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초대받은 사람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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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01217

작성자 : △ㅣ대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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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12.22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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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20/03/17 11: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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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초대받은 사람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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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speaker. 주아</div> <div> <div></div></div> <div>어쨌든 내 선택이었다. </div> <div>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으니까.</div> <div>날 위해 날 믿고 데려간 시연이에게도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div> <div>눈 밑 주름이 자글자글한 배나온 오빠를 공항에서 마주했을 땐 그대로 돌아서서 가고 싶었지만, 첫 선물이라며 내손에 명품 백을 들려주는데 웃을 수밖에 없었다.</div> <div>이걸 중고 사이트에 올리면 내 빚의 4분의 1은 갚을 수도 있을 것이다.</div> <div>시연이의 말이 맞았다. 이건 알바지 소개팅이 아니니까.</div> <div>억지웃음으로 하루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니 미역처럼 축 쳐졌다. </div> <div>시연이가 피곤한데 먼저 씻으라고 해준 배려가 너무 고마워 옷을 챙겨들고 욕실로 들어갔다.</div> <div>나쁜 생각은 버리고 충실하게 일하는 맘으로 내일도 잘 보내보자고 스스로 맘을 다지며 거품을 씻어내고 머리를 털고 나와 보니 남자 둘이 우리 방에 와 있었다.</div> <div>“주아씨 어서 와요. 맥주 시원한 걸로 새로 꺼내 줄게요.”</div> <div>배나온 오빠가 손짓을 하며 반기는 데 하나도 반갑지가 않았다.</div> <div>“주아야 얼른 와 앉아. 글쎄 아쉽다면서 맥주 딱 한잔만 더하고 자자고 쳐들어왔지 뭐냐. 괜찮지?”</div> <div>“미안해요, 주아씨. 물어보지도 않고 쳐들어와서. 딱 한잔만 먹고 건너갈게요.”</div> <div>시연이 남친 까지 사과하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div> <div>“괜찮아요. 맥주 좋죠.”</div> <div>딱 한잔만 한다던 술자리는 시연이 가방에서 40년산 위스키가 나오자 흥이 올랐다.</div> <div>독주를 처음 마셔본 나는 주량을 넘겼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div> <div>정확히는 언제부터 기억이 끊긴 건지조차 알수가 없었다. </div> <div>눈을 뜨니 목이 불타는 듯한 갈증과 두개골이 두 조각 난 듯한 두통이 동시에 찾아왔다는 것이다.</div> <div>그리고 옆에서 벌거벗고 누워있는 배불뚝이를 보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노란 물까지 토해버렸다.</div> <div>모든 것이 내 선택이었고, 실수였다.</div> <div>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div> <div>오랫동안 샤워를 하고 나와 보니 배불뚝이는 사라지고 없었다.</div> <div>‘주아씨, 머리 많이 아프죠? 씻고 아래로 내려와요. 해장하러 가요.’