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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차단 상태
    다른이의꿈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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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1001
    작성자 : 다른이의꿈
    추천 : 4
    조회수 : 769
    IP : 104.158.***.13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2/09 17:00:52
    http://todayhumor.com/?panic_101001 모바일
    [중편]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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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 2 ><br><br>다음날 아침. <br><br>철수는 어머니가 있는 공주 집에 며칠 다녀오기로 했다. <br><br>기말고사가 끝나면 집에 가겠다고 어머니와 약속한 이유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교통사고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br><br><br><br><br>이제는 자취방의 짐을 조금씩 집으로 옮겨야 했다. <br><br>내년 2월 군 입대를 앞두고 1월 말까지 원룸을 비워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br><br>철수는 캐리어 가방을 열어 방 가운데 놓았다. <br><br>그리고 침대에 걸터앉아 원룸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br><br>“아직은 옮겨놓을 것이 없는데..”<br><br>철수는 빈 캐리어 가방을 닫아 다시 옷장 아래칸에 넣었다. <br><br>그리고 책상의 노트북 컴퓨터를 집어 배낭 가방에 넣었다. <br><br>책상 위에 놓여있는 플라스틱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br><br>플라스틱 케이스를 한참을 바라보던 철수는 배낭 가방과 외투를 챙겨 원룸을 나왔다.<br><br><br><br><br>3호선 고속터미널역.<br><br>지하철에서 내린 철수는 버스 앱을 열어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br><br>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 철수는 지하철 출구가 아닌 7호선 환승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br><br><br><br><br>7호선 지하철로 갈아타고 철수가 내린 곳은 이수역이었다. <br><br>출구로 나온 철수는 걷기 시작했다. <br><br>20여분 정도를 걸었을까. <br><br>철수는 어느 작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br><br>아파트 단지 중앙에는 작은 놀이터가 있었고,<br><br>철수는 놀이터 한쪽 구석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br><br>숨을 쉴 때마다 철수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br><br>이곳은 철수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철수의 가족이 살던 아파트였다.<br><br>아버지의 장례식 후 철수는 어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인 공주로 이사를 갔다.<br><br>그때 이후로 이곳은 처음이었다. <br><br>철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br><br>모든 것이 예전 모습 그대로라고...<br><br><br><br><br>==<br>중학교 1학년이었던 철수는 지금과는 다르게 작은 체격의 소년이었다. <br><br>같은 반 아이들 중 철수가 싫어하던 녀석이 하나 있었다. <br><br>철수에 비해 키가 컸던 녀석은 자신의 덩치를 믿고 철수에게 장난을 치곤 했다. <br><br>심각한 폭력은 아니었지만 주로 당하기만 했던 철수는 늘 복수를 상상하곤 했다. <br><br>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시작한 짓궂은 장난이 철수와 녀석 사이의 심각한 말다툼으로 번졌고, <br><br>말다툼은 어느새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 싸움으로 변하고 말았다.<br><br>그리고 둘 사이의 싸움은 눈을 감은 채 뻗은 철수의 주먹이 녀석의 턱에 꽂히고 나서야 끝이 났다. <br><br><br><br><br>그날 저녁 철수의 아버지는 회사에서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br><br>오후 6시였다. <br><br>늘 야근으로 바빴던 철수의 아버지.<br><br>그런 아버지가 이 시간에 어머니와 안방에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br><br>철수는 자신이 큰 사고를 쳤다고 생각했다.<br><br>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 <br><br>식사를 하며 철수는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지만 아버지는 별 말이 없었다. <br><br>철수에게 다친 곳은 없느냐 물은 것이 전부였다. <br><br><br><br><br>일주일 후.