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br></p> <p>작년까지 내가 살고 있던 아파트는 디귿(ㄷ)자 모양으로 생긴 3층짜리 건물이었다.</p> <p> <br></p> <p>엘리베이터는 없었고, 나는 204호에 살고 있었다.</p> <p> <br></p> <p>우리 집 현관 바로 맞은 편에는 201호가 보인다.</p> <p> <br></p> <p> <br></p> <p> <br></p> <p>201호는 내가 처음 입주했을 때부터 빈 집이었다.</p> <p> <br></p> <p>방에 담배 냄새가 배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나는 현관 앞에서 담배를 피곤 했다.</p> <p> <br></p> <p>종종 그런 모습을 보고 짜증을 내는 이웃도 있었기에 주로 한밤 중에 피웠다.</p> <p> <br></p> <p> <br></p> <p> <br></p> <p>그 날 역시 새벽 1시에 밖에 나와 잠시 쉬며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정면에 있는 201호 현관 옆 창문에 이상한 것을 찾아냈다.</p> <p> <br></p> <p>처음에는 단순히 흰 얼룩이라고 생각했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이 손바닥만한 손자국이었다.</p> <p> <br></p> <p>아마 동네 아이가 창을 열고 들어가 빈 방에서 장난을 쳤던 것 같았다.</p> <p> <br></p> <p> <br></p> <p> <br></p> <p>별 생각 없이 그 손자국에 손가락을 댔다.</p> <p> <br></p> <p>그리고 나는 알아차렸다.</p> <p> <br></p> <p>그 손자국은 방 안에서 생겨났던 것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하지만 그냥 청소를 하던 사람이 더럽혔구나 싶은 생각에 그 날은 그냥 방으로 돌아갔다.</p> <p> <br></p> <p>그리고 며칠이 지나 손자국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렸을 무렵, 어느 날 또 똑같이 담배를 피러 현관 앞에 나갔다.</p> <p> <br></p> <p>문득 201호의 창문을 보고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p> <p> <br></p> <p> <br></p> <p> <br></p> <p>손자국이 커져 있었다.</p> <p> <br></p> <p>정확히 말하져만 커졌다기 보다는, 손을 꽉 누른 채로 힘을 써서 옆으로 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p> <p> <br></p> <p>안에서 청소는 안 하고 무슨 짓을 한 거야... 라고 생각하며 별 생각 없이 보고 있는데, 203호의 문이 열리고 거기 사는 다나카씨가 나왔다.</p> <p> <br></p> <p> <br></p> <p> <br></p> <p>[아...]</p> <p> <br></p> <p>이런, 담배를 피고 있는 걸 들켰다.</p> <p> <br></p> <p>등 뒤로 휴대용 재떨이에 담배를 던지고, 거북한 얼굴을 한 채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p> <p> <br></p> <p> <br></p> <p> <br></p> <p>[하하하,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라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p> <p> <br></p> <p>[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뒤돌아 보니 어느새 다나카씨는 가까이 와 있었다.</p> <p> <br></p> <p>[저거, 커지고 있네요?] 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p> <p> <br></p> <p> <br></p> <p> <br></p> <p>[아... 역시 그렇죠? 도대체 청소하는 사람이 안에서 무슨 짓을 한건지...]</p> <p> <br></p> <p>[청소하는 사람이었을까요...?]</p> <p> <br></p> <p>[네? 무슨 말씀이세요?]</p> <p> <br></p> <p> <br></p> <p> <br></p> <p>[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지난 번 집 주인한테 물어봤었거든요. 그렇지만 저 집 청소는 옛날에 끝났다네요.]</p> <p> <br></p> <p>[네? 그럼 역시 아이들의 장난일까요?]</p> <p> <br></p> <p>[그렇지만 문은 모두 잠겨 있답니다. 직접 보러도 왔지만 "원래 있는 얼룩입니다." 라는 말만 하더라구요. 집 주인도 나이가 있다보니 요새는 얼굴 보기도 힘들고...]</p> <p> <br></p> <p> <br></p> <p> <br></p> <p>그럼 도대체 저건 뭘까... 라고 내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자, 그는 어색해졌던 것 같다.</p> <p> <br></p> <p>[아, 이런 한밤 중에 이상한 소리를 했네요. 미안합니다. 그럼 저는 편의점에 가 보겠습니다.]</p> <p> <br></p> <p>그 말만을 남기고 다나카씨는 계단을 내려갔다.</p> <p> <br></p> <p> <br></p> <p> <br></p> <p>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탓에 나는 친구의 지인인 사토씨에게 상담을 했다.