</div> <div>배불뚝이가 남긴 메모위엔 5만원권 다발이 놓여있었다. </div> <div>불쾌하던 속과 머리가 일순간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새로운 세상이었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speaker. 강</div> <div> <div></div></div> <div>“정말? 꺄악! 너무 좋아!!”</div> <div>친구들과 여행을 간다.</div> <div>어린 시절 당일치기 여행 말고는 우리끼리 한 번도 다녀 본 적 없는 여행이었다. </div> <div>“어디로 가는데? 해외? 꺄악~!!”</div> <div>괌으로 가자고 한다. 뭘 준비해야하지? 뭐부터 사야하나?</div> <div>머릿속에 오선지가 놓이고 현란한 음표들이 춤을 추고 있는 기분이었다.</div> <div>“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우리 여행 처음이잖아. 그냥 무조건 재밌게 놀다오자.”</div> <div>시연이가 원래 여행을 좋아했었나 보다. 난 참 시연이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div> <div>어릴 적엔 뭐든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div> <div>“강아, 지난번엔 미안했어. 이번 여행에서 우리 더 친해져서 오자. 정말 미안해.”</div> <div>주아가 내 눈치를 보자 내가 더 미안해 졌다.</div> <div>“괜찮아. 난 다 잊었어. 비온 뒤 땅 굳고 뭐 그런 거 있잖아. 우리 어릴 때 생각나고 너무 행복하다.”</div> <div>마치 꿈만 같은 계획이었다.</div> <div>여행은 준비하는 것 까지가 여행이라고 했다.</div> <div>괌에 대한 공부부터 하루하루의 일정과 개인 준비물까지 친구들과 공유하며 준비해 나갔다.</div> <div>이제 내일이면 인천공항에서 출발한다. </div> <div> <div></div></div> <div>커다란 캐리어 세 개를 부치고 작은 가방 하나씩을 들고 비행기로 향했다.</div> <div>4박 5일 동안 계획대로 맛있는 거 먹고 이국적인 코스를 돌며 꽉 채운 일정을 보낼 것이다.</div> <div>생각만 해도 짜릿해 졌다.</div> <div>나란히 자리에 앉아 조용한 소리로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div> <div>중학교 수학여행 때 보다 만 배는 설레는 순간이었다.</div> <div>탑승 전 나눠마신 와인 한 병 때문인지 비행기가 궤도에 오르자 스르르 잠이 들었다.</div> <div>주아가 조용히 흔들어서야 잠이 깼는데, 아래로 이국적인 풍경이 한가득 펼쳐져 있었다.</div> <div>짐을 찾아 비행기에서 못 다한 수다를 떨며 높은 웃음을 웃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div> <div>“같은 비행기 타고 오셨나 보네요. 한국에서 오셨죠? 저도 한국에서 왔어요. 반가워서요.”</div> <div>너털웃음을 웃는 아저씨는 괌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div> <div>한국에 들어갔다가 오는 길이라며 숙소까지 자기차로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div> <div>“어머~너무 친절하시다. 건비치에 있는 NK호텔아세요?”</div> <div>시연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div> <div>“물론 잘 알죠. 하하하하 원래 외국 나오면 같은 국민끼리 서로 돕고 그러는 거죠. 마침 제 회사와도 멀지 않으니 태워다 드릴게요.”</div> <div>“낯선 곳에서 좋은 분 만나 다행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div> <div>주아까지 인사를 하자 나만 뻘쭘하게 되었다.</div> <div>“감사합니다.”</div> <div>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라서 용기가 났다. 우리들의 첫 여행이니 무조건 행복하자!</div> <div>객실에서 내다 본 바다는 에메랄드 빛 자체였다. 끝없는 수평선과 야자나무는 사진을 찍어도 담길 것 같지 않았다. </div> <div>이곳은 바다도 예쁘지만 호텔의 수영장도 좋기로 소문이 났다.</div> <div>그러나 그런 모든 것을 뒤로 돌려도 좋을 만큼 배가 고팠다.</div> <div>우리는 짐을 풀고 어중간한 밥부터 먹기로 했다.</div> <div>점심은 이미 지났고 저녁은 아직 일렀지만 천천히 술 한 잔씩하며 먹다보면 왠지 운치 있을 것 같았다.