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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41398
    작성자 : 브로컬리
    추천 : 18
    조회수 : 4211
    IP : 175.223.***.135
    댓글 : 32개
    등록시간 : 2014/04/13 18:56:15
    http://todayhumor.com/?military_41398 모바일
    해병인듯 해병아닌 해병같은 내 군생활.ssul(스압)
    여친이 사라진지 3개월이 되었고 아직까지 생기지 않는데 시험기간을 앞두고 있고 돈도 음스므로 음슴체. 

    본인은 군생활중 자대가 두개였음. 일병 꺾일때쯤 부대가 통폐합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대대로 날아갔었는데.. 휴. 그때 생각만 하면 모골이 송연함. 하여튼. 지금 쓸 이야기는 내 첫 자대 이야기임. 

    논산으로 입소해서 후반기 2주를 받고 자대를 받았음. 그, TMO라고 있음. 기차역에서 근무하면서 군인들 표 뽑아주고 큰 훈련있어서 철도로 군화물 올려보내면 감독하고 뭐 그런거. 실상 명절에 간부들 귀향표 뽑아주는게 주임무긴 하지만 뭐. 처음에 동기 둘이랑 대대를 갔는데 한명은 대대본부랑 같이있는 TMO에 남고 나머지 둘은 예하 TMO로 보낸다는거였슴. 예하 TMO중에 한군데가 좀 많이 헬이었는데, 지역이 해병대랑 친한 동네라 편재가 해병 3명에 육군1. 간부 둘도 장교 하나 부사관 하나. 물론 둘다 해병대. 토탈 해병대 5명과 육군1명인 곳이었음. 국직부대라는게 참 그런게, 육해공군이 다 같은 부대에서 있다보니 재미있는 꼴을 많이 봄. 이건 나중에 풀 수 있으면 풀고. 

    어씨, 대대장 면담을 하고 대기기간이 끝났는데 그 해병대 소-_-굴-_-로 가라는거임. 완전 개 쫄았음. 별 얘기를 다들었음. 실제로 거기서 일어난 사고사례를 보여주기도 했고. TMO장 차를 훔쳐타고(절도, 지시불이행, 심지어 무면허였음) TMO를 벗어나(근무지 이탈) 술을 사오다가(...) 사령부 감찰실장에게 적발! 뭐 이런 급의 사고가 넘실대던 곳이었음. 폭행이나 내무부조리는 너무 많아서 그 사람도 자세히 보여주지 않았음. 아놬ㅋㅋㅋㅋㅋㅋ 내려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목이 조여들고 점점 몸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음. 허허 웃던 인자한 대대장이 그렇게 미울때가 없었음. 그리고 거기 분위기가 좀 해병대식으로 돌아가던 분위기여서, 질문할 때 '~까?'를 못쓰고 모두가 기합, 찐빠 이런 단어를 사용하던 곳이었음. 젠장. 내려가서 경례를 충성을 해야할지 필승을 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했음. 

    내려가는 날이 되어서, 한시간 반정도 열차를 타고 내려가는데 그렇게 긴장되고 죽겠는 때가 없었음. 본인은 바퀴가 달린 교통수단만 탑승하면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드는 편인데, 그날은 에어컨 펑펑 나오는 열차 안에서 열병 환자마냥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던전앞에 선 쪼렙용사의 심정으로 후달리며 자대로 향했음. 어찌나 열차도 빠르던지, 탄지 얼마 된거같지도 않은데 이미 열차는 역으로 도착하고 있었음. 겁나 쫄아서 내렸는데, 되게 사람좋아보이는 해병 중위가 날 맞이했음. 응? 이 부대에서 가장 친절한 해병이었음. (이 형이 해준얘기가 엄청 많은데 다음에 풀겠음) 그래서 들어갔는데, 되게 아담하고 생각보다 꽤 넓은 실내와 운동을 한 다부진 체격의 일병과 전역을 앞둔 육군 병장이 날 맞이함. 오자마자 뭐 먹고싶냐고 하길래 치킨 시켜먹고 플스로 위닝했음(눈치없이 다 이겼음...) 육군 병장은 그 담날 전역하고, 난 이 해병들의 도시에 홀로 떨어진 육군이 되었음. 

    하지만 난 꿋꿋이 육군의 긍지를 지키...긴 개뿔 곧 해병대의 일원이 되었음. 머리를 잘라주던 맞선임이 난 돌격머리밖에 못한다며 내 머리를 돌ㅋ격ㅋ으로 쳐놓았고(그 해병대 머리있음 투블럭인듯 투블럭 아닌 머리 위에 섬이 떠있는 모양..) 자연스럽게 관물대에 전역한 선임들이 버려놓고 간 용 두마리가 승천하는 그림이 박힌 남색 셔츠, 빤짝이라고 불리던 반바지를 입게 되었음. 나한테 기수도 줬음. 11xx기. 그리고 밤마다 해주는 이야기들로 해병대에 대해서 배워가기 시작했음. 기수경례나 해병의 긍지 뭐 이런것도 외우고 제껴나 기수열외나 뭐 그외 등등 별로 안좋은것까지 다 배웠음. 그리고 한명씩 선임이 전입해서 내 위로 해병3명이 모여서 맨날 밤마다 나 중간에 놓고 물어봤음. 섬해병vs사단해병. 맞선임이 사단해병이었고 그 위 둘이 섬해병(백령도1,연평도1)이었는데, 아 진짜 어떻게 맨날 물어보고 또 물어봄. 소녀시대가 좋은지 원더걸스가 좋은지보다 훨씬많이 물어봄.  오늘은 사단해병했다가 내일은 섬해병했다가 하여튼 줄타기의 연속이었음. 


    생각나는 이야기 몇개. 

    1.