</p> <p> <br></p> <p>사토씨는 영능력자나 영감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p> <p> <br></p> <p>다만 그런 것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많이 읽어보고, 관련 장소에도 많이 가 본 사람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옷차림도 평범하고 성격도 조용하다.</p> <p> <br></p> <p>이상하게 소란 피우는 것은 부끄러웠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좀 불안했기에 그에게 상담을 받은 것이었다.</p> <p> <br></p> <p>이야기를 들은 사토씨는 빨리 보고 싶어했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에 우리 집에 와서 그 얼룩을 보러 갔다.</p> <p> <br></p> <p> <br></p> <p> <br></p> <p>[이거, 여기서 나오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이 방에서 말이야.]</p> <p> <br></p> <p>[나오고 싶다고?]</p> <p> <br></p> <p>[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말이야.] 라고 말하며 사토씨는 이야기를 시작했다.</p> <p> <br></p> <p> <br></p> <p> <br></p> <p>누군가가 이 방에서 나오고 싶어 하는 것이다.</p> <p> <br></p> <p>지금까지는 이 방에 살던 사람이 적절한 처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일이 없었던 것 같다.</p> <p> <br></p> <p>그 사람은 방을 떠나면서도 어느 정도 그 처치를 해 두었을 것이다.</p> <p> <br></p> <p> <br></p> <p> <br></p> <p>하지만 무엇인가의 여파로 이 창문에만 빈틈이 생기게 된 것이다.</p> <p> <br></p> <p>왜 그 사람이 이것을 봉인해 두었는지,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p> <p> <br></p> <p>사토씨는 여기까지 이야기 하고 입을 닫았다.</p> <p> <br></p> <p> <br></p> <p> <br></p> <p>[그럼 집 주인한테 부탁해서 같이 들어가 볼래?] 라고 물어봤지만, 거절당했다.</p> <p> <br></p> <p>[나한테 그 정도 용기는 없어. 여기는 확실히 분위기가 안 좋아. 아마추어지만 나도 그 정도는 느껴져.] 라고 말하고 허둥지둥 사토씨는 떠나가 버렸다.</p> <p> <br></p> <p>나도 허겁지겁 따라가 밥을 한끼 대접하고, 여러 이야기를 들은 다음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p> <p> <br></p> <p> <br></p> <p> <br></p> <p>상당히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아파트로 돌아오는 도중, 다나카씨와 1층 입구에서 만났다.</p> <p> <br></p> <p>일에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p> <p> <br></p> <p>[일요일인데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수고가 많으시네요.]</p> <p> <br></p> <p> <br></p> <p> <br></p> <p>[아뇨,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p> <p> <br></p> <p>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계단을 같이 오른다.</p> <p> <br></p> <p>밤이 깊은데다 주변이 조용한 탓에 201호를 바라볼 마음은 나지 않았다.</p> <p> <br></p> <p> <br></p> <p> <br></p> <p>그것은 다나카씨도 마찬가지였던 듯 하다.</p> <p> <br></p> <p>둘이서 그대로 앞을 보며 걸어가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p> <p> <br></p> <p>2층에 도착해 [자, 그럼.], [아, 네.] 라고 인사를 주고 받고 헤어진다.</p> <p> <br></p> <p> <br></p> <p> <br></p> <p>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고 했지만, 저녁에 사토씨와 나눴던 이야기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p> <p> <br></p> <p>조금 돌아볼까...</p> <p> <br></p> <p>살짝 돌아보는데, 옆 쪽의 다나카씨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p> <p> <br></p> <p> <br></p> <p> <br></p> <p>다나카씨는 크게 눈을 뜨고, 굳은 채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다.</p> <p> <br></p> <p>아마 201호인 것 같다.</p> <p> <br></p> <p>나도 조심스레 201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p> <p> <br></p> <p> <br></p> <p> <br></p> <p>무엇인가 이상하다...</p> <p> <br></p> <p>[열리고 있어.]</p> <p> <br></p> <p>[네?]