</div> <div>호텔 산책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 나가니 시내가 나왔다. </div> <div>웹에서 찾아본다고 했는데도 막상 실물로 거리를 마주하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div> <div>그 때 반가운 듯한 한국말이 들려왔다.</div> <div>“어! 여기요~ 이렇게 보니 더 반갑네요.”</div> <div>우리를 데려다 준 아저씨였다.</div> <div>“어머! 어쩐 일이예요? 일하러 가신다더니.”</div> <div>시연이가 깜짝 놀라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떴다.</div> <div>“들어가 보니 이 사람들이 아직 점심도 못 먹고 일하고 있어서 일찍 끝내고 이른 저녁 하러 나왔습니다. 여기 저희회사 직원들이예요.”</div> <div>테이블의 아저씨 두 명이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div> <div>얼결에 따라 꾸벅 인사를 하자니 시연이가 앞으로 나선다.</div> <div>“저희도 오늘은 시내구경하며 밥부터 먹자고 나왔어요. 배가 너무 고파서요.”</div> <div>“그럼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하시죠. 제가 이 거리에서 제일 맛있는 집을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div> <div>난 계속 시연이에게 눈치를 주며 소맷자락을 당겼으나 주아가 나서며 말했다.</div> <div>“그럴까요? 저희는 여기가 처음이라 아는 곳이 없어서요. 좀 무섭기도 했는데 다행이네요. 후훗.”</div> <div>낯선 모습의 주아를 보니 내가 모르는 친구들의 모습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div> <div>하긴 어린 시절의 친구들은 이젠 없을지도 모른다.</div> <div>하는 수 없이 쫄래쫄래 따라가 고급스런 식당에 앉았다.</div> <div>이런 식당은 주문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해 더 낯설고 공포스러웠다.</div> <div>“주문은 제가 알아서 가장 맛있는 걸로 하겠습니다. 와인도 시킬 건데 다들 괜찮으시죠?”</div> <div>“그럼요~저희도 저녁 먹으며 가볍게 한잔 하려고 했거든요.” </div> <div>저녁을 어떻게 먹었는지 여긴 어떻게 앉아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div> <div>시연이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울려서 들려온다. 주아도 시연이도 바로 곁에 있는데 나만 다른 세계에 있는 듯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div> <div>“괜찮으세요? 유강씨 괜찮아요?”</div> <div>낯선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른다.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 아...아저씨의 회사직원이라는....이름이 뭐였더라?</div> <div>“누구시더라? 이름이…….”</div> <div>“하하하하 이도진입니다. 여기 유강씨는 먼저 들어가셔야 할 것 같은데요. 많이 취하셨나봐요.”</div> <div>“어머, 얘가 언제 이렇게 취했지? 강아! 유강! 정신 좀 차려봐!”</div> <div>“아직 시간도 이른데 급하게 마셨나? 어떻게 하지? 우리 그만 들어갈까?”</div> <div>“그러지 말고 자네가 좀 모셔다 드리지 그래. 이 친구 성실한 친구입니다. 믿으셔도 괜찮아요. 객실까지 잘 모셔다 드릴 겁니다.”</div> <div>“그럴까요? 뭐...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div> <div>누군가가 내 팔을 어깨에 걸치더니 허리를 움켜잡았다. 걸음을 똑바로 걸으려해도 도무지 내 맘대로 되질 않는다.</div> <div>이대로 괜찮은 걸까? 괜찮은 걸까?</div> <div> <div></div></div> <div>아침인가보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div> <div>간신히 몸을 일으켜 생수를 꺼내 단숨에 비웠다.</div> <div>어찌된 일인지 주아와 시연이는 보이질 않는다.</div> <div>어딜 간 거지? 안 들어 온 건가? </div> <div>휴대폰을 들어 카톡을 확인하니 친구들은 이미 조식을 먹으러 내려가 있다고 했다.