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개인적으로는 버키 상황도 이해가 가는게.</div> <div><br></div> <div>자기가 '죽인 사람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이건 돌려서 말한거에 가깝죠. 말 그대로 미션리포트로 알고 있을 뿐이지 계속 기억과 감정이 지워지면서 살인병기로서 키워져왔으니까요. 자기한테 자유의지가 1g이라도 남아있었던게 아니고요.</div> <div><br></div> <div>생각해보면요. 어느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70년이 지나있고, 머릿속에는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살인목록이 주르륵 입력되있고, 티비에서는 세계 최악의 암살범이라고 불리고 있고. 최고의 베프를 죽이려고 했고, 베프에 대한 기억도 잘 나지 않고, 이제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올까말까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네가 우리 부모를 죽였어!'하고 덤벼올 때 '미안하다'고 하는건 두가지 의미로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극 진행상으로도 좋지 않았다고 보고요.</div> <div><br></div> <div><br></div> <div>일단 첫번째로 <b>'내가 정말로 죄를 저질렀는가?' </b>부분이죠. </div> <div><br></div> <div>자기 의지도 아니고, 저항할수 있었던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인형처럼 놀려졌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던것조차 아니고, 심지어 생생한 기억조차 없는데 타인이 내가 죄를 저질렀다고 하면 그걸 인정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감정이 있는 인간인 이상 미안한 감정은 가질 수 있겠지만 반발은 생길수밖에 없겠죠.</div> <div><br></div> <div>생각해봅시다. 70년동안 세뇌/기억지우기를 반복하면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인간한테 책임을 묻는다? 단순한 상명하복이 아닌 인간성으로 저항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저지른 일을?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버키가 그걸 저지르긴 했지만 그래도 그걸 버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총이나 칼에게 책임을 묻는거나 다름 없는 일인데요.</div> <div><br></div> <div>만약 살인범이 우리에게 칼을 쥐여줘서 끈으로 칼을 못놓게 묶은다음에, 그 팔을 잡아서 강제로 누군가를 찔렀다고 생각해봅시다. 그것도 수백에 이르는 사람을요. 보통 사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칠 상황이겠죠. 버키는 그 미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에야 겨우 자기가 그런 일을 했다는걸 겪어온 또다른 피해자인겁니다.</div> <div><br></div> <div>이걸 사과해버리면, 그게 <b>자기 잘못이라고</b> 인정해버리는게 되버리죠.</div> <div><br></div> <div><br></div> <div>두번째로, 자기가 이걸 진짜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데 그걸 미안하다고 하면 정말 단순히 빈말이 되버리린다는 겁니다. 이건 해봤자 말 그대로 변명일 뿐입니다. 타인을 편하게 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닌, <b>자기 죄책감을 씻으려 하는 거짓말</b> 밖에 안되는거죠. </div> <div><br></div> <div>그리고 극을 보면 아시겠지만 시빌워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마음을 말할때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솔직하지 못하고 속으로 꽁시랑거리고 가슴앓이 하는 것은 있을지 모르지만, 자기편에게 노골적인 거짓은 말하지 않죠.(전략적인 거짓말은 하지만) 이게 <b>시빌워라는 극중에서는</b> 상당히 큰 장치입니다. 서로 진심이고, 진실을 말하지만 가치관의 차이때문에 서로 부딪히고 갈라지게 되니까요. 누가 무조건 옳다고 할 수도 없이 말입니다. </div> <div><br></div> <div>버키의 캐릭터는 히어로가 아닙니다. 히어로로서의 대인배적인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히어로로 돌아올 수는 있는 존재죠. 지금 버키의 상태는 아이언맨 이전의 토니 스타크인 겁니다. <b>과도기적이고 헤매고 있는 인물인거죠</b>. 세뇌가 완전히 풀려서 자유로운 존재가 되고,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한꺼풀을 벗을 때 히어로로서 돌아올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아직 그때가 아닌겁니다. </div> <div><br></div> <div>현 시점에서 마블 유니버스의 버키는 PTSD에 시달리는 전쟁피해자입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그리고 극 진행상 이유로 좋지 않을거라고 했는데.</div> <div><br></div> <div>버키의 태도를 고깝게 보시는 분들이 대표적인 예로 드는게 토니가<b> '내 부모님을 죽인걸 기억해?'</b>라는 질문을 했을때<b> '내가 죽인 사람은 모두 기억한다'</b>라는 답일거라고 봅니다.</div> <div><br></div> <div>이건 사실 관객 입장에서 봤을때 의미는 완곡히 돌려말하는<b> '내가 죄를 지은건 알고 있다'</b>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버키에 감정이입을 못하게 된다면 굉장히 <b>싸가지 없는 말로 들리는 </b>이중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죠. </div> <div><br></div> <div>어쨌든 저는 이걸로 버키의 현 생각이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죄를 저지른건 알고 있다.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걸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말할수는 없다.</div> <div><br></div> <div>즉, 현재 버키의 상황을 말해주면서, 적당히 토니와 버키 사이의 골을 만들어두고, <b>시빌워가 아닌 '이후의' 작품</b>에서 그것이 봉합되는 결정적인 씬을 만들 수 있는 장치로 남겨둘 수 있게 된거죠.</div> <div><br></div> <div>만약 버키가 사과를 했는데 토니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습니다. 토니는 절대로 버키와 스티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거나 다름없게 되버리죠.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커다란 골이 파인 채로 뒤를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반드시 속편 시퀸스가 나오게 됩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마음편히 속편을 기다릴 수 없게 되죠. </span><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게다가 이야기의 중심이 과도하게 아이언맨으로 기울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지 '아이언맨' 시빌워가 아니니까요.</span></div> <div><br></div> <div>버키가 사과를 하고 토니가 받아들인다면? 이야기가 재미없어지고 어벤져스의 분열이라는 이야기의 중심이 흐트러집니다. 일단 지모가 벙쩌지는건 분명하겠죠. 물론 표면상으로는 사과했지만 속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는 분열의 골을 남겨둘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클라이막스인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의 대립으로 인해 어벤저스가 극적으로 끝장나는걸 보여줄 수가 없게 되버립니다.</div> <div><br></div> <div><br></div> <div>뭐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제 의견과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그게 틀리다고 할 수도 없을거라고도 생각합니다. </div> <div><br></div> <div>제작자가 의도했듯이 말이죠.</div> <div><br></div> <div>이런식으로 팽팽하게 토론이 되는걸 보면 루소형제는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든것 같네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