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어느 평화롭던 오후. 그동안 밀려버린 분대장 일지를 작성하기 위해 후임들을 관찰하고 있을 때였다. </font></div> <div><font size="2">혹시나 우환이나 근심이 있지 않을까 하고 후임들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지만 야속하게도 후임들은 아직도 </font></div> <div><font size="2">파란마음을 간직한 소년들처럼 밝고 쾌활한 모습이었다. 어쩔수 없이 그날도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적은 </font></div> <div><font size="2">분대장일지를 살포시 덮고 있을 때 갑자기 보급관님이 들이닥쳤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내무실에 들어선 보급관님은 뜬금없이 우리들 하나하나를 붙잡고 설문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개가 좋아? 고양이가 좋아? 급작스러운 질문에 얼떨결에 개가 좋다고 대답했고 보급관님은 고개를 끄떡거리더니</font></div> <div><font size="2">다른사람들 에게도 같은 질문을 묻기 시작했다. 의외로 개보다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font></div> <div><font size="2">사실 나도 개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했지만 굳이 다시 보급관님에게</font><font size="2">가 사실 저는 고양이가 더 좋습니다. </font></div> <div><font size="2">라고 묘밍아웃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냥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설문조사를 끝낸 보급관님은 개가 더 좋다고 한 인원들을 모아서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우리가 도착한 곳은 수송부 옆 공터였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공터에 서있으니 왜 우리가 여기 모인건지에 </font></div> <div><font size="2">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설문조사와 관련된 일일거라 생각은 했고 개와 공터의 접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font></div> <div><font size="2">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한참을 고심하다 설마 인간 프리스비라도 할려는 것인가에 </font></div> <div><font size="2">대한 생각에 다달았을때 공터로 트럭이 한대 들어왔다. 트럭에는 각종 자재와 벽돌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보급관님은 군견막사를 만든다고 했다. 그랬다. 그게 우리가 모인 이유였다. 뒤늦은 후회와 억울함이 밀려왔다. </font></div> <div><font size="2">뒤늦게 사실은 난 고양이가 더 좋다고 외쳐봤지만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쏘아버린 화살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결국 그렇게 모인 애견인들과 한명의 숨겨진 애묘인은 </font><font size="2">군견막사공사에 징집되었다. </font></div> <div><font size="2">자재를 내리고 있는데 문득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우리부대엔 군견도 없는데 </font></div> <div><font size="2">왜 군견막사를 짓는가 라는 의문이었다. 보급관님은 훈련기간에 가끔 사단에서 내려오는 군견들이 지낼 막사라고 </font></div> <div><font size="2">했다. 결국 일년에 몇 번 쓰지도 않을 건물을 짓는데 우리는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휴일까지 반납해가며 </font></div> <div><font size="2">공사에 매달려야 했다. 억울함에 그렇다면 짬타이거를 위한 캣타워라도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font></div> <div><font size="2">미친놈 소리 뿐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다음 날 부대로 몸소 군견과 군견병이 방문했다. 썬더라는 촌티 풀풀 풍기는 이름을 가진 군견은 앞으로 자신이 </font></div> <div><font size="2">머물 막사가 들어설 공터를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매우 흡족한듯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썬하사는 공사기간</font></div> <div><font size="2">동안 가끔씩 부대에 방문해 진행상황을 확인하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노동에 매진하고 있는 우리들을 노고를 </font></div> <div><font size="2">헥헥거리며 치하하고 돌아가곤 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마침내 모든 공사가 끝나고 군견막사가 완성 되었다.씁쓸한 얼굴로 완성된 군견막사를 확인하고는 앞으로 두번 다시 </font></div> <div><font size="2">보급관님과 말을 섞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런데 뜻 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보급관님이 공사에 참여한 </font></div> <div><font size="2">인원 모두에게 외박을 준 것이었다. 