</div> <div>부지런히 씻고 간편한 차림으로 내려가니 이미 아침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고 있는 둘의 모습이 들어왔다.</div> <div>“야, 너 어제 어떻게 된 거야~”</div> <div>눈을 살짝 흘기며 시연이가 말을 건네 왔다.</div> <div>“글쎄 말이야...나도 어떻게 된 건지 기억이 안 나서…….”</div> <div>“속은 괜찮아? 어찌 된 건지 네가 일찍 취해버려서…….그냥 일찍 헤어져서 호텔로 왔어.”</div> <div>주아의 말에 미안해져서 고개를 떨어뜨렸다.</div> <div>“괜찮아 지지배야. 오늘 두 배로 재밌게 놀면 되지 뭐. 오늘은 바다도 나가고 수영도 하자. 얼른 아침 먹어.”</div> <div>“그래, 오늘은 술 조금만 마시고 진짜 열심히 놀기만 할거다. 히히히히 나 음식 가져올게.”</div> <div>커피까지 마시고 준비해간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div> <div>난 긴팔에 긴 레깅스의 래쉬가드를 입었는데 시연이와 주아는 모두 상큼한 비키니 차림이었다.</div> <div>역시 난 내 친구들을 잘 모르고 있었다.</div> <div>시연이는 내가 준비해간 수영복을 보더니 손사래를 쳤다.</div> <div>“너 이런 거 여기서 입으면 쫓겨나! 에휴…….내가 두 개 준비 했기에 망정이지.”</div> <div>시연이가 내민 수영복은 레이스가 달린 귀여운 투피스형 이었다.</div> <div>노출이 심한 건 아니었지만 배와 등이 훤히 보이는 수영복을 내가 입을 수 있을지 망설여졌다.</div> <div>“여기니까 입을 수 있는 거야. 너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더구나 이 정도는 야한 것도 아니잖아~”</div> <div>수영복차림의 우리는 호텔 앞 에메랄드 빛 바다에 뛰어들었다.</div> <div>한가한 바다가 너무 좋았다.</div> <div>햇빛에 살이 빨갛게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스노클링에 정신을 빼앗겼다.</div> <div>산호 밭까지 나아가자 새파란 물고기, 줄무늬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다니고 파도 따라 출렁이며 떼를 지어 움직이는 물고기까지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 </div> <div>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수도 없을 만큼 바다 속에 잠겨 있을 때 누군가의 손이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div> <div>고개를 돌려보니 어제 저녁을 함께했던 아저씨 일행 중 한명이었다.</div> <div>손짓으로 나가자며 해변 쪽을 가리키는데 언제 나갔는지 시연이와 주아는 썬베드에 누워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div> <div>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따라 헤엄쳐 나가니 그제야 수영복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div> <div>“너 진짜 잘 논다. 히히히히 아침에 각오를 그렇게 하더니 어떻게 부르는데도 못 듣고 계속 혼자 다니냐!”</div> <div>시연이의 놀리는 소리에 더욱 부끄러워져 몸 가릴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div> <div>“강아, 여기.”</div> <div>주아가 커다란 타올을 건네주었다.</div> <div>“유강씨는 수영 좋아 하나 봐요. 저희 여기 온지 한참 됐는데 당최 나올 생각이 없으신 거 같아서 모시러 간 거예요. 도무지 배가 고파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니까요. 하하하하.”</div> <div>어제 통성명을 했던 거 같은데 이름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친절한 아저씨가 웃으며 음료를 건넸다.</div> <div>“여기서 점심을 먹을까요? 아니면 씻고 시내로 나갈까요?”</div> <div>다른 아저씨의 제안에 어리둥절해 졌다.</div> <div>이건 우리만의 여행이었고 우리의 계획이 있었다. 갑자기 왜 이 사람들이 끼어들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div> <div>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주아가 내 손을 잡아 옆에 앉히며 말했다.