</p> <p> <br></p> <p> <br></p> <p> <br></p> <p>[창문, 열리고 있어.]</p> <p> <br></p> <p>창문에 시선을 옮기면, 확실히 열려 있다.</p> <p> <br></p> <p>나와 다나카씨가 한 눈을 팔지 못한 것은 그것 뿐이 아니었다.</p> <p> <br></p> <p> <br></p> <p> <br></p> <p>무엇인가가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p> <p> <br></p> <p>그것은 처음 생각했던 사람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p> <p> <br></p> <p>검고 작은 어쩐지 파충류 같이 생긴 것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그런 것이 계속 창 틈새로 기어나오려 하고 있었다.</p> <p> <br></p> <p>위험하다.</p> <p> <br></p> <p>이 놈에게 발견되면 큰일 난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p> <p> <br></p> <p> <br></p> <p> <br></p> <p>당황해서 주머니에서 필사적으로 열쇠를 찾았다.</p> <p> <br></p> <p>하지만 주머니에서 열쇠가 좀체 잡히지 않는다.</p> <p> <br></p> <p>다나카씨는 벌써 열쇠 구멍에 열쇠를 쑤시고 있다.</p> <p> <br></p> <p> <br></p> <p> <br></p> <p>겨우 열쇠가 손에 닿았지만, 들고 있던 책에 부딪혀 열쇠가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p> <p> <br></p> <p>아래에 가려면 계단을 내려가야만 한다.</p> <p> <br></p> <p>그러려면 201호 쪽으로 가야 한다.</p> <p> <br></p> <p> <br></p> <p> <br></p> <p>나에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p> <p> <br></p> <p>[철컹]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그 녀석은 이미 창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p> <p> <br></p> <p>나는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해 하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p> <p> <br></p> <p> <br></p> <p> <br></p> <p>그 순간, 다나카씨가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p> <p> <br></p> <p>그러자 지금까지 매우 천천히 움직이고 있던 그 녀석이, 말도 안되는 속도로 땅을 기어서 문이 닫히기 직전 다나카씨의 방으로 들어갔다.</p> <p> <br></p> <p>다나카씨는 그것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그대로 문은 닫히고 말았다.</p> <p> <br></p> <p> <br></p> <p> <br></p> <p>방으로 달려들어가는 발소리가 들리고, 고요함만 남았다.</p> <p> <br></p> <p>나는 무서워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p> <p> <br></p> <p>그 후, 나는 다나카씨를 본 적이 없다.</p> <p> <br></p> <p> <br></p> <p> <br></p> <p>그렇다고 방의 모습이 이상하다던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지도 않았다.</p> <p> <br></p> <p>단지 나와 생활 시간이 달라서 마주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p> <p> <br></p> <p>나는 어쩔 바를 몰라서 사토씨에게 이 일을 상담했다.</p> <p> <br></p> <p> <br></p> <p> <br></p> <p>사토씨의 말에 의하면, 다나카씨가 선택된 것은 단지 우연이라는 것이었다.</p> <p> <br></p> <p>단지 가까웠기 때문에.</p> <p> <br></p> <p>나는 운이 좋았던 것이다.</p> <p> <br></p> <p> <br></p> <p> <br></p> <p>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p> <p> <br></p> <p>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제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p> <p> <br></p> <p>다나카씨는 어떻게 된 것일까.</p> <p> <br></p> <p> <br></p> <p> <br></p> <p>나는 회사에 전근 신청을 내고 그 아파트를 떠났다.</p> <p> <br></p> <p>벌써 몇 년은 더 된 이야기이다.</p> <p> <br></p> <p>다나카씨는 아직 그 아파트에 있는지, 그 아파트는 아직도 있을지 모르겠다.</p> <p> <br></p> <p> <br></p> <p> <br></p> <p>신경은 쓰이지만 차마 갈 용기가 나지를 않는다.</p> <p> <br></p> <p> <br></p> <p>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436?category=348476">https://vkepitaph.tistory.com/436?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