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나라 간 얽히고 얽힌 수많은 관계 중에서도,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 3국의 관계는 정말 복잡하기 그지 없습니다. <div>일제강점기와 남북분단이라는 현대사의 큰 곡절을 넘어오면서, 이 세 나라는 서로 적대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알음알음 협력하는 관계를 이어왔죠.</div> <div>그런데 이런 세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랑 받고, 또 금지되었던 노래가 있습니다.</div> <div>바로 임진강이라는 노래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imgur.com/fAadsb3"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target="_blank"><img src="http://i.imgur.com/fAadsb3.png" title="source: imgur.com" alt="fAadsb3.png" filesize="186480"></a></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익히 아시겠지만 임진강은 황해도와 경기도를 가로지르는, 남북의 자연경계선 중 하나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갈려져 있는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경기도 출신의 월북시인 박세영은 이런 임진강을 주제로 한편의 시를 쓰게 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1950년대 쓰여진 이 시는, 북쪽에서 임진강 너머 남한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을 다루고 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후 1957년, 고종한이 작곡을 해 노래가 만들어지면서 북한 사회에서 큰 히트곡이 됩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B28Mjsd2dLE" frameborder="0" style="font-size:9pt;line-height:1.5;"></iframe></div> <div><div style="text-align:right;"><span style="line-height:15pt;"><b></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br></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br></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림진강 맑은 물은 흘러흘러 내리고 </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뭇 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내 고향 남쪽땅 가곺아도 못 가니 </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b></b></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br></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강 건너 갈밭에선 갈새만 슬피 울고</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메마른 들판에선 풀뿌리를 캐건만 </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협동벌 이삭 바다 물결 우에 춤추니</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림진강 흐름을 가르지는 못하리라</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b></b></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br></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내 고향 남쪽땅 가곺아도 못가니</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림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br></b></span></div> <div style="text-align:left;"><span style="line-height:15pt;"><b><br></b></span></div> <div></div>허나 이 시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시를 쓴 작가 박세영이 공산주의 찬양에 앞장서던 인물이라는 점이었습니다.</div> <div>박세영은 일제 강점기 시절 KAPF 소속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공산주의 관련 시를 써냈던 인물입니다.</div> <div>해방 후에는 월북해서 북한 문단의 거물로 자리잡았고, 현재까지도 국가로 사용되고 있는 북한판 애국가의 작사 또한 맡았습니다.</div> <div>그 공으로 북한 공훈예술가의 자리에도 올랐죠.</div> <div><br></div> <div><br></div> <div>이런 그의 사상적 기반은 임진강의 2연에도 드러납니다.</div> <div>북쪽에서 남쪽을 보는데, 들판이 메말라 풀뿌리나 캐먹고 있습니다.</div> <div>북쪽은 협동벌에 이삭이 가득해 바다물결 춤추듯 하는데 말이죠.</div> <div>이는 당시 천리마 운동으로 한참 북한이 남한보다 잘 나갈 무렵이라는 걸 돌려 표현한 셈입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하여 이 체제 찬양적인 노래가 북한에서 히트를 친 건 좋은데...</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정작 시대가 변하면서 북한 정권에서는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처리하게 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남한에 두고온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감상적인 내용이, 체제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음에 따라서였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결국 북한에서는 60년대 후반부터 이 노래를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렇다면 이 노래가 어떻게 일본, 그리고 한국으로 전래되게 되었을까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본에서 처음 임진강 노래를 취입한 그룹은 포크 그룹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1960년대를 풍미한 포크송 그룹으로, 긴 휴지기가 있었지만 현재도 활동 중인 전설적인 그룹이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당시 이들에게 가사를 써주던 작사가 마츠야마 타케시가 이 노래를 추천해주고 일본어로 가사를 번안해주었다고 합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a target="_blank" href="http://imgur.com/96IJrMm"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target="_blank"><img src="http://i.imgur.com/96IJrMm.jpg" title="source: imgur.com" alt="96IJrMm.jpg" filesize="131866"></a></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마츠야마 타케시는 교토 출신인데, 당시 쿄토에서는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 간의 사이가 극단적으로 나빴다고 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고등학생 사이에도 패싸움이 줄을 이었다고 하고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래서 1961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마츠야마 타케시는 이런 갈등을 스포츠로 해결하고자, 조총련계 학교와의 축구 친선전을 학교에 제의했다고 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친선전은 성황리에 치뤄졌는데, 당시 이 경기에서 조총련계 학생들이 응원가로 불렀던 노래가 바로 임진강이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 노래를 감명깊게 들은 마츠야마 타케시는 오랫동안 그 곡조를 기억하고 있다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에게 전해주게 된 것이죠.