</div> <div>“여기 호텔 수영장이 좋다고 해서 이쪽으로 잡은 거예요. 간단하게 점심 먹고 수영장에 가봐요.”</div> <div>응? 주아야 뭐라고?</div> <div>주아를 보며 난 눈으로 열심히 의문을 나타내고 부정을 표현하고 있었지만 그 자리의 누구도 그런 내 눈을 신경 쓰지 않았다.</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꺅~! 저 미끄럼틀 너무 신나지 않아요? 전 열 번은 넘게 탄 거 같아요!”</div> <div>불편한 나와는 달리 시연이는 무척 신나보였다.</div> <div>바다에서와 달리 제대로 수영도 못하고 있는 내게 주아가 팔짱을 끼며 다가왔다.</div> <div>“그냥 외국이니까. 추억이라고 생각하자. 같이 놀면 돈도 절약되고 앞으로 일정에 교통편도 해결되고 좋은 점이 더 많잖아. 불편하다 생각하면 네가 더 힘들어져. 그냥 아무 생각 말고 재밌게 놀다 가자. 응?”</div> <div>주아의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내가 문제였다. 도무지 풀릴 것 같지 않은 낯가림이 문제였던 것이다.</div> <div>“유강씨, 저랑 신난다는 미끄럼틀 한번 타고 오시죠.”</div> <div>이도진이라고 자신을 다시 소개한 아저씨가 다가와 손을 잡았다.</div> <div>순간 움찔 했지만 주아가 등을 토닥이며 슬쩍 앞으로 미는 바람에 따라 나선 꼴이 되었다.</div> <div>“유강씨는 참 착해 보여요. 말수도 없어 보이고. 해외여행은 처음인거예요?”</div> <div>“네... 친구들과 첫 여행이라…….”</div> <div>“어려워하지 말아요. 저도 여기서 일하며 이런 휴가는 처음이라 재밌게 놀고 싶어서요. 제가 친절하게 안내도 해드리고 잘 할 테니 좀 잘 봐주세요.”</div> <div>오사장 아저씨보다는 다소 어려보이는 삼촌뻘의 이 사람은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어려울 것 같았다.</div> <div>“아하하하하 어머 오빠! 그게 정말이야?”</div> <div>시연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오사장 아저씨에게 안겨 물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div> <div>너무 놀라서 주아를 찾으니 배가 불룩한 아저씨가 주아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수영장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div> <div>내가 친구들을 몰랐던 것일까? 적응하지 못하는 내 잘못 일까?</div> <div>해결되지 않을 혼란 속에 말문이 막히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div> <div>“유강씨! 유강씨! 어디 아파요?”</div> <div>몇 번을 불렀다는 도진씨가 내 어깨를 흔들어서야 현실로 돌아왔다. </div> <div>“얼굴이 창백해요. 일단 나가서 좀 쉬어요.”</div> <div>도진씨가 손을 잡아 이끄는 대로 걸어 나와 의자에 앉았다. </div> <div>둘러보니 물속의 시연이는 아까보다 더 몸을 밀착시킨 채 연신 웃고 있었고, 물 밖으로 나온 주아는 썬베드에 누워 배불뚝이 아저씨가 발라주는 오일을 펴 바르며 역시나 웃고 있었다.</div> <div>아마도 내가 잘 못인 모양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친구들이 저렇게 즐거운 데, 나만 불편한 건 역시 내가 이상한 거겠지.</div> <div> <div></div></div> <div> <div></div></div> <div>speaker. 시연</div> <div> <div></div></div> <div>도중에 돌아가지 못하게 하려면 해외여야 해.</div> <div>오사장에게 다음 여행은 해외로 잡으라고 했다.</div> <div>이번엔 유강이까지 함께 가야하니 조금의 장치가 필요했다.</div> <div>강이는 순진하고 경험도 없고, 부족한 게 없어서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가자하면 절대 갈 리가 없다.</div> <div>강이에겐 우리 셋의 여행이라 말하고 오사장일행과는 현지에서 조인하기로 하는 거다.</div> <div>우린 모르는 사이였고, 우연히 그 곳에서 마주 쳐서 함께 지내게 될 것이다.</div> <div>오사장에게 내 계획을 얘기했더니 다른 때보다 더 좋아했다.</div> <div>“야~! 역시! 넌 방송보다 이런 쪽의 연기가 더 좋은 것 같아. 으흐흐흐흐흐. 이런 거 너무 좋아. 마치 우리도 처음 만났을 때 같이 짜릿하잖아. 이런 거 종종 하자구.”