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훈련소를 마치고 자대에 갓 전입을 갔을 때였다. </div> <div> </div> <div>난 아직 신병대기기간이었고 잠자는 시간 외에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내무실 한 구석에 </div> <div>각을 잡고 앉아 부대의 분위기를 살피고 고참들 이름을 외우는 일 뿐이었다. </div> <div>별일 없이 이틀정도 시간이 지났고 그날도 각을 잡고 앉아 있는데 고참 하나가 </div> <div>씩씩대며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 고개를 푹 숙인 이등병 하나가 따라 들어왔다. 나보다 한 달 먼저 </div> <div>전입온 이등병 선임이었다. </div> <div> </div> <div>무슨 사고를 친건지 고참은 그 이등병선임을 갈구기 시작했고 처음 보는 갈굼이라는 것에 나까지 </div> <div>덩달아 긴장해 각을 잡고 앉아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열받은 그 고참의 말은 날 당황스럽게 만들었다.</div> <div> </div> <div>"이새끼야. 너 어제 순찰자 올라올 때 딸딸이 쳤어 안쳤어?"</div> <div>"... 친 것 같습니다."</div> <div> </div> <div>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div> <div> </div> <div>"친것 같습니다? 이새끼가 나랑 장난하나. 니가 쳤으면 우리초소 애들이 왜 몰라? 다 알아야 될거아냐?"</div> <div>"... 죄송합니다."</div> <div> </div> <div>난 충격을 금치 못했다. 군대란 곳이 무서운 곳인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치는것 까지 다른사람이 다 알고 있어야 </div> <div>하는 곳이었다니.. 그리고 화장실도 아니고 근무지에서? 그럼 정지정지 움직이면 쏜다가 아니라 정지정지 움직이면 싼다. 였단 말인가 문화충격 이었다.</div> <div> </div> <div>한참을 갈구던 고참은 그 이등병에게 니 바로 윗고참을 데려오라고 시켰고 한참 후 긴장한 얼굴의 일병이 내무실로 들어왔다. </div> <div> </div> <div>"야 이새끼야. 너는 신병교육을 어떻게 시킨거야? 어떻게 전입온지 한 달이나 지난 놈이 아직 딸딸이도 제대로 못치는게 말이 되냐고"</div> <div>".. 죄송합니다. 다시 교육시키겠습니다."</div> <div>"장비실 내려가서 오늘 점호 전까지 확실하게 가르쳐라. 알겠어?"</div> <div>"알겠습니다."</div> <div> </div> <div>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군대가 사람이 다시 태어나는 곳이라지만 설마 그런것까지 다시 배워야 할거라곤 </div> <div>상상도 못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앞으로 근무지에서 절대 쟤 혼자치지말고 너도 옆에서 같이쳐 알았어?"</div> <div>"알겠습니다."</div> <div> </div> <div>맙소사.. 그룹플레이까지.. 당장이라도 헌병대에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았다. </div> <div> </div> <div>그리고나서 던진 고참의 말이 날 아득하게 만들었다. </div> <div> </div> <div>"야 신병도 같이 데려가서 가르쳐. 똑바로 가르쳐."<br></div> <div>마침내 올것이 왔다. 잘 칠 자신은 있었지만 수치심을 이겨낼 자신은 없었다. </div> <div>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나는 어두운 장비실로 끌려갔다. 그리고 한시간 동안 딸딸이 치는 법을 배웠다. </div> <div> </div> <div>군대에서 사용하는 TA-312라는 유선통신장비가 있는데 신호를 보내는 레버를 돌릴때마다 딸딸딸 소리가 나서 </div> <div>우리 부대에선 그걸 속칭 딸딸이라고 불렀다. 난 한시간 동안 열심히 레버를 돌려야 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얼마 후 였다. </div> <div> </div> <div>내무실에 수면등이 고장이 났다. 부대 내에 남는 전구가 없어 근무지 선탑을 나갔다 오는 소대장이 전구를 하나 사오기로 했다. </div> <div>저번에 있던 수면등이 너무 밝아 이번엔 좀 은은한 빛이 나는 전구를 사다달라고 부탁을 했고 소대장이 사온 전구를 끼우고 </div> <div>불을 켜봤다. </div> <div> </div> <div>불은 정말 은은했다. 하지만 뭔가 음란한 은은함 이었다. 어디서 사왔는지 소대장은 빨간색으로 칠해져있는 전구를 사왔고 </div> <div>그 불빛아래 있자니 왠지 관등성명 보다는 오빠라는 말이 튀어나올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div> <div> </div> <div>그때부터 고참들의 장난질이 시작됐다. 밤에 내무실로 누가 들어올때마다 "오빠 놀다가." "군인아저씨 혼자왔어?" </div> <div>"오빠 맛스타 한잔 하고가." 라며 킥킥대기 시작됐다. </div> <div> </div> <div>그렇게 며칠이 지나도록 고참들의 장난은 끝날줄을 몰랐다. 그리고 그날 밤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고 조용한 내무실에서 </div> <div>삐걱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고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추파를 날리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오빠 놀다가!"</div> <div> </div> <div>하지만 그 사람은 불침번이 아니었다. </div> <div> </div> <div>중대장이었다. </div> <div> </div> <div>그리고 그 오빠는 정말 오래 놀다갔다.우리들도 엎드려뻗쳐서 함께 놀아야 했다.</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