고 싶었습니다.


    심지어 아이는 나 혼자서라도 키울테니 낳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녀와 결혼할 남자의 부모님마저 찾아와 부탁한 탓에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하고 말았습니다.


    새로 결혼을 하려는 신부에게 다른 남자와 아이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죠.




    솔직히 17살 때는 [아, 귀찮게 임신이라니...] 라고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6년이 지나고 나서 나는 진심으로 후회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부터 내 몸 상태는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깨가 무거워지고, 식욕이 줄어들었습니다.


    자다가도 알 수 없는 무서운 꿈을 꾸어서 깨어나곤 했습니다.




    병원에 찾아가 봤지만 원인 불명이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나는 아무래도 심적인 타격이 큰 일을 겪은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곧 잊을 수 있을거라고, 몸도 좋아질 거라고 말이죠.




    하지만 몸 상태는 날이 갈 수록 나빠져만 갔습니다.


    끝내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되었지만 차도가 없어 나는 하던 일마저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나는 요양을 위해 친가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간병을 받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몸 상태는 여전히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68kg 이었던 몸무게는 2달 사이 52kg 까지 빠져 버렸습니다.


    병원에 가 봤지만 여전히 원인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쯤 시간이 지나고, 나는 조상의 제삿날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친척들은 모두 내 모습을 보고 놀라면서 걱정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제사도 끝나고 돌아가려는데, 이모님 한 분이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너희 엄마한테 들었단다. 이모가 용한 무당을 알고 있는데 소개시켜줄까?]


    나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혹시 나을 가능성이 있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개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당은 나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기 귀신이 달라 붙어 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거기다 숫자도 확실히 2명이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낙태에 관해서는 친척은 물론이고, 이 무당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반쯤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그 사람에게 제령을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무당은 [제령은 해 드리겠습니다만, 그것은 아기 귀신을 공양하는 것 뿐 다른 효과는 없습니다. 지금 당신의 몸이 안 좋은 건 생령의 영향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히 물어보니, 아기들의 귀신은 내게 붙어 있지만, 이 귀신들은 나에게 해를 끼칠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내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은, 그 귀신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나의 후회와 더불어 다른 누군가의 후회가 겹친 탓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는 사람도 몸이 안 좋아졌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우선 나는 아기들의 공양을 부탁했습니다.


    조금 맥이 빠졌지만,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손을 모아서 기도했습니다.


    조금 눈물이 흘렀습니다.




    반쯤 울고 있는 나를 보며 무당은 [그 눈물이 당신을 괴롭히는 겁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나말고 후회하고 있는 사람, 그것은 17살 때의 여자친구나 23살 때의 여자친구 둘 중 하나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결혼을 거절당한데다 더 최근이었던 23살 때의 여자친구 쪽으로 기우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나는 몇달만에 그녀에게 연락을 하고, 만나기로 했습니다.


    몇개월만에 만난 그녀는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무당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고, 혹시 마음에 짚이는 것이 없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모른다는 대답 뿐이었습니다.


    나는 후회하고 있지 않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혹시 낙태한 걸 후회하고 있다면 그만 두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결혼 생활도 순조로운데다 매일 매일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낙태한 아기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다지 강하게 후회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나는 내가 너무 비참해져서 곧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남아 있는 17살 때의 여자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그녀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6년 전에 헤어졌던터라 연락처는 없어진 후였습니다.


    나는 딱히 사이가 좋지 않은 옛 친구들에게도 닥치는대로 전화를 걸어 그녀의 연락처를 알아 봤습니다.




    그러던 도중 한 여자 아이가 [아, A의 친구를 말하는거지? A한테 물어보면 알 걸?] 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럼 좀 알아봐 줄래?] 라고 부탁했지만, [그런데 그 아이라면...] 이라고 중얼대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세상을 떠난 거 아니었어?]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뭐!?]


    [어...? 그렇지만 네가...]


    [잠깐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몹시 머뭇거리던 그녀에게 들은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그녀가 낙태를 한 후, 퇴원하기 전에 이별을 고했습니다.


    원래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데다, 임신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고, 마침 내가 좋다는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리 철없던 시절이라도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만...


    그 후에는 딱히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 그녀는 그 낙태의 후유증 때문에 1달 뒤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역시 직접 찾아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연락처를 받아냈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녀의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이 한 이야기는 내가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 그대로였습니다.




    나는 두 분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습니다.


    아버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어머님은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실수라고 해도 딸은 이제 돌아올 수 없어. 법률 상으로는 당신에겐 죄가 없겠죠.]




    [그렇지만... 그런 뜻으로 사과하는게 아닙니다.] 라고 내가 말하자 [맞아요. 나는 딸을 죽인 건 당신이라고 생각해요. 평생 후회하면서 사세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온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저주를 받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얻어 맞거나 욕을 먹는 편이 좋았을 겁니다.


    몸의 이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당에게는 계속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후회하고 있는 것들이 사라지면, 반대편의 생령이 내게 개입할 수 없어진다고 해서, 빨리 잊고 미래를 생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에 나가서 공덕을 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낙태 따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일까요?


    최근 나는 불교 관련 책들을 계속 읽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부모님을 만난 후 무당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어머님께 용서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매일 사과하러 가면 어떨까요?]


    [안 됩니다. 이제 그 사람은 만나지 마세요. 당신에게 맺혀있던 흐릿한 후회의 감상은 이제 완벽하게 증오로 바뀌었습니다. 저주로 바뀌려고 하고 있어요. 이제 꿈에도 나올 겁니다.]


    그 이후 나는 매일 밤 어슴푸레하지만 강렬한 악몽을 꾸고 있습니다.




    피투성이 방에서 큰 소리로 울부 짖는 중년 여자의 목소리.


    아마 그녀의 어머니겠지요...



    출처: https://vkepitaph.tistory.com/415?category=348476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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