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left;"><img width="427" height="218" alt="movie_imageW8CGOQ3S.jpg" src="http://thimg.todayhumor.co.kr/upfile/201804/15232069067b7aea3e1b3b4cc8ab5bc8e6ee7a0870__mn122968__w427__h218__f22923__Ym201804.jpg" filesize="22923"></div> <div>(스포성 글이 있습니다.)<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1.<br><br> '슬랙 베이'는 브루노 뒤몽의 9번째 장편 영화입니다.<br><br>글쓰기에 앞서 간략하게 서두를 적어야 할 것 같은데,<br>브루노 뒤몽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br> 볼 기회가 흔치 않아 브루노 뒤몽의 작품을<br>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br><br>전 작품들이 어떤지 잘 모르기에<br> 길게 글로 써보고 싶었지만<br> 분석적으로 깊게 쓰는게 어려울 것 같아<br> 문단으로 나누어 적어 볼까 합니다.<br>(구어체로 적는게 더 적합할 것 같아 이렇게 적습니다.<br>원래는 글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br>시간이 지나서도 이 영화가 계속 생각나고<br> 곱씹게 되는 것 같아 글로 적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됐습니다.<br>그래서, 제가 적는 글은 오직 '슬랙 베이'의 관한 내용일 것입니다.)<br><br><br>결론부터 말하면 '슬랙 베이'는<br> 무척이나 뛰어난 영화입니다.<br><br><br>1-1<br><br>현지 평단이나 관람객 평도 그닥 좋은 편이 아닌데,<br>아스트랄한 코미디가 주는 영화의 정서가<br> 저에게는 만만치 않게 다가옵니다.</div> <div>(좋지 않은 평가 때문에 이 영화를<br>더 피력하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br><br>분명 쉽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닐 것입니다.<br>그렇기에 이 영화를 더더욱이 글로 적어보고 싶네요.<br><br><br><br><br><br><br><br>2.<br><br> '슬랙 베이'는 1910년 프랑스 북부 지방에<br> 슬랙 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소동극 입니다.<br><br>이 영화의 제목이 주는 의미심장함도 분명 있는데,<br>원제가 'Ma Loute'라는 점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br><br> 'Ma Loute'를 번역하면 '나의 사내아이' 혹은<br>'나의 계집아이'라는 뜻입니다.<br>('Ma'는 영어로 'My'이고,<br> 'Loute' 'loulou'의 속어 입니다.<br>사전에서는 여성명사로 뜨기에<br> 영어로는 'bitch'가 될 것 같네요.)<br><br>여기에서 뜻하는 '나의 계집'은<br> 극중 '빌리'를 뜻합니다.<br><br><br>빌리는 이 영화를 풀어가는<br> 중요한 테마이자 키워드 이기도 하니까요.<br><br><br><br><br><br><br><br>3.<br><br>형식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br> 이 영화는 상당히 정교합니다.<br><br>겉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설정과<br> 상황들의 연속처럼 보이지만,<br><br>저에게는 브루노 뒤몽의 연출력이<br> 얼마나 세심하고 정교한지 확인해준 작품입니다.<br><br><br>여기에서는 두 가문과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 나옵니다.<br>한쪽의 가문은 귀족이라는 점과,<br>한쪽의 가문은 어부로 살아가는 하층민이라는 점에서<br> 대비가 되고 있지요.<br><br>그 중간 지점에 놓여있는 것이 바로 경찰입니다.<br><br><br>3-1<br><br>또 하나 중요한 설정은 귀족들의 실종사건입니다.<br>이 귀족들은 후에 마루트 가족이<br> 일용할 양식으로 쓴다는 점에서도 기괴하게 다가옵니다.<br><br>그 다음은 귀족들이 자신들의 귀족 신분과<br> 자본을 위해 근친상간을 한다는 점입니다.<br><br>이 지점에서 뜨악하시는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하지만<br> 중세시대만 생각해도 상당부분 유럽의 역사에서<br> 왕족이나 귀족들은 자신들의 혈통을 위해<br> 근친상간을 서슴없이 해왔습니다.<br>(인간 말고도 피해 종이 있으니 그건 개입니다.)<br><br><br>이 영화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앙드레'가<br> 꼽추인 이유는 이러한 유전적인 이유 때문이겠지요.<br><br> '빌리' 역시 유전적 피해의 산물입니다.<br><br><br>3-2<br><br>귀족과 어부의 계급적인 신분 격차는<br> 이 영화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br>(격차의 의미보다 계급적인 신분 그 자체가 중요하지요.)<br><br>사실상 귀족과 어부 심지어 경찰까지<br> 동일선상에서 보고있다고 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br>(그렇기에 작품이 더 냉정하고 차갑게 다가오는 경향도 있습니다.)<br><br><br><br><br><br><br><br>4.