</div> <div>연신 음흉한 소리로 웃어대는 오사장 얼굴을 보는 건 고역이었지만 계획대로 잘 협조해 줄 것 같았다.</div> <div>오사장의 친구들도 벌써 캐스팅 해 뒀다고 한다.</div> <div>강이의 스타일에 맞게 그중 어려보이고 젠틀해 보이는 친구로 말만은 세상 제일가는 신사라고 한다.</div> <div>이젠 주아의 협조가 필요했다.</div> <div>“주아야, 내가 강이에게 잘 말했어. 강이가 처음엔 안보겠다 했는데, 그래도 내가 잘 설득하니 한번 보자고 하더라.”</div> <div>“정말 고마워. 나도 강이 직접보고 사과하고 싶었어. 고맙다 시연아. 진짜.” </div> <div>“근데 말이야. 다음 여행은 강이도 같이 가면 어떨까? 해외여행 가자는데 셋이 가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div> <div>“같이 가면 좋지만…….강이가 가려고 할까? 낯가림도 심한 애라서…….”</div> <div>“그래서 말인데…….”</div> <div>주아에게 계획을 얘기하니 반신반의 하는 눈치였다.</div> <div>“오빠 친구 중에 제일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래. 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우리 오빠 친구 나쁜 사람 아니잖아.”</div> <div>“그건 그렇지…….근데 강이는 남자친구도 있고…….”</div> <div>“결혼해서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해외여행가서 같이 놀다 오는 건데 남자친구가 알리도 없고. 네가 옆에서 바람만 조금 잡아주면 강이도 분위기타서 잘 놀거야. 우리가 그래도 친구 아니냐. 얼마나 잘 맞았던 친군데.”</div> <div>이미 이 세계를 알아버린 주아가 끝까지 마다할 리가 없었다.</div> <div>그렇게 계획은 내 생각대로 진행되었고, 도착해서 오사장일행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다.</div> <div>첫날부터 무리해서는 안 되었기에 조금 신의를 쌓아가면서 접근하도록 유도했다.</div> <div>둘째 날부터는 모든 일정을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이 여행에 의미가 있으니까.</div> <div>급속도로 친해진 나와 주아를 보며 강이도 스스로 틀을 깨려고 노력할 것이다.</div> <div>그걸 돕는 게 주아와 파트너의 역할이었다. 아직까진 모든 게 순조롭다.</div> <div>생각보다 수영장에서 강이와 파트너가 잘 어울렸고, 저녁약속까지 웃으며 하는 걸 보면 강이도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div> <div>화장대에 앉아 눈썹을 그리고 있는 강이의 속마음을 좀 들여다봐야겠다.</div> <div>“강아, 여기 수영장 진짜 좋지?”</div> <div>“으응... 진짜 좋더라. 난 워낙에 물을 좋아하니까. 다들 즐거워보여서 다행이야.”</div> <div>“그러게. 저 아저씨들 나이는 좀 있어 보여도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 같아.”</div> <div>주아가 곁에서 지원사격을 해준다. 똑똑한 애들은 하나만 알려줘도 둘, 셋을 하니 역시 편하다.</div> <div>“저녁은 오사장님이 신나는 곳으로 안내한다는 데 어때?”</div> <div>“신나는데?”</div> <div>겁 먹지마라 강아. 그냥 즐겨. 인생은 즐기라고 있는 거야.</div> <div>“응. 음악도 좋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데. 술도 종류별로 다~ 있고, 바텐이 실력 좋기로 유명하다더라고.”</div> <div>“와~! 바텐더가 쇼도 하고 그러는 건가?”</div> <div>주아가 진심으로 좋아서 기대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div> <div>“그래? 그러자 그럼. 뭐......칵테일 한잔은 괜찮겠지.”</div> <div>“그럼 오늘은 제일 예쁜 옷으로 갈아입는 거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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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20/03/22 23:43:32 175.212.***.69 부유한굼벵이 290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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