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밥먹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몇자 적어봄
97년도 몇월인지는 기억이 안나고 상병달았으니까 10월 ~11월쯤 되었던것 같음.
저녁 점오시간에 MBC뉴스데스크를 다같이 시청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원도 화천에 멸종된줄 알았던
토종호랑이가 있는것 같다는 뉴스가 나옴. 호랑이 전문가가 나와서 호랑이 똥을 발견했으며 뭐시라 뭐시라하면서
호랑이가 있는게 확실하다고함. 민간인들만으로는 수색이 어려우니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터뷰를함.
병장들은 호랑이 수색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킬킬거렸지만 그런일은 실제로 벌어졌음.. ㅋㅋ
다음날 아침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행보관은 3인1조로 총 12명의 수색인원을 준비시키라고함.
우리는 전부 급 당황.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병장한명이 "저.. 행보관님. 그럼 저희 실탄주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평소 말투가 느리고 버벅이던 우리 행보관은 에미넴 귀빵망이를 후려칠 듯 욕설을 쏟아냄.
"미친놈아 호랑이 똥을 찾으라고 했지. 누가 너보고 호랑이 잡아오라고했어" 암튼 불호령에 긴급히 조를
만들어 그날부터 호랑이 똥 사진한장들고 수색을 시작함. 첨에는 부대 근처를 몇일간 수색함. 당연히
호랑이 똥같은 걸 발견할리도 없고 산도 높지 않아서 편했음. 편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병장들의 눈빛들은
흔들렸고 후임 위주에서 고참위주로 수색조가 편성됨. 그렇게 소득없는 수색을 1주일쯤 하던중
어디에서 호랑이 똥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되었다고 그곳을 중심으로 수색하라는 명령이 떨어짐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딱 봐도 산세가 험하고 날씨도 추워지고 하루하루 계속되는 수색에 전부들 지쳐가시 시작함
한 3주정도 수색하다 점점 인원이 줄어들더니 결국 그만둠.
군대에서 이런 저런 말도 안되는 일 많이했지만 호랑이 똥 찾으러 다닌줄은 꿈에도 몰랐음. ㅋㅋ
혹시 비슷한 시기에 호랑이 똥 찾으러 다니셨던분 계신가요? 솔직히 저는 5~6번정도 밖에 안갔었지만
갔다온 사람들은 전부 입에 욕을 달고 살던데... 어떻게 마무리하지.......
모르겠다 그냥 ~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