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b>413</b><br><font color="#0000cc">아내가 집을 나가고 한 달 이상 지났다. 이대로 이혼할 것 같아.</font><br><font color="#0000cc">집을 나간 계기는, 3월 11에 대한 뉴스를 본 아내가 우리 집 재난대비에 대해 물어온 것이었어.</font><br><font color="#0000cc">나는 그 때 지진을 겪고 피난경험이 있어서, 재난대비물품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지고 관리하고 있었지.</font><br><font color="#0000cc">아내에겐 집에 비치하고 있는 물품에 대해서는 가르쳐줬지만 집 밖에 비치한 물품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font><font color="#a5a5a5">(겸사겸사) </font><font color="#0000cc">경험이 담긴 재난발생 시의 마음가짐도 같이 전해줬어.</font><br><font color="#0000cc">그랬더니 아내의 기분이 급강하. 이상하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소리를 질렀다.</font><br><font color="#0000cc"><br></font><font color="#0000cc">그 때</font><font color="#a5a5a5">(311 대지진)</font><font color="#0000cc">, 평소부터 차에 물품을 비치하고 있던 나와 친구들은 그것들을 가지고 대피소로 갔어.</font><br><font color="#0000cc">도착과 동시에 정리꾼</font><font color="#a5a5a5">(まとめ役)</font><font color="#0000cc">이라 불리는 아저씨들이 몰려들어 물품을 모두 넘기라고 했지.</font><br><font color="#0000cc">물, 식료를 전부 회수해서 노인이나 아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에게 약자 우선으로 분배한다고 하더라고. 젊은 남자는 당연히 맨 마지막.</font><br><font color="#0000cc">가지고 간 1인용 텐트는 갓난아기를 데리고 있는 애엄마에게 사용케 하겠대. 침낭 및 담요는 노인에게, 태양열 충전기나 간이 화장실 등도 공유를 위해 넘기라더군.</font><br><font color="#0000cc">당연히 거절하고, 친구들과 모여 각각 텐트를 설치, 도난방지를 위해 잠깐이라도 텐트에서 떨어질 때는 말을 걸어서 전원이 텐트에서 멀어지는 일만은 없게끔 합의했어.</font><br><font color="#0000cc"><br></font><font color="#0000cc">우리 외에도 물품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고, 가족 동반자에겐 일단 말을 걸지만 한번 거절하면 그 이상 말하지 않는 것 같았어.</font><br><font color="#0000cc">다만 우리 같은 홀몸들에겐 몇 번이나 몇번이나 끈질기게 내놓으라 요구해서, 대피소를 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결심이 꺾여 물품을 모두 빼앗기는 사람도 있었지.</font><br><font color="#0000cc">또 개인적으로 와선 애한테 먹이고 싶다면서 물품을 나눠달라는 녀석들도 많았어.</font><br><font color="#0000cc">거절하면 이쪽은 천하의 몹쓸 놈이 된단 말이야. 저쪽에선 너희들은 어찌 되도 좋으니 자기들한테 식료를 넘기라고 하는데, 거절하면 사람이 아니라든가, 상부상조가 어떻다든가 하면서 비난하지.</font><br><font color="#0000cc">최후에는 물품을 내놓거나 대피소에서 나가거나 양자택일을 강요당해서, 대피소를 나가기로 했어.</font><br><font color="#0000cc"><br></font><font color="#0000cc">그 때의 경험을 근거삼아, 물품은 최소한 물물교환. give-and-take를 할 수 없는 녀석은 상대하지 않기. 자식의 친구든 뭐든, 단호하게 거절하라고 한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아.</font><br><font color="#0000cc">애를 버리다니, 그렇게 냉정한 사람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며 비난하곤,</font><br><font color="#0000cc">더 이상 함께 있고 싶지 않다며 애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갔어.