    도시가 해병대 전역자들로 꽉 차있는 곳이다 보니, 길거리 지나가다가 등짝도 많이맞음. 
    '빡!'
    "엌ㅋㅋㅋㅋㅋㅋ 뭐옄ㅋㅋㅋㅋㅋ"
    "몇긴데!"
    처음엔 어리버리하다가 지내다보니 그냥 경례가 나옴...
    "필승 11xx깁니다!"
    "어 그래 수고많다! 용돈해라! "
    3만원 주고 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쿨내진동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주말에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TMO는 특성상 주말에도 다 근무함) 그때 근무가 아니라 돌격머리를 하고 빤짝이랑 빨간 반팔티를 입고 있었음. 간부가 들어오길래 별 생각없이 충성을 때렸는데, 간부 표정이 '헐 이새끼가 뭐라는거지' 딱 이표정임. 나도 같이 '헐 이인간이 왜 날 그런 표정으로 보지' 뭐 그렇게 5초쯤 적막이 흘렀음. 간부가 되게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새꺄 나 해병대야" 해서 "전....전 육군입니다" 했음. 개빠져서 경례 안할라고 거짓말한다고 맞을뻔함. 


    3.

    해병대는 계급이 낮으면 그냥 반말함. 아저씨 이런거 없음. 그래서 이등병때 근무하고 있으면 표끊으러 온 해병들이 다 나한테 반말했음. 이게 난 계속 존댓말하는데 기분이 나쁜거임. 선임한테(병장) 얘기했더니 막 웃으면서 해병은 다 그런거라곸ㅋㅋㅋㅋㅋㅋ족보없는 육군과는 다르다몈ㅋㅋㅋㅋㅋ 출근할때 입고가라며 자기 야상을 빌려줌. 버스터미널에 옷 입고가서 앉아서 근무하고 있으니까 문이 굉장히 패기롭게 열림. 역시 휴가자의 오픈도어 무브먼트는 경쾌하다고 생각했음. 낄낄대면서 들어오다가 야상에 박힌 계급장을 보더니 갑자기 쭈뼛쭈뼛 나한테 경례함. 마음속에 악마가 용솟음침. 어 그랰ㅋㅋㅋㅋㅋㅋㅋ임맠ㅋㅋㅋㅋㅋ 휴가가? 어디가? 난 여기서 근무하는데 넌 어디갘ㅋㅋㅋㅋㅋㅋㅋ 십분동안 이리괴롭히고 저리 괴롭히고 휴가증에 도장없다고 부대에 전화하는척하고 보내줌. 그날따라 휴가자가 20명정도 왔는데, 일일히 다 괴롭히고 보냈음. 그날 저녁에 선임 먹으라고 음료수사감. 가끔 종종 빌려가서 전역은 코앞인데 휴가가 없어서 주말에 근무서는 병장 코스프레하면서 버스 터미널의 악마로 군림했음. 터미널 디아블로쯤 되었을거임. 


    4.

    TMO가 되게 넓었는데, 뒤에 드럼통 잘라만든 그릴도 있었음. 저거 실제로 쓰는거냐고 물어봤더니 선임이 진짜 쓰는거라며. 고기 한번 구워먹자 함. 간부들 퇴근하고 7시쯤 TMO역 옆에 있는 큰 대형마트에서 숯이랑 고기랑 이거저거 사와서 궈먹고 있는데, 내 맞선임이 막내랑 처음으로 회식하는데 즐겁게 해야되지 않겠냐고 함. 왕고가 그럴까? 하더니 그러면 꺼내라! 함. 맞선임이 창고에 있는 사다리를 들고와서 건물에 대더닠ㅋㅋㅋㅋ 지붕에 올라가서 배수로 사이에 올려놨던 임페리얼을 들고 내려옴. '새캬 해리포터가 별거있냐? 이게 비밀의 방이지' 
    그날 취해가지고 본부에서 온 전화받다가 여보세요 할뻔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우연한 기회가 있어서 TMO장 BOQ에서 하루 잘 일이 있었음. 굉장히 재미있는 사람이었는데, 주의사항을 말해줌. 
    "애들이 내가 중위인건 아는데, 넌 그 옆에 선탑을 하고 있으니까 더 높은 사람으로 생각할거야. 쫄지말고 경례 받아야돼. 쫄리면 X되는거다" TMO장의 애마인 람보르모닝(자기 모닝을 많이 아꼈던 형이었음..)을 타고 BOQ를 지키던 헌병 경례 쿨하게 받아주고 BOQ로 들어갔음. 
    "들어가도 중요해. 쫄면 안돼. 구막사라 나보다 선임은 몇명 없거든? 누가 경례하면 그냥 받아주고, 혹시 기수 물어보면 사후 10X기, 혹시 더 물어보면 내 이름 대고 동기라고 해. 아마 선임은 안만날거야."
    국방색 런닝에 빤짝이 반바지 입고, 깔깔이 입고 돌아다니는데 누구랑 눈이 마주쳤음. 5초쯤 서로 마주보다가 그쪽에서 먼저 경례를 하길래 당황하지 않고 받아줬음. 뒤에서 TMO장이 따라오고 있었는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얼 존내 잘하는데? 하고 낄낄대면서 방으로 들어감. 라면까먹고 햇반까먹고 기타치고 둘이 놀다가 그 형은 먼저 자고 난 밤에 인터넷 하면서 벌게진 눈으로 훈련 참여함. 해병대 사단급 훈련이었는데 서서 졸다가 해병대 사단장한테 걸려서 겁나 털리고 영창갈뻔.



    몇개 더있는데 생각은 안남. 하여튼 이렇게 살다보니 이상하게 해병대만 보면 좀 더 정이 가고 그럼....난 분명 육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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