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보고

-개인의 의지와 사회 시스템의 대결

새로운 영웅과 빌런이 나타나면서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치고 박고를 반복한다. 그 와중에 부서지는 건물과 날아가는 차량들은 덤이다.(이게 다 마이클 베이 때문이다)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야 폭발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실제 사건이 옆에서 터진다면 어떨까? 일반인들은 항거 할 수 없는 무력과 초능력을 지닌 이들이 주체하지 못할 힘을 휘두른다면? 눈먼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의 심정을 바로 알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이 부분에서 시작된다.

어벤져스가 결성되고 스케일이 커진 만큼 악당들은 강력해지고 악당들이 저지르는 사건과 그 것을 막다가 생긴 불의의 사고도 커진다. 전세계인들은 어벤져스에 대해 부담감을 갖기 시작하고 어벤져스를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UN기구 산하에 넣기를 바란다. 아이언맨인 토니스타크는 이 법안에 서명을 한다. 통제할 수 없는 힘은 일반인에게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어벤져스의 영웅들이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활동하기를 원하지만 캡틴아메리카인 스티브 로저스는 권력에 통제를 받게 되면 자의로 자신의 판단 하에 힘을 사용할 수 없으며 권력에 의해 악용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며 서명하기를 거부한다.

한편 캡틴아메리카의 오래된 친구이자 히드라군단에 의해 개조된 윈터솔져 버키는 테러 유력 용의자로 지목당하여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항상 같은 편인 줄만 알았던 영웅들의 갈등은 매력적인 요소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자신의 본질적인 신념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 재미있다. 아이언맨은 갑부에 천재적인 과학자이지만(공돌이 만세) 그의 도덕성은 상식적인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거리낌 없이 살아가고 손닿는 대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 엄청 착하거나 악한 인물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물론 금수저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분노와 공포를 이해한다. 자신의 실수로 죽어버린 이를 위해 기부도 하지만 마음의 위안을 얻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는 법의 필요성을 이해하며 법을 옹호한다. 

반면, 캡틴아메리카는 올바른 심성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군인이다. 그에게 인명피해는 정의를 지키기기 위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인명피해는 영웅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형벌인 것이다. 아프고 힘들지만 절대로 회피하거나 뒤돌아 보지 않는 강철같은 사나이가 바로 캡틴 아메리카다. 캡틴 아메리카에게 영웅을 제재하는 법은 자신이 벌인 일을 자신이 책임지지 않고 회피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법에 뒤에 숨을 수 없다. 

공동체의 힘과 사회시스템이 가진 안정성을 믿는 아이언맨과 개인의 의지와 인성을 믿는 캡틴 아메리카의 대결은 숙명적이며 현대사회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인간은 홀로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를 만들었고 법을 통해 사회를 꾸려 나갔다. 하지만 법과 사회시스템이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하고 인간을 억압하는 도구로 쓰인 경우가 많았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은 약간의 희생을 했고 처음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보다 사회가 우선시 되면서 인간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했다. 개인의 인권보다 사회의 안전, 권력의 유지가 관심사가 되며 개인은 사회에 착취당하는 형태가 나타는 것이다.  사회를 위해 개인은 어느 정도까지 양보 할 수 있는가? 개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개인과 사회의 역할은 아직도 많은 논란과 이슈거리를 낳는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립은 작게는 개인의 의견 충돌이지만 크게는 현대 사회의 갈등과 논란을 재미있고 화려하게 표현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