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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32581
    작성자 : 해가떳다
    추천 : 11
    조회수 : 966
    IP : 175.194.***.131
    댓글 : 21개
    등록시간 : 2013/10/18 23:30:25
    http://todayhumor.com/?military_32581 모바일
    1999년 102보 입대한 첫날, 안타까웠던 기억...
    베오베에 있는 가장 슬픈 소식...

    장병 면회가던 일가족 사망 소식을 보고 다시 옛날 생각이 떠올라 끄적여 봅니다...


    -----------------

    예전 입대할때 102보 들어가서 첫째날 밤...

    8월 군번이었던 저는 막사가 부족해서 체육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뜬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이 꺼지고 몇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체육관 불이 모두 켜진다.

    입소 전날부터 줄기차게 내리던 비는 그때도 여지없이 내리고 있었고

    갑자기 "모두 기상, 자리에 일어나 앉는다! 실시!"

    입소대 첫날밤에 잠을 잘수 없었던 입영 장정들은 모두들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젖은 우의를 입은 장교가 입을 땐다.

    "이곳에 오늘 안산에서 온 ㅇㅇㅇ 장정 있나?"

    모두들 웅성 거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때

    "네, 제가 ㅇㅇㅇ인데요...?"

    "그래? 같이 갈데가 있다. 나와라"

    입소대 첫날밤 꿈을 꾸는것 같은 상황에 불려나간 장정도,

    남은 사람들도 어리둥절하기만 할 뿐이었다.

    잠시간의 웅성거림이 있은 뒤...

    "조용!, 주목!"

    역시 우의를 입은 꺽인 작대기가 몇개 쌓인 계급장의 군인이 소리쳤다.

    "입소한 첫날이지만 안좋은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방금 나간 ㅇㅇㅇ장정의 가족에게 사고가 났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어렸을적 아버지를 여읜 그는 어머니와 누나, 남동생 이렇게 네식구가 도란도란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다 다가온 입대일, 어머니와 누나는 입대하는 아들, 동생을 위해 같이 춘천 102보를 찾았다.

    동생을 위해 누나는 월차까지 내고 따라 나섰다.

    "오늘 입소하는 장정들은 앞으로 나와 도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에 체육관에서 진행된 입소식...

    멋쩍게 웃거나, 눈물을 글썽이거나, 어색하게 깍은 머리들을 한 앳된 청년들은 가족들을 뒤로한채 앞으로 나선다.

    "자 오늘 영광스런 국방의 의무를 위해 이자리에 선 장정 여러분,

    가족들을 위해 걱정하지 마시라고 우렁찬 군가로 보내 드리기 바랍니다."

    "군가한다~ 군가는 진짜~ 사나이~, 군가시작 하나 둘 셋 넷~!"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

    이 일이 있은지 이제 겨우 12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이렇게 아들을 나라에 맡긴채 

    어머니와 누나는 눈에 밟히는 동생을 둔채 마지막 안산행 버스에 올랐다.

    쏴아아.... 

    억수같이 내리는 비는 결국 비극을 만들어 냈다.

    소양호를 지나던 버스는 빗길에 미끄러져 그만 전복되고 말았던 것이다.

    많은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에서 그만, 그 장정의 어머니와 누나는 운명을 달리하고 만 것이다...

    ..............

    장교와 밖에 나갔던 그가 잠시뒤 돌아왔다.

    촛점없는 눈동자, 후덜거리는 다리...

    무거운 적막속에 빗소리만 더욱 크게 커져만 갔다.

    몇개 되지 않는 짐을 챙겨 그 장정은 체육관을 떠났다.

    모두들 자신들의 일은 아니었지만, 같은 악몽을 꾸는듯한 표정으로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이것은 제가 입소했던 1999년 8월 3일 102 보충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도 안산이 집이라, 그날 밤 저희 집에도 확인 전화가 걸려 왔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저는 가족들과 함께 가지 않아 저 사건의 당사자가 되지 않았던 것이죠. 

    그당시도, 지금도 상상할수조차 없었던 불행의 무게를 그 친구가 잘 이겨 냈기를 바래봅니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짧은 인연의 친구였지만...

    지금도 102보충대 때를 생각하면 저 기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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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8 23:33:00  121.163.***.14  무침  414255
    [2] 2013/10/18 23:39:15  121.135.***.188  달로보내자  73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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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102보 입대한 첫날, 안타까웠던 기억... [1] 해가떳다 13/10/18 23:30 4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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