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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01242
    작성자 : B14
    추천 : 5
    조회수 : 1698
    IP : 183.101.***.59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20/03/25 21:13:17
    http://todayhumor.com/?panic_101242 모바일
    [창작괴담] OO시 싱크홀 사건
    옵션
    • 창작글

    “와, 이게 그 싱크홀이야?”

    “엄청 깊다. 끝이 안보여요.”

    “어이구, 여기 빠지면 야, 뼈도 못 찾겠는데?”

    “진수야, 니 한번 들어가봐라. 워보이처럼. 우리가 기억해줄께.”

    “니나 들어가라. 빙시야 .”

    “여기서 누구 밀면 완전범죄 가능?”

    “새벽에 난 꽝꽝거리는 게 포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니까.”


    사람들은 아침부터 모여서 저마다 한 마디씩 티비로만 보던 것을 처음 눈으로 보는 감상평을 내뱉고 있었다.

    OO시 인근 야산, 약수터에 싱크홀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올라온 건 동네 주민들뿐만이 아니었다. SNS를 통해 소식을 듣고 학교수업을 제끼고 온 학생들부터 핸드폰을 이용해 생중계에 나선 인근 유튜버까지 각자 장비와 사진기를 들고 잔뜩 모여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대략 버스 한대가 가로로 들어갈 너비에 끝도 없이 깊은 거대한 구멍이 검은 아가리를 벌리며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 아침 시간엔 새벽 밤잠없는 노인들과 약숫물을 길러 온 사람들만 있던 한적한 약수터는 축제라도 열린 광장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음에도 빠르게 번진 소문엔 당할 재간이 없었는지 아니면 너무 이른 아침이여서인지, 사람들의 안전을 통제해야할 인력들은 아직 배치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덕분에 구멍 안쪽을 남들보다 더 가까이서 보겠다고 만용을 부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흉측한게 우리 동네에 생기다니...쯧쯧, 이제 갑세.”

    “야, 다 봤다. 내려가서 애들한테 자랑이나 하자.”


    사실 말 그대로 거대한 구멍일 뿐, 더 볼만한 것은 없었기에 점점 볼장 다 본 사람들이 빠져나가려는 찰나, 누군가 다 마신 콜라캔을 구멍 속으로 던졌다. 하산하려던 사람들의 시선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캔의 궤적에 고정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를 양껏 받은 콜라캔은 깊은 심연 속으로 조용히 사라질 뿐이었다. 


    “진짜 깊은 가보다야. 땅에 부딪히는 소리도 안들리네.”


    그 때, 경쾌한 퐁!소리와 함께 버려졌던 콜라캔이 다시 솟아올라 아까 땅에 떨어져 낡은 운동기구 쪽으로 데구르르 굴러갔다.


    “와!”

    “뭐야 방금?”

    “뭔데? 난 못 봤어.”

    “올라왔어, 다시 올라왔어 저거!”

    “봤어요? 시청자 여러분 방금 저거 봤어요?”


    상상도 못한 광경에 야산은 금새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콜라캔이 하나의 촉매제라도 된 것 마냥 이번엔 누군가 들고있던 일회용 커피컵을 던졌고, 약속이라도 한 듯 구멍은 또 퐁! 소리와 함께 그대로 삼켰던 쓰레기를 다시 던져올려줬다. 이제 주춤거리던 사람들은 저마다 주머니에서 필요없는 물건이나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나 돌멩이라도 주워서 구멍을 향해 던져보기 시작했다. 


    포포퐁!

    포퐁! 

    퐁! 퐁! 포포퐁!


    약 10분 간 깊은 구멍에서는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던진 물건을 성실하게 반납하는 포포퐁!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악! 내 머리!” 

    “어떤 놈이 이렇게 큰 바위를 던졌냐! 나와!”


    다들 신기해하며, 감탄를 지르는 와중에는 다시 튀어오른 물건들에 부상을 입는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용감했던 여학생은 자기 핸드폰 카메라를 녹화모드로 해놓고 구멍을 향해 힘껏 던졌다. 거대한 구멍은 다시 한번 퐁! 소리와 함께 핸드폰을 뱉어냈으나, 기대와는 달리 핸드폰에는 당췌 분간 안되는 칠흑같은 어둠만 찍혀있을 뿐이었다.


    “찍혔어? 뭐 보여?”

    “빛이 닿질 않아서 그런가? 아무것도 안보여.”


    여학생이 친구들과 모여서 찍힌 영상을 보고 있을 때, 츄리닝 차림의 젊은 남자가 결심이라도 한듯이 싱크홀 가장자리에 발을 내딛였다.


    “야! 진짜 할거야? 미친XX.”


    뒤에는 스냅백 모자를 쓴남자가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낄낄대고 있었다.


    “뒤로 와, 미친X아, 그러다 훅 가는거야.”

    “어이, 젊은이, 뭐하는 거야. 어서 이리로 나와.”

    “에구, 총각, 위험혀!”

    다들 걱정된 목소리로 그에게 한 마디씩 던졌지만, 그들도 속으로는 내심 결과를 궁금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과연 사람도 이만한 높이까지 뱉어낼까?


    “야, 이 정신나간 새끼야. 이리 당장 안와!”

    결국 보다못한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분이 결국 츄리닝입은 남자에게 다가가자 이때다 싶었던 남자는 못이기는 척 혀를 내밀고서 아쉽다는 표정으로 뒤로 돌아설 뿐이었다.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가 서있던 가장자리가 무너져내린건 바로 그때였다.