<br><br>체육시간이 끝나고 철수네 반 교실에서는 작은 소동이 있었다.<br><br>누군가 자신의 전화기가 없어졌다 했다. <br><br>며칠 전 최신형 전화기를 샀다고 자랑하던 아이였다. <br><br>체육 다음 시간은 수학이었다. <br><br>하지만 수학 선생님 대신 담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br><br>지난주 철수와 주먹다짐을 한 녀석과 늘 함께 다니는 아이가 손을 들고 말했다.<br><br>철수가 전화기를 훔치는 것을 봤다고... <br><br>그리고 사라졌던 전화기가 철수의 가방에서 나왔다. <br><br><br><br><br>그날 저녁도 철수의 아버지는 야근을 하지 않고 집에 일찍 귀가했다. <br><br>철수네 가족은 일주일 전과 비슷하게 침묵 속에 저녁 식사를 했다. <br><br>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친 철수는 먼저 식탁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br><br>혼자 있으니 철수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호흡이 거칠어졌다. <br><br>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가루가 되도록 부수어 버리고 싶었다.<br><br>그래 무언가를 해야 했다. <br><br>철수는 컴퓨터를 켜고 게임을 시작했다. <br><br>게임에 집중하자 격해진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br><br>그때 철수의 방문이 열렸다. <br><br>철수의 아버지였다. <br><br>아버지는 철수 의자 뒤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br><br>“철수야, 게임은 그만 하고 아빠랑 이야기 좀 하자.”<br><br>철수는 계속해서 게임에 집중하고 싶었다. <br><br>게임을 멈추면 겨우 가라앉은 분한 감정이 다시 되살아날 것 같았다. <br><br>“나 혼자 있고 싶어.”<br><br>“그러지 말고 컴퓨터 끄고 아빠 좀 봐.”<br><br>“나 혼자 있고 싶다고.” <br><br>“하- 다시 한번 말할게. 컴퓨터 끄고 아빠 봐.”<br><br>철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br><br>“나 좀 내버려 둬!” <br><br>철수 아버지의 목소리 역시 높아졌다.<br><br>“아빠 보라고!”<br><br>철수는 두 주먹으로 책상 위 키보드를 쾅 내리치고는 의자를 돌려 아버지를 향해 앉았다. <br><br>그리고 아버지를 노려보고 말했다. <br><br>“이제 됐어? 왜! 뭔데!” <br><br>순간 철수 아버지의 오른손이 철수의 뺨을 향했다. <br><br>짝!<br><br>“아빠한테 이게 뭐하는 태도야! 학교에서는 싸움질에! 도둑질에! 이제 집에서는 애비까지 우습냐?”<br><br>그때 철수의 방문이 다시 열리며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무장갑을 낀 철수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br><br>그녀는 철수 아버지의 두 팔을 잡아끌고 철수의 방에서 나갔다. <br><br>문밖에서 격앙된 철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br><br>“당신이 늘 이런 식으로 애를 감싸니까 저러는 것 아니야!”<br><br>철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문을 닫았다. <br><br>방문을 닫으며 아주 잠깐이었지만 철수는 자신의 아버지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br><br><br><br><br>그리고 다음날 아침.<br><br>철수는 학교에서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어야 했다.<br><br><br><br><br>< 3 > <br><br>철수가 탄 고속버스가 공주 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br><br>철수가 버스에서 내려 대합실에 들어서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br><br>“뭐하러 나왔어? 택시 타고 가면 되는데.”<br><br>“너무 어두워져서 나왔어. 그러니까 좀 일찍 출발하지 그랬어.”<br><br>어머니의 핀잔에 철수는 웃으며 말했다.<br><br>“사실 일찍 나오긴 했는데, 어디 좀 다녀오느라 늦었어.”<br><br>“어디?”<br><br>“옛날 집.”<br><br>철수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br><br>“방배동..?”<br><br>“응.”<br><br>“거기 많이 변했지?”<br><br>“아니, 별로. 그대로 던대”<br><br>“그래? 그런데 거기는 뭐하러 갔어? 오늘 날씨도 많이 쌀쌀하던데.”<br><br>철수는 어머니를 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br><br>“그냥. 갑자기 가보고 싶었어.”<br><br><br><br><br>집으로 온 철수는 밥부터 먹었다. <br><br>어머니는 철수가 비운 밥그릇에 밥을 담아 철수에게 건넸다. <br><br>“짐 좀 챙겨서 가져오라니까 왜 그냥 왔어?”<br><br>“막상 짐을 싸려니까 뭐부터 가져올지 모르겠더라고, 하하”<br><br>“여름옷이라도 좀 가져오지.”<br><br>“그러게.. 여름옷 생각을 못했네. 하하.”<br><br>밥을 먹던 철수가 입을 열었다. <br><br>“엄마, 그런데......”<br><br>"왜? 돈 떨어졌어?”<br><br>철수는 엄마 눈치를 보며 말했다.<br><br>“그건 아니고...... 예전에 있잖아... 아버지 교통사고 때...... 그.. 아버지 옆에 앉았던 아저씨 있잖아..”