<br><br>뚱뚱한 경찰로 나오는 '알프레드'를 비롯해<br> 귀족들이 전부 넘어지고 뒹구르는 슬랩스틱은<br> 단지 웃기기 위한 장치만은 아닙니다.<br><br>슬랩스틱 자체가 극의 리듬을 부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br>넘어지고 깨짐으로써 극중 나오는 인물들이<br> 얼마나 부실하고 내실이 없는지를 블랙 코미디로 보여줍니다.<br><br>극중 알프레드는 '허탕을 치면 부풀어오른다'라는<br> 말 자체가 주는(비)웃음도 있지만,<br>이것이 결말부에선 인간군상과 그 세계가<br> 얼마나 말도 안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사이기도 하지요.<br><br><br>이 영화는 모든 인간들이 허탕을 침으로써<br> 사건이 해결되고 화합하는 이상한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br><br><br><br><br><br><br><br>5.<br><br>어부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인데,<br>이 빈민층은 극도로 가난하기에 어부 외에도<br> 귀족들을 슬랙 만으로 옮겨주는 일을 합니다.<br>한 사람당 20센트 씩 받는 이 부업은<br> 영화 내외적으로 굉장히 중요합니다.<br><br>슬랙 만을 건너기 위해서<br> 밀물에서는 배를 통해 건너가고,<br>썰물일때는 수심이 얕기 때문에 사람을 업어서 이동합니다.<br><br>추측컨데, 이 가족들이 카니발리즘이 된 것에는<br> 이 부업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br>종종 시체가 떠다녀서 건져 올리는 일까지 했던<br> 어부 부자는 우연찮게 인육을 맛보면서 심심찮게<br>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입니다.<br>(아이들은 이를 '고기'라 일컫습니다.)<br><br>마루트의 아버지가 '구세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br> 상당한 아이러니와 동시에 당혹감을 안겨줍니다.<br><br>의도치 않게 허탕을 침으로써<br> 이 가족들은 새로운 양식과 일거리를 동시에 얻게 됩니다.<br><br><br><br><br><br><br><br>6.<br><br>귀족들이 침을 뱉는 행위는 조각상에<br> 먼지를 제거해 청소하기 위한 행위였다면,<br>어부들이 침뱉는 행위는 귀족들을 봄으로써 행해집니다.<br><br>경찰들을 통해 나체족들의 음모까지 보여줬던 화면은<br>'빌리'가 '마루트'를 따라가다 해변에 이르러<br> 나체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을 뒷모습으로만 담습니다.<br>(이 장면은 저에게 감동적으로 비쳐지기까지 합니다.<br>브루노 뒤몽의 미학적 예의가 전 여기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br><br>넘어지고 뒹굼으로써 극의 리듬과 인간을 보여줬던 모습은<br> 사건의 실마리가 전혀 이상하게 풀림으로써 해결이 됩니다.<br><br>알프레드는 분명 '남자'이고 '카니발'일거라고 했던 대사는<br>'마루트'가 옆에 있음으로써 완전히 어긋난 발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br><br>마지막에 사건이 완전히 해결 됐음에도 불구하고<br> 부풀어 올라 결국에는 뜨게되는 알프레드의 모습을 통해<br> 이 소동극 자체가 얼마나 모순되고 이상한 세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게 됩니다.<br>(심지어 총으로 쏴서 알프레드를 구조 합니다.)<br><br>이러한 브루노 뒤몽의 형식적인 시도와 설정들은<br> 그 자체로 정교하고 섬세하게 이어붙여 설렁설렁 만든<br> 블랙 코미디가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br><br><br>그리고, 이 이상한 어긋남과 부조리와 허탕은<br> 이상한 화합을 이룸과 동시에<br>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보여줌으로써<br><br> 결국, 알프레드의 극중 대사처럼 허탕을 치는, 허탕 밖에 없는<br> 인간세계를 어쩌면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br><br><br>6-1<br><br>알프레드가 부풀어 올라 뜨기 전에<br> 이사벨이 떠오르는 장면이 먼저 있습니다.<br><br>아마도, 형식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이는데<br> 이는 성모 마리아를 위한 행렬 뒤에 이루어 졌다는점,<br>그 행렬 뒤에 마루트와 빌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점을 오드가 알게 되었다는 점,<br>마루트가 빌리의 정체를 알게 된 후라는 점,<br>그리고 자신의 동생이자 남편의 사촌 동생이 사라진 뒤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br><br>갑자기 말도 안되는 판타지 장면을 집어넣음으로써<br> 이 소동극의 부조리와 극의 리듬을 완전히 바꾸는 장면이 됩니다.<br><br><br><br><br><br><br><br>7.<br><br> '빌리'는 줄리엣 비노쉬가 연기한<br>'오드'의 딸이자 아들이고,<br>빌리의 아버지는 자신의 외삼촌 혹은<br> 외할아버지가 되는 셈입니다.<br><br>이 말도 안되는 족보는<br> 마루트와 사랑을 하게 됨으로써<br> 더더욱 처절하고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br><br>끝내 마루트가 죽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br>죽이지 못한 것으로 저에겐 보입니다.