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font size="2">하계 올림픽의 꽃이 마라톤이고 동계올림픽의 꽃이 아이스하키라면 하계작업의 꽃은 제초작업이며 동계작업의 꽃은 제설작업 일것이다.</font></div> <div><font size="2">눈이 펑펑 오고있었다. 아침부터 제설작업을 위해 모든 인원들이 소집되었고 밤새 근무를 서고 온 우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font></div> <div><font size="2">한참을 치워도 돌아서면 쌓이고 또 치우고 또 돌아서면 다시 쌓이는 눈을 보며 그렇게 모두들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font></div> <div><font size="2">언 몸도 녹이면서 좀 쉴겸 내무실 침상에 걸터 앉으니 내무실 안의 따뜻한 기운 때문인지 밤을 샌 피로감 때문인지 꾸벅꾸벅 졸음이</font></div> <div><font size="2">오기 시작했다. 티비에선 백년만의 폭설이네 어쩌네 하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분명 작년에도 같은 뉴스를 본것 같은건 왜일까.</font></div> <div><font size="2">왜 TV에선 매년 여름마다 몇십년 만의 폭염이 어쩌고 겨울마다 몇십년 만의 폭설이 어쩌고 하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걸까. </font></div> <div><font size="2">단지 내 착각일까. 아니면 입대 후 하루가 일년같아 그런걸까. 내 잃어버린 한세기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font></div> <div><font size="2">이런저런 잡생각들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삼십분 정도 잠이 들었을까. 날 깨우는 후임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니 다행히 눈은 멈춰 있었다. 밖으로 나가서 남은 작업을 하고 </font></div> <div><font size="2">있는데 소대장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근무지 기동로에도 눈이 많이 쌓여 기동로 제설작업을 할 인원 지원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근무지 기동로는 평범한 날에 그냥 걸어 올라가기도 힘든 산길이었다. 막사 제설작업이 전국체전이라면 기동로 제설작업은 올림픽이었다.</font></div> <div><font size="2">너나 할 것 없이 단체로 꿀이라도 먹은듯 벙어리가 되어버렸고 나 역시 나자신을 학대하는 취미는 없었기에 괜한 바닥만 뚫어져라</font></div> <div><font size="2">쳐다 볼 뿐이었다. 후임들 몇명 많이 눈치를 보다 앞으로 나섰지만 일이등병만 작업에 보낼수는 없기에 상병장들이 몇명 같이 가야만 </font></div> <div><font size="2">하는 상황이었다. 그럴줄 알았다는 듯 소대장은 준비한 당근을 내밀었다. 주말에 비번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고참들의 두뇌회전이 </font></div> <div><font size="2">빨라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한명의 분대장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분대 분대장이었다. 그말인 즉슨 분대원인 나도 함께 가야한다는 </font></div> <div><font size="2">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께름칙한 느낌이 들어 다시한번 재고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미 비번에 눈이 먼 고참은 한마리 망아지에</font></div> <div><font size="2">불과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차량에 작업도구들을 실은채 차량은 근무지로 향했다. 다들 전날근무와 작업의 피곤함 때문인지 차가 출발하자마자 하나 둘 씩 </font></div> <div><font size="2">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결국은 나만 빼고 모두들 잠이들었다. 차가 근무지에 도착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순수한 절망 그 자체였다.</font></div> <div><font size="2">잠에서 깨어난 후임들 역시 망연자실한 표정들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거라곤 바다와 산과 눈이 전부였다. </font></div> <div><font size="2">분명 꽤나 아름다운 광경임에는 분명했다. 1년 6개월 전이었다면. </font></div> <div><font size="2">하지만 그 당시 우리들에게 그곳은 지옥이었다. 우리들 중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자가 있음이 분명했다. </font></div> <div><font size="2">그 와중에도 우리 분대장은 잠에서 깨어나질 않고 있었다. 인중이나 미간을 때려서 깨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font></div> <div><font size="2">고참을 흔들어 깨웠다. 벌써 도착했냐며 일어난 고참은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완전히 깨어난 고참은 한참동안을 주변을 둘러보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고참은 그대로 정신줄을 놓아버리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근무지로 간다더니 왜 자기를 블라디보스톡으로 데려왔냐며 광분하기 시작한 고참을 진정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font></div> <div><font size="2">이미 체념한 내가 후임들과 작업도구를 내릴때까지도 넋나간 사람처럼 자리에 걸터앉아 고향땅으로 보내줘.. 고향땅으로.. </font></div> <div><font size="2">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일단 초소상태부터 확인하기로 하고 눈쌓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발목넘게 쌓인 눈을 헤치며</font></div> <div><font size="2">산을 오르는 우리들의 모습은 마치 모리아로 향하는 반지원정대를 연상케 했다. 공황상태에 빠진 고참의 낯빛또한 </font></div> <div><font size="2">회색의 분대장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절벽으로 떨어져 주기만 하면 더할나위 없었을 것이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결국 우리는 근무를 나가기 전까지 작업을 끝내지 못했고 다음날 다시 또 작업을 나와야 했다. 그 날 이후 한참동안을 </font></div> <div><font size="2">나는 제대하면 꼭 적도와 가까운 나라로 이민을 가리라 다짐했었다.</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font> </div> <div> </div> <div><font size="2"></font>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