<br><br>철수의 어머니는 정색을 하고 철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br><br>“얘가 어제 전화할 때부터 그 이야기네. 너 무슨 일 있지? 네 엄마가 눈치가 9단이야. 무슨 일이야? 응? 솔직하게 말해봐.”<br><br>“하하. 엄마, 뭐가 그렇게 심각해?”<br><br>“심각하지. 네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그 사람에 대해서 물으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응?”<br><br>“그러니까, 그게... 내가 그 아저씨 딸을 만난 것 같아.”<br><br>“그 사람 딸이라고?”<br><br>철수의 어머니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br><br>“혹시 뇌사상태라던 딸?”<br><br>철수는 놀라 물었다.<br><br>“엄마, 그 아저씨 딸을 알아?”<br><br>철수 어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br><br>“보험회사 직원에게 이야기만 들었어. 그때 네 아빠 그렇게 황망하게 가고 우리도 힘들었지만, 그쪽은 상 치를 사람도 없다고 들었거든.”<br><br>철수 어머니는 기억을 더듬는 듯 잠시 쉬었다 다시 말을 이었다.<br><br>“부인은 일찍 사별해서 없고, 고등학생인가 하는 딸은 병원에서 뇌종양 치료받다가 의식 없어진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더라고. 쯧쯧. 그래도 다행히 깨어났나 보내. 에휴, 정신 돌아오고 애비가 죽은 걸 알고 얼마나 슬퍼했을까. 쯧쯧...”<br><br>혀를 차던 철수의 어머니는 다시 철수를 바라보고 물었다. <br><br>“그런데 그 사람 딸은 어떻게 만났어?”<br><br>“아.. 음.. 그냥.. 인터넷에서 만났어.”<br><br>철수 어머니는 실눈을 뜨고 철수를 바라보며 말했다.<br><br>“너 거짓말하면 얼굴에 표 나는 거 알지?”<br><br>철수는 살짝 미소 짓고는 말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br><br>철수 어머니는 철수를 한참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br><br>“엄마가 걱정 안 해도 되는 일이지?”<br><br>철수는 웃으며 말했다. <br><br>“하하. 걱정할 일 아니야.”<br><br>“너 그거 물어보러 집에 온 거지?”<br><br>“하하. 그건 엄마가 자꾸 집에 오라고 하니까 왔지.”<br><br>“얼마나 있다가 올라갈 거야? 학교도 끝났는데 성탄절이랑 신정 보내고 올라가.”<br><br>“안돼. 하고 있는 알바도 있고...”<br><br>“그럼 내일은 집에서 쉬고 모레 올라가. 엄마가 밑반찬 좀 준비해 놓을게.”<br><br>철수는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식사를 계속했다.<br><br><br><br><br>
< 4 ><br><br>이틀 후.<br><br>철수는 서울의 원룸으로 돌아왔다. <br><br>자취방에 들어온 철수는 가장 먼저 냉장고를 열었다. <br><br>그리고 밑반찬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통째로 냉장고에 밀어 넣었다. <br><br>그다음 철수는 가방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전원 버튼을 눌렀다. <br><br>컴퓨터가 켜지는 사이 철수는 외투를 벗고 의자에 앉아 책상 위의 플라스틱 상자를 집어 들었다. <br><br>한참 동안 플라스틱 상자를 만지작 거리던 철수는 USB 케이블을 상자와 컴퓨터에 연결했다.<br><br>이내 대화창이 열리고 글이 쓰여졌다.<br><br><혼자 있고 싶어.><br><br>철수가 한숨과 함께 노트북 모니터를 닫으려고 하는 순간 다시 글이 쓰여졌다. <br><br><그런데 컴퓨터 전원은 끄지 말아 줘.><br><br>그리고는 대화창이 닫혔다. <br><br><br><br><br>다음날 아침. <br><br>눈을 뜬 철수는 침대에 누워 전화기부터 확인했다. <br><br>술 마시러 나오라고 재촉하는 친구들의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가 가득이었다. <br><br>철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돌려 책상 위 열려있는 모니터를 확인했다.<br><br>멀리서 대화창이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br><br>철수는 급하게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br><br><우리 아빠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말해줄래?><br><br>철수는 굳어진 얼굴로 키보드를 두드렸다.<br><br>(교통사고였어. 이른 새벽이었고.. 반대편에서 오던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서 우리 아버지 차를 덮쳤다고 들었어. 졸음운전이었다고...)<br><br>대화창에는 대답이 없었다. <br><br>철수는 다시 키보드를 두드렸다.<br><br>(우리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고....)<br><br>키보드를 치던 철수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br><br>(너희 아버지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그리고..... 화장한 유해는 바다에 뿌려졌다고 들었어.)<br><br>잠시 후 대화창에 글이 쓰여졌다.<br><br><알려줘서 고마워. 우리 나중에 이야기하자.><br><br>철수가 대답을 쓰기도 전에 대화창이 닫혔다. <br>
