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다.</div> <div><br></div> <div>거기서 당연하다는 듯 화제에 올랐던, 우리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를 하나.</div> <div><br></div> <div>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3층짜리 건물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꼭대기인 3층은 1, 2학년 교실, 2층은 3, 4학년 교실, 가장 낮은 1층은 5, 6학년 교실이었다.</div> <div><br></div> <div>다른 학교에 다녔던 사촌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깜짝 놀랐던 걸로 봐서는 우리 학교가 좀 특이했던 거 같다.</div> <div><br></div> <div>건물 자체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낡았다고까지 하기는 뭐해도 좀 오래 되어 보이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복도 벽 같은데는 때가 타서, 어린 마음에도 더럽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div> <div><br></div> <div>그런데 묘하게도 1층, 6학년 2반 교실 앞 복도만은 어쩐지 벽이 깨끗하게 칠해져 있었다.</div> <div><br></div> <div>6학년이 될 때까지는 알아차리지도 못하던 것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뭐, 저학년일때는 무서워서 1층에는 얼씬도 못했었으니 당연한 거긴 하지만.</div> <div><br></div> <div>원래 콘크리트 벽과 비슷한 색의 페인트가, 바로 옆 6학년 1반과 6학년 3반에는 제대로 칠해져 있다.</div> <div><br></div> <div>꼭 6학년 2반 앞 복도만 눈에 띄게 깨끗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어느날, 그 하얗게 칠해진 벽 끄트머리 부근, 6학년 3반 쪽 복도 벽을 무심코 봤다.</div> <div><br></div> <div>거기에는 희미하게 연필로, "<-여기" 라고 써 있었다.</div> <div><br></div> <div>"<-여기" 라고 써져있는 곳을 따라가봐야, 딱히 특별할 거 없는 그냥 벽이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무렵 학교에서는 이곳저곳에 낙서를 하는 게 유행이었다.</div> <div><br></div> <div>"왼쪽으로 다섯 걸음", "곧바로 여덟 걸음", "위를 바라봐" "오른쪽을 바라봐" 같이 적고, 그걸 따라 나아가는 게임 같은 거.</div> <div><br></div> <div>그랬기에 "<-여기" 라는 낙서 또한 그런 것의 일종이라 여기고, 별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2주일 정도 지났을까?</div> <div><br></div> <div>친구 Y가, 복도로 나를 불렀다.</div> <div><br></div> <div>가보니 복도 벽, "<-여기" 의 화살표 끝에, 푸른 얼룩이 떠올라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5cm 정도의 작은 크기였지만, 정확히 화살표가 가리키는 위치였기에, 나와 Y는 [굉장하다! 엄청 신기하네.] 하고 수근거렸다.</div> <div><br></div> <div>다음날, 학교에 와 보니 그 얼룩은 갑작스럽게 두배 정도 크기가 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이미 "<-여기" 라고 적힌 글자 부분까지 늘어나, 글자 또한 보이지 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얼룩의 모양은 어쩐지 사람 손바닥 같은 느낌이었다.</div> <div><br></div> <div>그쯤되니 다른 아이들도 그 얼룩의 존재를 알아차렸다.</div> <div><br></div> <div>생긴 것도 손바닥 모양이니, 순식간에 "저주의 얼룩" 이니 하는 이름으로 소문이 퍼졌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 이야기가 선생님 귀에도 들어간 것인지, 그날 종례 시간에는 [아무 것도 아닌 그냥 얼룩이니까, 신경 쓰지 마라.] 며 반쯤 강제적으로 집으로 돌려보내졌다.</div> <div><br></div> <div>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학교에 가니, 놀랍게도 복도 벽, 얼룩이 있던 부분이 통째로 벗겨져 떨어져 있었다.</div> <div><br></div> <div>게다가 그곳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길고 얇은 균열이라고 할까, 금이 가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교실에 왔을 때는 이미 복도에 몇명인가 아이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div> <div><br></div> <div>조례 시간이 되어 선생님이 오기 전까지, 우리 반과 양 옆반 아이들이 모여 난리도 아니었다.</div> <div><br></div> <div>[이 뒤에 무언가 있는거야.], [시체가 묻혀있을거야.] 라는 말까지 나오더니, 반에서 가볍기로 유명한 K라는 녀석이 커터칼로 그 금을 긁어내려 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딱 그 순간 선생님이 오셔서, 엄청 혼났다.</div> <div><br></div> <div>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모른체 하고 교실에 앉아 있었지.</div> <div><br></div> <div>점심시간, K가 질리지도 않았는지 [아침에 하던거 계속 해보자.] 