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br></p><p>동원 예비군 지정부대가 홍천에 있는 포병대였음.</p><p><br></p><p>2일차 오후에 사격훈련 있는데 오전에 비가 겁나 쏟아지는 것임.</p><p><br></p><p><br></p><p>예비군들을 수송부 차양대에 모아놓고</p><p><br></p><p>포대장이 오후에 사격훈련을 진행할 때 판초우의를 입고 사격을 해야한다고 하는거임.</p><p><br></p><p>예비군들 다들 말도 안된다면서 '우~ 우~ 예비군을 너무 빡시게 굴린다~ 우~ 우~' 이러면서 야유를 보냈음.</p><p><br></p><p>포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체크리스트를 꺼내면서</p><p><br></p><p>"그럼 선배님들이 이름을 호명하면 각자 사격 훈련을 실시하실지 열외하실지 선택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함.</p><p><br></p><p>예비군들 당근 빠따 하기 싫음.</p><p><br></p><p>안해요 라고 하는건 양반임. 호명하면 그냥 양손으로 머리 위에 엑스자만 만들고 그럼.</p><p><br></p><p>그러는 와중 내 차례가 와씀.</p><p><br></p><p><br></p><p>"예비군 병장 강XX. 꼭 쏘고 싶습니다!!!"</p><p><br></p><p>완전 그거- 마시면 힘나는 슈퍼에서 안팔고 약국에서만 파는 피로회복제 옛날 광고 따라서</p><p><br></p><p>어리버리한 이병 목소리 말고 군기 바싹 든 일병 4호봉 쯤 목소리로 우렁차게 대답했음.</p><p><br></p><p><br></p><p>날 보는 포대장의 눈에서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감격의 물방울이 한 방울 흘러내렸고</p><p><br></p><p>우리 포대 예비군 형아들도 박수를 치면서 </p><p><br></p><p>'그지? 동원 왔으면 총 한방은 쏘고 가야겠지?' 하면서 </p><p><br></p><p>나 이후로 너도 나도 사격을 하겠다고 달려듬.</p><p><br></p><p>그리고 우리 포대 모든 예비군이 만장일치로 사격훈련을 진행하겠다고 하자.</p><p><br></p><p>그에 감동한 홍천 하늘이 개벽을 하여 </p><p><br></p><p>오후에는 비가 그치고 좀 질척하긴 하지만 좋은 날씨 속에서 사격 훈련을 하였음</p><p><br></p><p>포대장은 동원 훈련 우수자로 퇴소하는 날 나에게 상장을 꼭 드리겠다고 약속하였지만</p><p><br></p><p>그날 저녁 대대장(중령) 정신교육할 때 맨 앞줄에서 코골면서 자다가 끌려나가서 상장 못받음.</p><p><br></p><p><br></p><p><br></p><p><br></p><p><br></p><p><br></p><p>(-) 저는 이제 서른줄이 넘어가서 향토 예비군도 모두 끝나고 민방위를 받고 있습니다.</p><p>예비군 훈련 중에서는 동원 예비군이 가장 재미있었더랬어요.</p><p>지정 부대에서 훈련을 받다보니 같이 훈련받는 형아들은 물론 교관 조교도 친해지고.</p><p>훈련 전날 가방에 몰래 소주 챙겨가서 저녁에 자기 전에 빅팜 전자렌지에 돌려서 친한 형들이랑 소주 한잔씩 하고.</p><p>한참 카드 마술에 빠져 살던 시절이라 훈련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는 마술 보여주고 그러면서 재밌게 훈련을 받았었드랬죠.</p><p><br></p><p>가끔은 지금도 동원 예비군은 가고 싶단 생각이 들곤 합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