<br><br>죽이지 못한 이유는 '빌리'를 사랑했었기 때문이 아니라,<br> '빌리'가 자웅동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일 것입니다.<br>(인육으로 쓰기 위해 옷을 벗기는 과정에서 확인했을거라 생각합니다.)<br><br><br>'빌리' 혼자 '마루트'를 사랑하게 된 마지막 엔딩은<br> 씁쓸하고도 긴 여운을 선사하게 되지요.<br><br><br><br><br><br><br><br>8.<br><br>전 이 영화가 해피 엔딩이냐 새드 엔딩이냐라고 물었을때,<br>오히려 새드 엔딩쪽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br><br>물론, 미스터리 실종 소동극을 통해<br> 마을 사람들이 화합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br>이 화합이 저는 무조건적으로 좋아보이진 않습니다.<br><br>이상한 화합은 자신들의 손을 통해 해결된 것이 아니라,<br>의도치 않은 선로를 통해 해결이 되었기 떄문이겠지요.<br><br>그리고 그 카니발리즘 어부 가족들이<br> 배려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동정심으로<br> 풀어주었기 때문이지요.<br><br>끝까지 성모 마리아와 경찰들 덕에<br> 이 사건을 해결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사람들은<br> 그 자체로 이 세계의 부조리와도 자연스레 연결이 됩니다.<br><br>이 웃지 못할 아이러니를 아는 사람은<br> 남자도 여자도 아닌 '빌리'이기에 더 처연하게 다가옵니다.<br><br>아마도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일 것으로 추측되는 크리스찬과<br>(식탁에서 실종사건 얘기를 할때 이리저리 다니며<br> 카메라를 향해 응시하는 쇼트가 플래시 백으로 나옵니다.)<br>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오드는 사건 후유증으로 기억하지 못하거나<br>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돌아옵니다.<br>(크리스찬은 사건 전에도 조카들에게 놀림 받을 정도로<br>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입니다.)<br><br><br>거기에 더욱 결정적인 이유는<br>'빌리'의 사랑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일 테지요.<br><br><br><br><br><br><br><br>9.<br><br>브루노 뒤몽의 작품에 나오는 배우들 연기가<br> 테크닉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매우 훌륭한 연기라 생각합니다.<br><br>특히나, 파브리스 루치니와 줄리엣 비노쉬는<br> 굉장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네요.<br><br>줄리엣 비노쉬를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 감독은<br> 브루노 뒤몽이 아니면 만들지 못할 듯 보입니다.<br>(줄리엣 비노쉬가 숲에서 잡히는 장면이나,<br>잡히고 나서 마루트 엄마에게 맞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긴 합니다.)<br><br>그리고 파브리스 루치니의 꼽추연기는<br> 상체를 흔들흔들 거리며 걷는 테크닉이나<br> 말의 리듬을 자유자재로 쥐고 흔드는 대사처리 등<br> 놀랍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합니다.<br><br><br><br><br><br><br><br>10.<br><br> '슬랙 베이'는 기상천외한 블랙 코미디가<br>(영화)세계를 감싸는 하나의 정조라고 봅니다.<br><br>이토록 참혹하고 아스트랄한 코미디는<br> 근 몇 년간 보지 못한 것 같아요.<br><br>전부 불균형으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br> 그 불균형의 조화가 형식으로나 내용으로나<br> 심지어 캐릭터로나 역설적으로 무척 아름답습니다.<br>(어떻게 보면 꼽추 형상자체가<br> 슬랙 만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를 테지요.)<br><br><br>그리고, 브루노 뒤몽이 왜 프랑스가 사랑하고<br> 주목하는 감독인지도 잘 알게 되었구요.<br><br> '잔다르크의 어린시절'이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한데,<br>후에 이 영화도 개봉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듭니다.<br><br><br>10-1<br><br>부제 이야기를 또 해야 할 것 같은데<br>'슬랙 베이'라는 영제목 처럼 영화와 어울리게 바꾸면 모르겠지만,<br>원제를 바꾼 것도 아니고<br> 부제를 관성적으로 집어넣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br><br>전 이 영화의 부제가<br> 필요한 행위인지 부터가 의구심이 듭니다.<br>(부제를 넣는다고 관객이 더 드는 것도 아닐텐데요)<br><br><br><br>★★★★</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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