</font><br><font color="#0000cc">그 상태로 오늘까지 전화도 문자도 무시. 만나러 가도 나오지 않더라. 얼마 전에 장인장모에게서 이혼을 제안 받았어.</font><br><font color="#0000cc"><br></font><font color="#0000cc">이게, 애한테서 물품을 강탈한 거라면 확실히 내가 나쁘지. 이혼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font><br><font color="#0000cc">하지만 실제로는 내 자신의 물품을 사수했을 뿐이잖아. 이걸로 이혼이라는 건 납득가지 않는다.</font><br><br><br><b>417</b><br>>>413<br>대피소에 안 갔으면 됐을 일 아냐?<br><br><br><b>418</b><br>>>413<br>>>417<br>동의<br>그렇게까지 재난대비물품을 가지고 있었다면 불쾌한 소리 들으면서까지 대피소에 머무를 필요 없었잖아<br><br><br><b>420</b><br>>>417<br>>>418<br>위 댓글이 413의 상담(?) 내용과 맞물리지 않아서 놀란 건 나뿐인가?<br><br><br><b>421</b><br>>>420<br>괜찮아, 나도 똑같이 생각했어<br><br><br><b>425</b><br>>>421<br>아아, 다행이다...<br><br>>>413<br>저는 재난를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어떤 말도 할 자격은 없지만, <font color="#a5a5a5">(311 대지진)</font> 당시 재난지에서는 누구나 살기 위해 필사적이었을 테고, 당신도 그랬겠죠.<br>아내분이 과거의 당신이 내린 판단과 행동에 의심을 품어버렸고, 한 달 이상 지나서 “이혼하고 싶다”고 판단했던 거니까, 이제 무리가 아닐까요?<br>당신의 판단과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내분에겐 상관없는 일이고. <div><br><br><b>422</b><br>그게, 그러니까 아내분도 같은 생각을 한 게 아닐까?<br>대피소라는 공공의 장소를 빌리고 있는 한, 물품은 배분해야 하고, 납득할 수 없으면 재깍 나가야 한다고.<br>최종적으로는 대피소에서 나왔다고 해도, 장소를 빌리고 있는 한 <font color="#a5a5a5">(다른 사람들을) </font>걸식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br>라고 아내분도 생각했기에 인격을 의심받아 이혼운운이 된 거 아니야?<br><br><br><b>423</b><br>노인은 어떻든 상관없지만, 애들한테는 나눠줘도 괜찮지 않았을까.<br>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애들은 자제가 안 되니까.<br><br><br><b>424 </b><br>대피소는 중년·노인·아이 딸린 사람이 젊은 사람들을 당연한 것처럼 뜯어먹고 머슴 부려먹듯 하니까, 확실하게 NO라고 할 수 없으면 자칫 목숨이 위험해져.<br>그런 것에 신변의 위험을 느껴 대피소를 나오는 사람들도 있어.<br><br><br><b>428 </b><br>>>413<br>정리꾼 완전 웃기네ㅋ 생떼잖아ㅋ<br>아내분은 내 아이에 대입해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애가 있다고 해서 꼭 우대받는다고는 할 수 없고, 413이라면 가족을 지켜줄거라 생각될 뿐이지만 말이지.<br>뭐, 가치관이 다르다고밖엔 할 수 없네.<br><br><br><b>431 </b><br>>>428<br>그 생떼가 그곳에서는 영웅이 되는 거니깐.<br>선택할 수 있었던 게 어디야, 강제적으로 빼앗아가는 영웅도 있었어.<br>식료를 강탈한 뒤,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따라오라고, 자기만 식료를 가지고 있던 괘씸한 사람을 노예처럼 혹사시키는 곳도 있었다고.<br><br><br><b>432</b><br>원래부터 집단에 서투르고, 애완동물도 두 마리 키우고 있어서 대피소에 못 갈 각오는 하고 있지만<br>재난에 대비하고 있던 사람에게서 강탈해서까지 분배해서 영웅심리에 취하는 소릴 들으니 안 갈 각오를 굳혔어.<br>이웃끼리 평소부터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서 서로 빌려주고 빌리는 건 괜찮지만<br>대피소에 가면 자기가 준비해 간 것을 문답무용으로 뺏긴다던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br>전후 시대 암시장의 특별고등경찰도 아니고.