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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enbung_37971
    작성자 : 개나리반
    추천 : 11
    조회수 : 901
    IP : 121.156.***.240
    댓글 : 30개
    등록시간 : 2016/09/23 13:57:18
    http://todayhumor.com/?menbung_37971 모바일
    소심 야간편돌이가 큰 맘먹고 경찰서에 전화함 (스압)



     ※가진 게 없으므로 음슴체!

     ※글쓰기 능력이 부족해 요약을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면이 없지 않으므로 스압이 예상됨.


     저는 2개월 경력의 야간편돌이임. 편의점 반경 100m가 대부분 술집이라 밤에 취객과 진상들이 자주 옴.

    시비 거는 사람, 나한테 고민 상담하는 사람, 이거 가져와 저거 가져와하는 사람, 동네에서 이름난 싸이코 등등이 오고,

    파라솔에서 술쳐먹고 엉망진창 해놓고 가는 사람 (편의점 내에서 음식을 먹으면 쓰레기를 대충이라도 치우고 가는 비율이 96%나 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밖에서 먹고 갈 경우는 그 비율이 30%도 채 되지 않음. 대체 뭘 근거로 안 치우고 가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음.

    아마도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튀는 거 같음), 전자렌지에 음식 데우는 거 시키는 사람 같은 비교적 약한 진상들도 옴.


     많은 손님들의 진상 짓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상황을 최대한 기피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라 대부분 다 맞춰줬음.

    내가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모르겠는데 받는다는 것이 문제였음. 그래서 얼마 전부터 내가 안 해도 되는 건 거절하기 시작함.

    예를 들어 음식 사면서 "이거 좀 데워주세요"하면, 손님 뒤편에 있는 전자렌지를 가르키며 "손님, 전자렌지는 저깄습니다"라는 식으로.

    대부분은 "아, 네~"하면서 본인이 직접 했지만, 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고 하시면(주로 나이 많으신 분들) 친절하게 해드렸음.


     그런데 오늘 도라이 네 마리가 왔음. 넷 모두 20대 중반으로 내 또래 같았음.

    편의점 밖에서부터 서로의 친함을 증명하려는 듯 상스러운 욕설과 비명을 주고받으며 들어옴.

    들어와서도 물건을 고를 생각은 안 하고 쌍욕을 고래고래 지르며 주위를 최대한 불쾌하게 만듬.

    십 분 정도 되었을 때, 맥주 4캔과 안주 몇 개를 가져옴. 안주를 데울 A를 제외하고 밖의 파라솔로 가서 술을 마시기 시작함.

    갑자기 쾅쾅콰오카쾅 소리가 남. 시끄러워서 보니까 도라이중 한 명이 A의 관심을 끌려고 플라스틱병 뒷부분으로 편의점 유리창을

    세게 내려치고 있었음. 욕도 고래고래 하면서.

    후.. 오늘도 조용하긴 글렀구나 하며 체념하고 있는데 갑자기 A가 말을 걸었음.


    A: 저기요, 여기 전자렌지 하나 밖에 없어요?

    나: 네.(그러니 A가 편의점 카운터 안쪽 주방의 오븐을 쳐다봄) 아, 저건 빵이랑 피자 데우는 오븐이에요.

    A: 안주 데울게 많아서 그러는데, 이 소시지 좀 오븐에 데워줘요.

    안주라고 해봐야 꼴랑 닭다리 두 개랑 소시지핫바 4개 였기 때문에 두 번만 돌려도 충분해 보였음.

    나: 두 번에 나눠서 돌리면 될 거 같은데요. 지금 오븐도 꺼져있고, 저거 빵이랑 피자 데우는 용이라 핫바는 몇분 해야 되는지도 몰라요.

    A: 1분만 데워주세요.

    말이 안 통해서 그냥 알겠다고 함. 오븐 켜서 돌리려고 핫바 뜯고 있는데, 닭은 다 데워졌는지 A는 밖에서 나머지 도라이들이랑 술쳐먹고있었음.

    1분이 지나서 보니 하나도 안 데워졌음. 1분 더 돌림. 그대로임. 그래서 그냥 종이봉투에 담았음.

    1분 지났는데 가지러 안 오고 술쳐먹고 있길래 가져다 줄까 하다가 진상한테 그런 친절 보이기 싫어서 그냥 카운터에 올려뒀음.

    그리고 5분 뒤에 그중 가장 도라이인 B가 들어와서 짜증내며 말을 함.


    B: 저기, 소세지 안 줘요?

    나: 거기 카운터 위에 있습니다.

    B: 아니, 다 됐으면 가져다주던지 말이라도 해줘야죠. 이거 다 식었어요. 다시 데워요.

    ??? 짜증이 솟구쳤지만 웃으면서 말함.

    나: 1분 데워 달라고 하셨으니 1분 뒤에 가져가셔야죠.

    B: 그러니까 다 됐으면 말을 해줘야죠.

    나: 그런 건 제가 해드리는 게 아닙니다. 데워드렸으면 제가 말씀 안 드려도 가져가셔야죠.

    B: 그럼 왜 데워줬는데요?

    나: ? 부탁해서 해드렸습니다.