그 외박증 한장으로 우리들의 마음은 순식간에 돌아섰다. </font></div> <div><font size="2">공사기간 내내 뱀의 혀, 꼰대, 개급관이라 불리며 지탄을 마지 않았던 우리들은 어느새 한목소리로 </font></div> <div><font size="2">보급관님 짱짱맨. 갓급관, 관중의 관 보급관님을 외쳤다. </font> </div> <div> </div> <div>설레는 마음으로 우리들은 외박을 나갔고 자유의 공기를 만끽하며 노동에 대한 보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div> <div>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가 지나갔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다음날 칼같이 6시에 기상한 우리들은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낼 </div> <div>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땅히 할 게 없었고 결국 우리가 찾은 곳은 PC방이었다. </div> <div>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또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같이 할만한 게임이 없었던 것이다. 다들 멍하니 앉아서 쓸데없이 </div> <div>걸그룹 기사만 깨작거리고 있었고 시간은 흘러갔다. 결국 모아진 의견은 스타를 하자는 것이었다. </div> <div>나는 별로 탐탁치가 않았다. 왜냐하면 난 스타를 정말이지 엄청나게 이렇게 못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못했기 때문이었다. </div> <div> </div> <div>사회에 있을때도 친구들과의 원활한 교우관계를 돈독히 하게 하기위해 몇번씩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그들의 화만 돋굴 뿐이었다. </div> <div>그때까지 컴퓨터와 1대1도 이겨본 적이 없었고 이런 내 실력에 대한 친구들의 평가는 </div> <div>내가 모니터 끄고 해도 너는 이긴다. 내가 혓바닥으로 해도 너는 이긴다. 내가 오버로드만 뽑아도 너는 이긴다.</div> <div>이제 갓 걸음마 뗀 우리 조카가 이유식 먹으면서 해도 너는 이긴다. </div> <div>스티븐 호킹과 내가 1대1을 하면 스티븐 호킹이 이긴다에 내 전재산을 걸 수 있다. 등 박하기 그지 없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다수의 의견에 밀려 결국 나도 참가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나는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발리다보니 슬슬 </div> <div>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없던 스타실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였고 이제는 그냥 지는게 아니라 철저히 </div> <div>농락당하며 비참하게 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어 마음을 가라 앉히고 내가 그들보다 우세한게 무엇인가 </div> <div>골똑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컨트롤 전술 시야 무엇하나 그들의 발톱에 때 만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div> <div>어서 이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도하고 있을 떄 단 하나 그들보다 우세한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div> <div>비록 한가지였지만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나만의 장점이. </div> <div> </div> <div>새로운 게임이 시작되고 이미 내가 호구임을 알아차린 상대방들은 나를 공격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만 있었다. </div> <div>5분도 채 되지 않아 초반 저글링 러쉬가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div> <div> </div> <div>나:이등병 새키가 혼자 돌아다니게 되있나?</div> <div> </div> <div>이등병저그: 잘못들었습니다? </div> <div> </div> <div>후임의 저글링이 움찔한 것을 보고 나는 이때다 싶어 계속해서 채팅을 시도했다. </div> <div> </div> <div>나:이 새키 빠져가지고 니 사수랑 같이 안와? </div> <div> </div> <div>이윽고 후임의 저글링이 빠르게 내 본진에서 이탈했다. 역시 군인은 계급이 깡패였다.평소였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꼇겠지만 </div> <div>그 순간만큼은 전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군생활을 통틀어 가장 추잡스러운 일일지 몰라도 나에겐 그 추잡한 1승이</div> <div>너무나도 간절했다. 이거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내 사수와 함께 온 투컬러 저글링 러쉬에 내 본진은 빠르게 녹아 내렸다. </div> <div> </div> <div>그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내 본진에 몰려든 히드라 떼를 보며 상병 이하 침뱉기 금지라고 외치며 위기를 벗어났지만 </div> <div>벌떼같이 날아든 뮤탈떼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고 몰래 숨어든 다크템플러를 보고 전우조를 짜서 다시 오라고 하여 </div> <div>잠시의 시간을 벌었지만 다시금 나타난 하이템플러 무더기에 내 병력들은 지져졌고 내 마음도 찢어졌다. </div> <div> </div> <div>결국 난 1승도 건지지 못하고 이기기 위해선 뭔 짓이든 불사하는 추잡한 고참으로 남았다. </div> <div>그 이후로 나는 아직도 스타를 하지 않는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