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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ystery_9487
    작성자 : 마포김사장
    추천 : 0/4
    조회수 : 5913
    IP : 125.243.***.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3/07/19 16:13:18
    http://todayhumor.com/?mystery_9487 모바일
    재벌집 막내아들과 결혼을 앞두고 파혼 당한 누나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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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누나가 파혼 당했다.

     

     

     

    무덥고 습한 여름 오후였다. 나는 미도파 백화점 뒤편 시장통에서 칼국수를 파는 엄마 가게에 나가 이런저런 잔심부름을 하는 중이었다. 여름방학이어서 학교는 가지 않았다. 전화는 한창 바쁜 점심시간에 걸려왔다. 포장주문인 줄 알고 카운터에서 수화기를 집어든 엄마는 사색이 되었다. 내가 멀뚱멀뚱 쳐다보자 니 누나가……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격이 밝고 다정한 누나는 그림을 잘 그려서 졸업 후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라도 알 법한 회사였다. 그곳에서 수석 디자이너로 승진하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경사가 찾아왔다. 프로포즈를 받은 것이다. 상대는 누나가 다니는 기업 회장의 막내아들이었다. 재벌가 집안이니 우리 집에서도 (불안하긴 하지만) 일단은 환영이었다.

     

     

     

    그러나 상대의 부모님은 쉽게 허락해 주지 않았다. 두 사람의 사회적 신분차이가 엄연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고민하다 보니 재벌집 막내아들은 순식간에 여위고 말았다. 급기야 병원에 입원까지 한 모양이다. 무슨 단식투쟁도 아닌 마당에 아들이 시름시름 앓자 그 집안에서도 백기를 들었다. 어쩔 수 없다. 아들의 치료법은 사랑을 이루게 해 주는 것뿐이다.

     

     

     

    다만 이 결혼에는 조건이 있었다. 누나가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 전까지 시댁에 들어와 살며 신부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견례를 마치고 누나는 짐을 챙겨 시댁으로 옮겨갔다. 결혼식은 814일로 정해졌다. 재벌가에 상주하는 점쟁이가 있는데, 거북 등껍질을 숯불에 구워 보았더니 그날이 가장 길하다는 점괘가 나왔다고 한다.

     

     

     

    한데, 결혼식까지 사흘도 채 남지 않았을 때 갑자기 누나가 돌려보내졌다. 원인은 석연치 않았지만 이유는 명확했다. 재벌집에 들어간 그날부터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어째서인지 무언가 먹으려고 하거나 마시려고 하면, 그 먹을 것이나 마실 것 속에서 등에가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등에라니. 붕붕 날아다니는 그 벌레 말인가?

     

     

     

    그랬다. 막 푼 밥그릇 속에, 방금 따른 물 컵 속에, 매미로 착각할 만큼 통통하고 징그러운 등에가 지직, 지직, 소리를 내며 죽어가더란다. 문제는 이 등에가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질 않았다는 거다. 오직 누나에게만 보인다. 재벌가에서는 무당을 불러 굿까지 했건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마침내 이것은 누군가의 저주로 인해 등에 귀신에 씌인 것이라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상대방 부모는 파혼을 선언했다. 차라리 잘 됐다. 전부 없던 일로 하고 각자 운명에 맞게 처신하는 편이 좋겠다며.

     

     

     

    약간의 위자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누나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날이 계속되어 약해질 대로 약해졌기 때문에 혼자서는 화장실에도 가지 못했다. 이대로 누나는 죽는 걸까. 대체 왜 누나의 눈에만 등에가 보이는 것일까. 어째서 등에일까. 점쟁이의 말대로 저주 때문일까. 그렇다면 대관절 누가 저주를 내렸단 말인가.

     

     

     

    궁금한 형제자매님들은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를 읽어봐 주시면 될 텐데. 그 전에 잠시 한 말씀. 당초 6월 말 출간 예정이었던 이 소설, 몇 번이고 읽으며 아아 이건 끝내주는데 달랑 책만 내기에는 아깝다싶던 차에, 어쩌다 보니 펀딩이란 걸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막상 준비에 돌입하자 사그라든 줄 알았던 투지가 활활 타올라, ‘이왕 하는 거 잘 해야지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잔머리를 굴려 몇 가지 이벤트를 마련해 보았어요. 이거 완전진짜정말 뜬금없다는 거 알지만 요즘 같은 시국에서야말로 의미 있는 작품이니 한국 독자들도 많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편집자의 간절한 바람 정도로 너그럽게 생각해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마포 김 사장 드림. 

     

    덧) 구경하실 형제자매님들은 이쪽으로 뫼실게요. 

    좀비물x시대소설이라는 착상이 빛나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야심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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