</span></div> <div><br></div> <div><br></div> <div><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1-eJDL3zLCQ" frameborder="0" style="font-size:9pt;line-height:1.5;"></iframe></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임진강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의 두번째 싱글로 1968년 2월 21일 발매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공연에서 워낙 호평을 받았던 곡임에도, 임진강 싱글은 곧 판매중지 조치를 받게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조총련 측에서 원곡이 북한 노래임을 알리고, 작사자와 작곡가를 명확히 할 것, 그리고 원곡의 번역을 그대로 살릴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마츠야마 타케시는 가사를 번역하면서 2연의 정치적 내용을 들어내고, 그 부분에 민족의 아픔을 담아냈기 때문이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하지만 조총련 측의 항의로 인해, 북한 체제의 찬양적 내용이 있다는 게 드러나자 결국 정치적 이유로 이 곡은 일본에서도 금지곡이 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막 한일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한 터였기에, 북한 노래가 널리 불리는 것을 한국 정부에서 원치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고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후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는 임진강의 멜로디를 역재생해서 너무 슬퍼 참을 수 없다라는 곡을 싱글로 내기도 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일본 학생운동에서도 자주 부르던 노래였지만, 학생운동 바람이 잦아들면서 임진강 또한 잊혀져 갔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 노래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이후에서였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2002년 재발매 된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의 임진강 싱글은, 2002년 오리콘 순위에서 연간 14위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span></div> <div><br></div> <div><br></div> <div><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GOFFjpyVmvI" frameborder="0" style="font-size:9pt;line-height:1.5;"></iframe></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국내에 이 노래가 알려지게 된 것은, 또 한참 후의 일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군사정권 내내 북한 체제 찬양을 이유로 들을 수가 없었거든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제대로 임진강이라는 노래가 알려지게 된 것은, 90년대 들어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몰았던 김연자 덕분이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김연자는 이 노래를 2001년 홍백가합전에서도 부르며,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노래를 발굴해내는 데 큰 역할을 했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김연자 버전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와 다르게, 남북분단 현실을 직접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지 더 절절하게 가사를 번안하기도 했고요.</span></div> <div><br></div> <div><br></div> <div><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89EkDmzW5J8" frameborder="0" style="font-size:9pt;line-height:1.5;"></iframe></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더불어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 노래는 2004년작 영화 パッチギ!(박치기!)의 OST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이 영화의 원작은 더 포크 크루세이더즈판 임진강의 작사가, 마츠야마 타케시가 쓴 소년 M의 임진강(少年Mのイムジン河) 이라는 작품입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60년대 재일 한국인의 삶을 담아낸 영화 안에서, 임진강은 그 애환을 그대로 드러내는 매개체로 나타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한일 양국에서 다시 한번 이 노래가 조명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span></div> <div><br></div> <div><br></div> <div><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kUGIymf2x3k" frameborder="0" style="font-size:9pt;line-height:1.5;"></iframe></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오랜 세월 한국, 북한, 일본 세 나라에서 참 고초도 많았고 사랑도 받았던 노래입니다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그 마음은 모두가 하나였을 겁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남에서는 북을, 북에서는 남을, 일본에서는 이제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고국을.</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 시절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노래라고 생각하면,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곤 합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음악으로나마 그 마음들이 하나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span></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