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반말로 쓸게요. 

오늘 나가수 중평에서 김경호가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불렀다.
노래를 들으니 정말 슬퍼지더라. 사실 지금 나가수에 있는 멤버 중에 내가 정말 즐겨 들었던 가수는 김경호와 자우림인데 자우림이야 뭐 원래 쩌렁쩌렁한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그룹이 아니었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김경호의 노래는 너무 서글펐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노래방에 좀 다닌다 싶은 모든 남자놈들의 우상이었던 김경호가 자기 노래를 몇키나 낮춰서 부를 정도라니. 김경호 본인이 현재의 목소리가 더 만족스럽다고 하니 뭐라 하기 어렵지만 과거 팬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넘어선 감정을 느끼는건 어쩔 수 없을 듯 하다. 

사실 임재범도 그랬다. 나이가 먹고 감성이 풍부해져서 여러분 같은 전설적인 무대를 남기기도 했지만, 난 발라드 가수 임재범보다는 호쾌한 샤우팅을 질렀던 임재범이 더 좋았다. atlantis의 괴물목소리 (이건 정말 괴물 목소리다. 인간의 음성이 아닌 것 같음. 임재범을 감성좋은 발라드 가수로 아는 사람들은 꼭 들어봤으면 좋겠다), the same old story의 미친 샤우팅을 더이상 라이브로 들을 수 없다는게 슬프다. 

조관우의 팬은 아니었지만 최근 나가수를 보면서 조관우의 노래를 하나씩 듣곤 하는데 확실히 조관우도 그 때의 감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디씨 나가갤에서 놀다가 어떤 사람이 실락원이란 노래에 대해 언급을 하길래 한번 들어봤는데 정말 감탄이 나오더라. "조관우가 호불호가 갈리지만 라이브로 들으면 정말 귀를 찌르는 듯한 고음이 온몸에 전율을 돋게 해요"식의 쉴드는 개소리에 불과하다. 라이브로 들으면 압도적인 스피커 사운드에 전율이 돋지 않을 사람이 없다. 아마 구하라가 프리티걸을 불러도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확실한건 음원이다. 물론 음원에는 적당한 편집이 들어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원에는 현재의 능력과 색이 확실하게 들어가 있다. 박완규 초창기 음원인 부활5집에는 론리나잇같은 초고음의 향연이 이어졌지면 비교적 최근 나온 부활 콜라브레이션 앨범의 비밀에서는 굵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확실히 조관우도 10년전에 비해 실력이 떨어졌다. 

이 세명 뿐이겠는가. 얼마전 명졸을 한 박정현도 목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더라. 흔히들 말하는 까마귀 소리는 초창기 박정현 앨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소리였다. 박정현 빠들은 박정현이 의도적으로 내는 기교라고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고음을 지르는 가수 치고 목이 남아나는 사람이 없는데 박정현이라고 어련하겠는가. 당연히 성대결절이오고 목이 상하고 난리가 나니 긁는 소리도 심하게 난다. 박정현이 대단한 이유는 어찌보면 듣기싫은 소음에 불과할 스크래치를 기교로 승화시켰다는 점에 있다. 물론 정말로 듣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ex 이브의 경고)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같은 무대를 보면 확실히 그 단점을 기교로 승화시키더라.

이럴 때 사람들이 흔히 가수더러 "성숙"했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가수의 성숙이란 어찌보면 가수 인생의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훌륭한 가수들은 이 때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하더라. 임재범은 괴물같은 샤우팅을 잃었지만 아줌마들의 눈물샘을 폭격하는 미친 감성을 얻었고, 이승철도 파워풀한 절규를 잃었지만 (ex 희야 천국에서 너뿐이야 등등 초창기 앨범) 대신 신의 음색을 얻었다. 나가수가 처음 시작했을 때 자주 나왔던 멘트인 "나가수급 가수"란 바로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 가수가 성숙헀는지, 아니면 앞으로 성숙할 포텐셜이 보이는 가수인지. 

사람들이 옥주현을 나가수급이 아니라고 비난했던 이유도 이런게 아니었을지. 객관적으로 보면 옥주현은 확실히 S급 가수다. 기본기만 놓고보면 나가수 전원과 맞짱을 떠도 뒤지지 않는다. 뮤지컬을 한다고 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건 아주 멍청한 소리다. 뮤지컬 배우는 보통 이틀에 한번씩 세시간 공연을 하는데, 그게 보통 두달정도 지속된다. 실력없는 가수가 이걸 지속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옥주현은 대부분의 뮤지컬에서 주연을 맡았다. 뮤지컬의 주연은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가장 고된자리이고 엄청난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자리다. (여기서 말하는 실력이란 단순 가창력 + 감성 + 연기력 모두 포함한다.) 단순이 과거 아이돌의 인기빨로 얻으면 무너질 수 밖에 없는데 옥주현은 훌륭히 잘 해내고 있고 이 자체가 옥주현의 실력을 증명해주고 있다. 즉, 옥주현을 가창력으로 까는건 나 막귀라고 인증하는 꼴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옥주현의 이런 실력들을 보지 못했다. 과거의 잘못된, 혹은 매스컴에 의해 왜곡된 행위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옥주현은 성숙하지 않았다 & 성숙할 싹수가 노랗다"라고 판단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옥까들을 매우 싫어한다. 그들의 판단은 대다수가 객관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지들이 뭘 안다고? 대다수의 옥까들은 김범수가 성범수라는것도 모르고, 김태원이 대마빨고 만든 노래를 이승철이 대마빨고 부르다가 사이좋은 감방동기가 되었다는 것도 모른다(비유입니다.). 아마 이수가 나가수를 나와도 옥주현보다는 덜 까일 것이다. 

 아무튼 가수들은 과거를 과감히 내던지고 성숙하려 하는데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팬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아직도 과거의 향수에 젖어 중평때 부른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에서 3단 샤우팅은 언제 지르나 기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김경호 실력 죽지 않았네", "퇴물이라고 하는 사람 보세요"같은 글에 일일이 반응할 필요 없다. 객관적으로 이미 그들은 퇴물이 맞다. 하지만 더욱 성숙해져 돌아왔고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