    가장 가까이 있던 아저씨가 손을 채 내밀기도 전에 “어엇?” 하는 단발마와 함께 츄리닝 차림의 남자는 구멍 속으로 사라져버렸다.너도 나도 할 거 없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방금 자신들이 본 끔찍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그 중에 한 순간 폭삭 늙어버린 것 같은 표정을 한 것은 바로 뒤에서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이 모든 걸 찍었던 츄리닝의 스냅백 친구였다.


    그대로 5년 같은 5초가 지났을까, 이젠 안타까움에 다들 혀를 끌끌 차기 시작하던 그때, 싱크홀 속에서 점점 비명소리가 커지더니, 방금 전 츄리닝 차림의 사내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졌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아랑곳 않고 그는 일어나자마자, 놀라서 졸도할 뻔한 스냅백을 붙잡고서, 소감을 털어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와아! 야야야! 뭐라해야하지? 무슨 암튼 미끈덕거리고 따스한 액체가 담긴 수영장같았어. 근데 기분이 너무 좋았어! 엄마 품 속 같았다고! 나 뛰었으니까 이번엔 니 차례야.”


    “이런 미친 새끼야, 니 뒤지는 줄 알았잖아. 그게 뛴 거냐. 떨어진거지.” 


    새하얗게 질렸던 스냅백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악을 써댔다.


    “그래? 그럼 나 또 뛸 거니까, 다시 찍어줘.” 

    “뭐? 야!”


    츄리닝은 말릴 시간도 주지않고서 이번엔 자기 스스로 거대한 구멍 속으로 몸을 던졌다. 사람들은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어날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들 숨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고 깊은 구멍만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진짜로 죽은 거 아냐?”

    “이번엔 안 올라오잖아, 에그머니나.”

    “젊은 사람이라도 글쎄…어휴.”

    “아니, 그러게. 한 번 살아났으면 관둬야지.”


    내려가기가 무섭게 바로 튀어올라온 콜라캔이나 돌멩이들과는 다르게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있었다. 조금씩 술렁대는 소리가 점점 커지며 사람들 사이에 번져가기 시작했다.


    그 때 ‘으하하하’하는 유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츄리닝 차림의 남자가 공중으로 솟아올라왔다. 두 발로 안전하게 착지까지 성공한 그는 그를 기다린 관중들에게 마치 연주회의 지휘자라도 된 양 멋들어지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다음은 시간은 좀 걸렸지만 아까 전 콜라캔이 솟아올랐을 때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졌다.

    하나, 둘씩 사람들은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자기 몸을 구멍 속으로 내던지기 시작했다. 남녀커플들은 손을 잡거나 고목나무에 매미마냥 서로 꼭 달라붙어 뛰어내려 다른 사람의 눈꼴을 시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 구멍은 앞서 츄리닝을 두 번이나 뱉으면서 이제 요령이라도 익혔는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치지 않게 사뿐히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알아서 힘을 조절해주는 듯 했다.


    또한 구멍 속으로 몸을 던져봤던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깊고 어두운 싱크홀 밑바닥에 마치 젤로처럼 점도 높은 액체가 고여있었고, 따스한 방 안처럼 잠시동안 아늑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 여러분, 주목해주세요. 우리 이럴 게 아니라, 한번에 다같이 뛰어내려봅시다. 제가 영상으로 남길게요.”


    곧이어 자신이 유튜버라고 밝힌 남자는 자신이 가져온 셀카봉 끝에 달린 핸드폰 카메라를 떼면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사실 그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없는 이런 희대의 대사건을 근사하게 영상으로 남겨 구독자 수를 불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여기 구멍 주변으로 손에 손잡고, 모여서 이번엔 한번에 뛰는 거에요!”


    한번씩 진기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겁날 것이 없다는 듯, 강강수월래를 할 때처럼 구멍 주위로 사람들이 양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모였다. 츄리닝 사내를 욕했던 아저씨는 쭈뼛거리더니 그 옆으로 와 그의 손을 붙잡고 섰다.


    “총각, 아까는 미안했네. 이럴 줄은 몰랐지.”

    츄리닝과 아저씨 사이에 '미안해, 괜찮아요'하고 심심한 사과가 오가고 있을 때 구멍을 둘러싸고 서로 손들을 맞잡은 이들 사이에서도 훈훈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와, 우리 이거 해외 뉴스 1면에 실리는 건가?”

    “기네스상? 뭐 그런것도 받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수진아, 잘 봐, 오빠가 멋있는거 보여줄게.”

    “여보, 지금 이거 보고 있지?”

    “우리 애들도 데려올 걸 그랬네.”


    그건 구멍으로 뛰는 행위가 완전히 안전하다는 확신이 만들어준 작은 운동회처럼 보였다.


    “하나, 둘, 셋 하면 뛰는 겁니다. 잠시만요. 저도 같이 뛰어요.”


    남자는 핸드폰을 삼각대에 설치하고 구멍 근처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고정하고,  해외 방송국에 영상을 얼마에 팔 수 있을까 생각에 만면에 미소를 활짝 보이며 사람들을 향해 뛰어갔다.

     

    “자, 셀게요! 하나, 둘, 셋! 점프!”

     

    ...



    “어휴, 지하철도 안다니는 촌동네에 무슨 싱크홀이야.”


    경찰이 인근 야산에 갑작스러운 싱크홀이 생겼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 오전 9시 쯤이었다. 각자 앞으로 모여들 사람들을 어떻게 막아야하나, 앞으로 그려질 모양새가 예상이라도 되는 듯, 미리 욕지거리를 한 사발씩 내뱉으며 올라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경찰들이 폴리스 라인과 입산 금지 팻말 등을 헉헉대며 메고 올라온 그곳엔 거대한 구멍 하나와 삼각대 위에 올려진 핸드폰 그리고 이제 버린 사람의 행방을 알 수 없게된 콜라캔만이 덩그라니 남겨져 있었다. 






     벌레잡이 통풀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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