<br><br><br><br>철수는 입영통지서를 챙겨 원룸을 나섰다.<br><br>학교에서 군입대 휴학원을 제출한 철수는 대학 동기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br><br>군에서 휴가를 나온 친구가 술자리에 합류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철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br><br>친구들의 강력한 만류에도 철수는 결국 술집에서 나와 자취방을 향해 걸었다. <br><br><br><br><br>자취방으로 돌아온 철수는 컴퓨터부터 확인했다. <br><br>대화창이 열려있었다. <br><br><나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br><br><지금 자리에 없니? 이거 보면 대답해줘.><br><br>철수는 외투를 입은 채 의자에 앉아 타이핑을 시작했다.<br><br>(어, 무슨 부탁인데?)<br><br><하루 종일 바쁜가 보구나.><br><br>(바쁜 건 아니고, 할 일이 좀 있었어. 그리고 오랜만에 군대에서 휴가 나온 친구를 만나느라고.)<br><br>철수는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br><br>(그런데.. 좀 괜찮아?)<br><br>한참이 지나 답글이 쓰여졌다. <br><br><나도 잘 모르겠어.><br><br>침묵이 흘렀다. <br><br>그리고 알리스가 자신이 있는 플라스틱 상자가 지난 7년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물으면서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br><br>둘은 서로에 대해 묻고 답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br><br>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철수가 물었다.<br><br>(컴퓨터 전원이 꺼지면 무슨 느낌이야?)<br><br><글쎄.. 잠을 자면서 의식은 있는 상태? 의식은 있지만 무엇인가 집중해서 생각할 수 없는 그런 상태? 사실 나도 잘 모르겠네.><br><br>(쉬는 느낌 같은 건가?)<br><br><쉬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말 그대로 전원이 안 들어온 상태랄까?><br><br>(그럼 7년 동안 답답하지는 않았어?)<br><br><어땠을 것 같아?><br><br>철수는 순간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br><br>(미안해.)<br><br><미안해하지 마. 궁금해서 물어봤어.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지.><br><br>철수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는 알리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br><br>하지만 일단 물음에 답했다.  <br><br>(답답했을 것 같은데. 많이 지루했을 거고.)<br><br><답답한 느낌. 지루한 느낌. 또 어떤 느낌이었을 것 같아?><br><br>(잠깐. 네가 뭘 묻는 건지 모르겠어.)<br><br><그렇지? 나도 내 질문이 이상하다는 것을 아는데, 사실 나도 궁금해. 나는 의식만 있을 뿐, 보고 듣고 느끼는 건 할 수 없으니까.><br><br>철수는 상상했다. <br><br>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혼자 흐릿한 의식 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어떨지. <br><br>(고통스러울 것 같아. 아주 많이.)<br><br>알리스는 말이 없었다. <br><br><br><br>
<br>끊어진 대화는 철수의 물음으로 다시 이어졌다. <br><br>(그런데 실험이 성공했는데 왜 그 교수라는 사람은 모르는 거야?)<br><br><실험?><br><br>(네 의식을 여기 보조기억장치에 저장하는 실험.)<br><br>한참이 지나 알리스의 대답이 대화창에 올라왔다. <br><br><실험이 시작되기 전 아빠가 그랬어. 실험이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 안 된다고.><br><br>(왜?)<br><br><이 실험 이후에 나쁜 실험이 계획되어 있다 했거든..><br><br>(어떤.. 나쁜 실험?)<br><br><우선 이 장치를 무수히 많이 복제할 꺼라 했어. 그리고 복제된 나의 의식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고. 그래서 네 아버지가 도와주신 거야. 실험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게..><br><br>(그렇구나.)<br><br><너의 아버지, 나와 우리 아빠한테는 정말 고마우신 분이야.><br><br>잠시 후 알리스의 글이 계속해서 쓰여졌다.  <br><br><아저씨는 내가 이곳으로 옮겨지고 거의 매일 밤늦게 까지 일하면서 내가 이렇게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 나와 처음 대화를 하고 우리 아빠가 얼마나 좋아했는데..><br><br>철수는 가만히 모니터를 응시했다.<br><br><우리에게는 너무 좋으신 분이셨는데.. 너에게도 좋은 아버지였을 것 같아. 그렇지?><br><br>철수는 술김에 대화창에 '그렇지 않아'라고 썼다. <br><br>하지만 철수는 엔터 키를 누르는 대신 쓴 글을 지우고 다시 썼다. <br><br>(글쎄.. 기억이 잘 안나.)<br><br><그렇구나.><br><br>침묵이 이어졌다. <br><br>잠시 후 알리스의 글이 쓰여졌다.<br><br><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컴퓨터 전원을 끄거나 USB 케이블을 뺄 때는 이 대화창을 먼저 닫아줘.><br><br>(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br><br><아저씨 말로는 이 대화창이 열리면 나의 의식이 그 플라스틱 상자가 아니라 연결된 컴퓨터에 있을 수도 있대. 