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내가 스스로 나를 평가 했을 때 나는 그렇게 똑똑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머리가 비상한 것도 아니고 </font></div> <div><font size="2">특출난 재주가 있는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처럼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font></div> <div><font size="2">그리고 1년 넘게 군생활을 하면서 느낀점은 머리가 좋고 나쁘고는 군생활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물론 군대에선 이것저것 외울 것이 많다. 하지만 습득시간의 차이일 뿐 언젠가는 다 외워지기 마련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오히려 그런 두뇌회전 보다는 눈치나 성실함이 군생활에 적응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녀석을 만나기 전까지는.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신병이 전입오면 가장 먼저 외우는 것이 선임들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녀석은 </font><font size="2">소대원의 절반조차도 외우지를 못했다. </font></div> <div><font size="2">그때까지는 그리 큰 걱정을 하진 않았다. 어차피 개인차가 있는거고 남들보다 조금 더딜 뿐이니 </font><font size="2">시간이 해결해 줄거라 믿었다. </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훈련소에서 배웠을 것이 분명한 복무신조와 군가조차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녀석을 보면서 </font><font size="2">나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font></div> <div><font size="2">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는 나에게 놀라움 만을 안겨 주었다. 녀석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이었다.</font></div> <div><font size="2">지금이야 군대에 암기강요가 사라졌다지만 내가 군생활을 할때까지만 해도 정말 시시콜콜한 것 까지 암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다. </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소대원 이름을 외우는 데만 2주 이상이 걸린 녀석에게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font></div> <div><font size="2">총기제원 같은 경우는 이미 포기수준이었고 그저 사람있는쪽에다 쏘면 안된다는 것만 기억하라고 할 정도였다. </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근무를 설 때 필요한 적 침투 방법이나 경계요령 같은 경우는 외워야 했고 거기서 첫번째 고비가 찾아왔다.</font></div> <div> </div> <div>처음엔 다그치면 조금해져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 좋게좋게 얘기하고 틀려도 괜찮다고 기운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인내도 금새 </div> <div>바닥나 결국엔 맨투맨으로 붙어 과외를 해줘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말로만 하면 금방 잊어버려 하나하나 직접 글로 작성해 노트를 </div> <div>만들어 주었다.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녀석만의 도전이 아니라 나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수능을 칠 때도 그렇게 열심히 필기한</div> <div>적이 없었다.그리고 일주일 후 테스트를 볼테니 그동안 적어준 노트를 보고 공부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div> <div>내무실에 긴장된 기운이 감돌았다. 그동안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녀석의 얼굴은 사뭇 자신감에 차 보였다. </div> <div>내심 기대하는 마음으로 나는 첫번째 질문을 던졌다. 일단 처음이니 쉬운것부터 시작해볼 요량으로 내가 던진 질문은 수하 요령이었다. </div> <div>설마 이건 외웠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녀석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한참동안 고심하다 녀석의 입이 열렸다. </div> <div>정지! 정지! 손들면 쏜다! 움직여! </div> <div>..... 그럼 그냥 가라는 얘기인가? 울컥하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그래 긴장해서 그랬겠지라고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다시 물었다. </div> <div>자기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꼇는지 곰곰히 자신의 말을 곱씹어 본 후에야 녀석은 올바른 답을 말할 수 있었다. </div> <div>하지만 왠지 다음문제를 내기가 겁이 나기 시작했다. 다음에 낸 문제는 적침투방법중 모자선 침투방법에 대해 설명하시오 였다. </div> <div>모자선 침투방법이란 어선으로 위장한 모선에서 자선이 분리되어 인근해안으로 침투하는 방법이었다. </div> <div>하지만 녀석은 금시초문이라는 얼굴이었다. 나에게 이런 인내심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놀라웠다. </div> <div>내가 한 말에 답이 있으니 잘 생각해보라고 얘기했다. 모자선이라는 단어를 잘 생각해보라고 힌트를 줬다. </div> <div>또 한참을 생각하다 문득 떠올랐는지 녀석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버벅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했다. </div> <div>답답해진 나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면 여기다 그리라고 노트와 펜을 내밀었고 녀석은 열심히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div> <div>녀석이 그린 그림은 모자처럼 생긴 배였다. 마침내 내 인내심의 끈이 끊어졌다. </div> <div>이게 뭐야? 모자? 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구나! 그렇지? 너 지금 나 놀릴려고 그러는거지? 이 어린왕자 새끼야. </div> <div>후임들이 날 뜯어말렸고 결국 그날의 테스트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div> <div> </div> <div>하지만 역시 군대에선 안되는 불가능한 일이란 없었다. 녀석 하나에게 다들 달라붙어 가르친 결과 마침내 녀석은 모든 내용을 외울수 있었다.</div> <div>그리고 날 또 놀라게 한건 일반인으로썬 범접할수 없는 녀석의 상식세계였다. 박학다식까진 아니더라도 보통사람들 수준의 상식을 기대했지만</div> <div>그런 나의 기대는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녀석은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다. </div> <div>FM훈련이 오후에 하는 훈련이라고 알고 있는 녀석을 본 후 난 절대 그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더이상은 NAVER...</div> <div>이제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른것 같았다. 부대 안에 보리수나무가 있었다면 아마 난 그자리에서 불가에 귀의했을 것이었다.</div> <div>어느 날 부대내 사고로 헌병이 방문했다. 연병장에 앉아서 구경을 하다 헌병 하이에 써진 MP라는 단어를 보고 문득 그녀석에게 </div> <div>MP가 무슨뜻이냐고 물었다. 녀석은 그정도는 알고있다는 듯이 당당하게 밀리터리 파워라고 말했다. </div> <div>녀석이 대견스러웠다. 그래도 반은 맞췄으니. 메가파워라고 하지 않은것이 어디인가.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