    B: 그러니까 해줬으면 다 됐다고 말을 해야지 ~ 블라블라~ 데워주세요.

    나: 지금 전자레인지 아무도 사용 안하니까 손님이 직접 30초 데우세요.

    내가 안 해주니까 열이 받았는지 양팔꿈치를 카운터에 괴고는 자기딴애는 위협적인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음.

    B: 데워요. / 나: 손님이 데우세요. / B:데워요 / 나: 그런건 제가 해드리는 게 아닙니다. B: 데우라고.

    몇 분 동안 이 짓을 하다가 유리창 너머 기웃기웃대는 나머지 도라이들 땜에 정신이 들었음.

    그래서 혹시 더 커질지도 모르는 일 때문에 폰을 들고 녹음을 켰음. 그러니까 내가 사장님한테 전화를 하는 줄 알았는지

    사장한테 전화하는 거냐고 바꿔달라고 그랬음. 아니라고 해도 계속 사장 바꾸라길래 열받아서

    경찰서에 거는거예요. 하고는 근처 경찰서에 전화해서 취객이 말도 안 되는 걸로 우기면서 방해한다고 좀 와달라고 부탁함.

    B는 뭐 이런 일로 경찰한테 전화하냐면서 비아냥거리다 나머지 도라이들한테 상황을 말하러 나감.

    좀 있다 하나둘씩 들어와서는 '뭐 이런 거 갖고 경찰에 전화하냐', '다 됐으면 말해주는 게 기본 아니냐', '경찰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여기 CCTV도 다 있고 우리가 폭행을 한 것도 아닌데 경찰이 와서 뭘 해줄 거 같냐'

    '서비스직인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등등 4명이서 나한테 지X을 하기 시작함.

    그 와중에 B는 계속 사장한테 전화하라고 염병을 떨어대서 결국 전화 걸어서 바꿔 줌.

    B는 자기가 '데워라'고 우긴 건 쏙빼멱고 조리가 다 됐는데 말 안 해줬다고, 경찰까지 불렀다고 말했음.

    그 와중에 한 도라이가 '야, 사장한테 직원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말해'라고 함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듣고 어이가 없어서 빵터짐ㅋㅋㅋ

    B는 '나도 이동네 장사하는데 동네장사 이렇게 하면 안 돼요.'

    '단골한테 이러면 곤란해요 (2개월 동안 일했는데 오늘 하루 봤고, 낮 시간에도 오는 사람이 아님 나중에 확인해보니 사장님도 모르는 사람이었음)'

    라며 사장한테 따져서 결국 사장님의 사과를 받아낸 듯함 (스피커폰이 아니라 사장님의 말이 들리지는 않았음)

    난 그저 B가 어디서 배워먹었는지 모를, 전형적인 50대 꼰대 진상st 대사를 읊어대는지 신기하기 그지없었음.


    그러다 경찰 두 분이 왔음. B가 그중 행동대장인지 말발이 제일 센 건지는 몰라도 경찰이 오자마자 자기 혼자 마음대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함.

    경찰 앞에 선 갑자기 자신의 잘못을 일부 시인했음. 오직 경찰에게만.


    B: 제가 바로 안 가져간 건 잘못한게 맞는데, 그래도 말은 해줘야죠. 그거 따졌다고 경찰까지 부르고. 진짜 화가 나서..

    나: 전 그거 때문에 경찰에 전화한게 아닌데요? 직접 해야 되는 걸 저한테 계속 협박조로 강요했고 ~~~

    그러니까 한참 듣기만 하던 경찰이 '싸우지 마세요',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건데 왜들 그러세요.'

    '이 분(나)이 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니까 다음부턴 시키지 마세요.'라고  말하곤 편의점 밖으로 데려나갔음.

    나머지 경찰 한 분은 내게 '어디 맞으시진 않았죠?' '몸싸움 그런 거 아니면 저희 부르셔도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서비스직이니까 좋게 좋게 해주세요'라고 말했음. 나도 그냥 경찰 괜히 귀찮게 한거 같아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음.

    나는 대화로 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말이 안 통해서 경찰 부르면 좀 그만하고 갈까 싶어서 불렀으며, 4명이서 뭐라고 할 땐 좀 겁나긴 했다고 말했음.

    그러니 그분은 알겠다며 "또 이런 일 있으면 말해주세요~" 하고 가심.

    그 뒤로 그 4 명은 나머지 술을 쳐먹으며 여전히 시끄럽게 깔깔대는데 꼭 나를 씹으며 웃고 있는 것 같았음. 안 봐도 뻔하긴 함.

    시끄러운 일이 생기고 나니까 별것 아닌데 그냥 해줄걸 그랬냐는 생각이 들긴 했음.

    그 도라이들이 먹고 나서 엉망진창 해놓은 채로 간걸 보기 전까진.

    나 엿 먹으라고 일부러 사방에 과자를 던지고 술을 흘렸는지는 모르겠지만 ㅂㄷㅂㄷ


    그래도 그 후로 몇 시간 뒤 사장님께서 오셔서 자초지종을 말해드리니 여기가 무슨 식당이냐, 데워줘도 지랄이네라며

    신고 잘했다고 같이 공감해주셔서 뭐 같았던 기분이 한 결 나아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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