<br><br><br><b>433 </b><br>이혼을 선택한 413의 아내분 심경을 이해할 수 없어-. 정작 피난 가는 상황이 되도 기꺼이 물품을 내밀 수 있을까?<br>극단적인 예지만, 자원봉사에 지나치게 빠져 가사도 육아도 포기, 저금에도 손을 대서 가정을 붕괴시킨 아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br>그리고선 이혼 뒤에 재결합하자고 매달리는 메일 보내올 것 같아.<br><br><br><b>434</b><br>>>413<br>한신 대지진 때 자원봉사를 간 친구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여러 부분에서 인간의 더러운 모습을 많이 봤다고 했던 걸 떠올렸어.<br>재난을 겪은 적 없는 인간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이상에 지나지 않고,<br>재난을 겪은 적 있는 사람은 여러 각도에서 리얼한 현실을 경험하고 있던 거니까<br>애초에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없는 인간이 이러쿵저러쿵 의견·이상을 말하는 것조차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해.<br>어느 쪽이나 필사적이니까 이런 건 좋다 나쁘다 할 순 없다고 생각하고,<br>아내분이 그런 사고를 한다면 이젠 정말 가치관 차이로밖에 말할 방법이 없어.<br>납득은 못 하겠지만.<br><br><br><b>435</b><br>근데 장인장모는 뭐라고 하면서 이혼을 제안했을까.<br>자네와 딸은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거나?<br><br><br><b>436</b><br>>>413<br>유사시에 몹시 의지되는 남편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아.<br>위기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을 탓하다니, 영문을 모르겠네. 최저한의 준비만 했다고 사람으로 구분될 리도 없는데 말이야.<br><br><br><b>437 </b><br>>>413<br>아내 친정 일가는 강탈하는 쪽, 지진 재난 시에 너를 공격해온 무리랑 동류의 사고회로를 갖고 있는 거지.<br>이혼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br><br><br><b>438</b><br>>>431<br>그런 건가...<br>노상강도가 있는 대피소 따위엔 갈 메리트가 없네.<br><br><br><b>439 </b><br>재난 시에는 본성이 나온다던데 사실이구나.<br><br><br><b>447</b><br>>>413<br>당신 생각은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만, 아내분 마음도 조금 이해는 가.<br>나도 남편이 “예를 들어 친구에게라도 절대로 나눠주면 안 돼”라고 한다면 반발할 것 같은데.<br>말투도 중요해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눠주지 않는 게 정답이고, 나눠주는 건 정에 여린 거다” 같은 말을 들어버리면<br>그건<font color="#a5a5a5"> (사람으로서)</font> 어떨까? 하고 생각할 거고(당신이 그렇다곤 안 했어).<br>아내분은 지진 재난을 겪은 적도 없어서 긴박감도 모를 거라 생각해.<br>재결합 하고 싶으면, 나는 잘못한 게 아니다! 라고 주장만 하지 말고, 아내분의 다정한 마음에도 다가가주지 않으면 안 돼.<br>당신이 전면적으로 올바르고 대피소 사람들이 전면적으로 잘못된 건 아니고,<br>방식은 둘째치고서라도 실제로 분담해서 서로 도우며 생활하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으니까.<br><br><br><b>457 </b><br>쓰나미는 없었지만 동일본 때 진도 6강을 경험했어<br>이재민 중에서는 비교적 풍족한 상황이었지만,<br>주위 사람들이 데미지를 받으면 본인도 꽤 힘들어진다는 게 개인적인 감상이야.<br><br>만화에나 나올 법한 표현이지만, “죽음의 냄새”라고 할까<br>시간이 지나면 눈에 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부(負)의 오로라가 강해져.