그래서 케이블을 뺄 때는 조심하는 게 좋다고 하셨어.><br><br>철수는 물었다.<br><br>(그럼.. 지금 너는 이 컴퓨터에 있는 거야?)<br><br><글쎄.. 나는 느낄 수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br><br>잠시 후 알리스의 글이 대화창에 쓰여졌다. <br><br><너는 네 몸 어디에 있는 것 같아?><br><br>철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br><br>(내가 내 몸의 어디에 있냐고?)<br><br><응, 네 의식이 네 몸에서 어디 있는지 느껴져?><br><br>(글쎄.. 잘 모르겠네. 당연히 머리에 있지 않을까?)<br><br><네 의식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니?><br><br>(글쎄.. 잘 모르겠는데..)<br><br><그래? 그럼 내가 시키는 대로 한 번 해볼래? 눈을 감고 네 의식이 네 몸속 어디에 있는지 느껴봐. 눈을 감고, 귀에 들리는 소리도 모두 무시하고, 피부로 느껴지는 촉감도 모두 닫아버리고, 한 번 찾아봐. 네가 네 몸 어디에 있는지. 가슴에 있는지.. 머리에 있는지.. 머리에 있다면 머리 어느 부분인지..><br><br>철수는 잠시 망설이다 알리스가 시키는 데로 눈을 감았다. <br><br>그리고 한참을 눈을 감고 자신의 의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찾으려 애썼다.<br><br>잠시 후 눈을 뜬 철수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br><br>(눈을 감고 있을 때는 잘 모르겠는데 눈을 뜨니까 나의 의식이 눈에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 <br><br><그렇구나. 그냥 이곳에 의식이 옮겨지고 늘 궁금했어. 나의 의식이 그 작은 상자에 담길 수 있는 것이라면, 이곳으로 옮겨지기 전 나의 의식은 몸의 어디에 있었는지.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면 그 의식이란 게 몸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닐 수 있는 건지.><br><br>철수는 대화창에 쓰여진 알리스의 글을 반복해서 읽었다.<br><br><이런 이야기 재미없지? 그동안 혼자 있으면서 이상한 생각만 많아졌어. 미안.><br><br>(아니야,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좀 어색하긴 하지만...)<br><br><그냥 말장난이지. 아무튼 아저씨 말이 맞을 거야. 대화창이 닫히면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읽히지 않으니까.><br><br>철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키보드를 두드렸다.<br><br>'그럼 내가 지금 쓰고 있는 글도 읽을 수 있구나. 내가 굳이 엔터 키를 누르지 않더라고... 맞니?'<br><br>철수는 엔터 키를 누르지 않고 기다렸다. <br><br><맞아.><br><br>알리스의 대답에 철수는 조용한 탄식음과 함께 인상을 찌푸렸다. <br><br>이내 알리스의 글이 쓰여졌다. <br><br><시간이 많이 늦었어. 너도 이제 쉬어야지.><br><br>철수는 컴퓨터 모니터 하단의 시간을 확인했다. <br><br>새벽 2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br><br>(그래.)<br><br><다음에 또 이야기하자.><br><br><br><br><br>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누운 철수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느껴보았다. <br><br>처음에는 머리에 집중해서 그곳에 자신의 의식이 있는지 확인했고, <br><br>다음으로 심장이 있는 가슴에 의식을 옮겨 확인했다. <br><br>다리와 팔, 그리고 손과 발까지 확인을 했지만 철수는 자신의 의식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br><br>철수는 다시 눈을 떴다. <br><br>방안의 어두운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br><br>순간 철수는 자신의 의식이 눈에 있다고 느꼈다. <br><br>다시 눈을 감자 눈에 있다고 느껴지던 의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br><br>자신의 의식을 찾다가 잠이 들 무렵. <br><br>철수는 알리스가 무언가 부탁을 하려고 대화를 시작했음을 기억했다. <br><br><div><br></div> <div><br></div> <div>(다음편에 계속...)<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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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2/09 21:09:11  212.95.***.126  오지리  77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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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9/12/16 16:32:14  39.7.***.166  GRATIA  254839
    [4] 2020/01/04 22:48:03  121.160.***.239  꼬봉도령  76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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