하고 말을 걸어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벽을 긁어내는 걸 계속 하자는 거였다.</div> <div><br></div> <div>나는 혼날게 무서워서 [싫어.] 라고 대답했지만, K는 [여기 좀 봐.] 라며 나를 이끌었다.</div> <div><br></div> <div>얼룩이 벗겨진 벽에는, 색이 다른 부분이 보였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회색 벽에, 검고 굵은 선으로 횡단보도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는게, 벗겨진 부분 사이로 보였다.</div> <div><br></div> <div>[계속 가면 뭐가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div> <div><br></div> <div>K의 말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K는 커터칼을 들고, 벗겨진 벽 부분을 긁어대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재미있다는 듯 페인트 칠을 벗겨나간다.</div> <div><br></div> <div>그러자, 그 안에서 "반(組)" 이라는 글자가 나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까 횡단보도처럼 보였던 건, "반(組)" 의 오른쪽 부분이었던 것이다.</div> <div><br></div> <div>더 긁어나가면 뭔가 써있을 거라는 게 확실했다.</div> <div><br></div> <div>남자 중 반은 같이 달려들어 벽 페인트를 벗기기 시작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컴퍼스 바늘을 쓰는 놈도 있고, 자로 긁어대는 놈도 있고, 조각칼을 가져온 녀석까지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뒤에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대개 이런 경우, 벽 뒤에서 시체가 나오거나, 글자가 빽빽하게 적혀 있고 부적이 잔뜩 붙여져 있다느니.</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당시에도 이미 그런 무서운 이야기는 몇개 알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과연 이 벽 너머에도 그런 게 있을까?</div> <div><br></div> <div>두근거림과, 선생님한테 들키면 어떻게 되나하는 조바심에, 심장이 꽉 조여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점심시간이 반도 채 지나지 않아, 벽의 페인트는 금세 다 벗겨졌다.</div> <div><br></div> <div>안에서 나온 것은 귀신도 뭣도 아닌, 아이들이 그린 것 같은 그림이었다.</div> <div><br></div> <div>"헤이세이 2년1 6학년 2반" 이라고 써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당시 졸업생이 그린 거겠지.</div> <div><br></div> <div>30명 정도의 남자와 여자 캐리커쳐가 단체 사진처럼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div> <div><br></div> <div>다만 이상하게도, 그 얼굴 하나하나에는 모두 붉은 페인트로 가위표가 쳐져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특히 윗단 오른쪽에서 세번째에 있는 아이는, 가위표를 넘어 아예 붉은색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div> <div><br></div> <div>그 아래 적혀 있었을 이름 또한, 조각칼 같은 것으로 긁혀서 읽을 수가 없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선생님한테 혼날 것이라 생각해 각오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하지만 5교시가 되어 선생님이 오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div> <div><br></div> <div>[좋아, 5교시는 체육관에서 자습이다. 가방에 교과서 다 넣고, 5교시가 끝나면 다들 집에 가도록 하렴. 청소도 안해도 되니까. 교실로 돌아오지 말고 그대로 집에 가.]</div> <div><br></div> <div>화는 전혀 내지 않으셨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다음날 학교에 오니, 1층 교실은 모두 출입금지로 바뀌어 있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급히 지은 가건물에서 나머지 6학년을 보내야만 했다.</div> <div><br></div> <div>얼마 전, 졸업하고 13년만에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는데, 당연히 그 사건이 화제에 올랐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당시 담임 선생님도 오셨었기에, [선생님, 그 일 기억 나시죠? 무슨 일이었던거에요?] 하고 물어봤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선생님은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니? 기억이 안 나는구나.] 하고 시치미를 딱 뗄 뿐이었다.</div> <div><br></div> <div>우리는 아직도 모두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div> <div><br></div> <div>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1409?category=348476" target="_blank">https://vkepitaph.tistory.com/1409?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