<br>집에 있어도 “어디어디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했다”, “병을 앓고 있던 ○○씨의 상태가 좋지 않다”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대피소에 가면 더 리얼해지지.<br>그런 상황에서 “우리 집은 식료를 비축하고 있었지, 만세-!” 해서는 안 돼.<br>부상자도 없고 집도 무사해서, 물은 배급으로 받고 식료도 비교적 있는 편이었지만 정신적으로 약해지더군.<br>나는 건강한 젊은이고, 다소(어디까지나 다소지만) 인내하고 서로 돕는 편이 정신 위생상 좋구나 싶었어.<br>실제 그 때 강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근처 사람과 서로 돕는 경험도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르지만.<br><br>“○○씨가 상태가 악화되어 실려 갔다” 라고 들으면<br>아무리 식료가 있어도 “다음번엔 우리 집 가족 누군가일지도”하고 생각해버리지.<br>반대로 비축하고 있던 식료를 서로 나누며 어딘지 모를 허기를 느끼더라도<br>눈에 닿는 범위에 식료가 널려 있으면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되거나 해.<br><br>상대를 위해서 나눠준다기보다는, 내가 안심하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다.<br>러시안 룰렛처럼 갑자기 닥쳐오는 죽음이 눈앞에 있는 게 싫었어.<br><br><br><b>459 </b><br>>>457<br>당신이 쓴 글에서는 리얼리티와 사람냄새가 느껴져.<br>마음의 흔들림이라고 해야 할지, 상황 변화에서 비롯된 갈등 같은 게 있네.<br><br><br><b>462</b><br>>>457<br>자발적으로 아는 사람과 서로 나누는 것과,<br>“모두 이리 내놔. 너한테는 사용할 권리가 없어” 라고 무조건 명령되는 건 다르다고.<br>그 때도 “분유를 나누라고 하지만, 언제 손에 들어올 지 모르겠고”<br>같은 어린 아이가 있는 애엄마의 이야기는 자주 들렸고 말이야...<br>우선순위를 붙여서 제대로 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br><br>약자를 대의명분 삼아 주위에서 빼앗는 사람은 적을 늘릴 뿐인데.<br>나중에 자기한테 손해가 돌아와. 그런 건 보기 흉하다고.<br><br><br><b>464</b><br>재난과 관련된 일은 사실 그 때가 되지 않으면 모르지.<br>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지진으로 인한 걸식이 몰려드는 걸 막기 위해 나눠주지 않는 게 정답일지도 몰라.<br>하지만 나도 엄마니까, 친구의 애가 울고 있으면 역시 내 몫이나 남편 몫을 주었겠지.<br>지금 상상해보면, 남편이 그런 때에 “절대로 내 몫은 안 줄 거다”라고 완고하게 버티면 실망할지도.<br>하지만 혹시 나야말로,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만큼 인간성 없는 행동으로 떼어버리거나 거짓말 하거나 할 지도 몰라.<br>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조차 그 때가 되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br>>>413의 아내분은, 그 중에서 가장 상냥한 자신을 상상했겠지.<br>그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br>당신의 생각을 완전히 부정한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혹시 당신도 같을 지도 모르겠고.<br><br><br><b>465 </b><br>긴급피난이란 말도 있고, 비행기에서의 안전 확인조차 자기가 먼저 마스크를 쓰고 나서 아이나 동료의 마스크를 챙기라고 설명해.<br>일단은 자신의 안전 확보가 제일이야.<br>그리고 나서 여유가 된다면 주위를 둘러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br>나눠준다고 해도, 저 사람한테는 주고 이 사람한테는 안 주면 싸움의 원인이 되고.<br>나눠주지 않는 선택을 했던 것도, 그 시점에서는 그 사람에게 있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br>아내분이 이해해주지 않는 건 슬프지만, 결코 잘못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br><br><br><b>469</b><br>>>413 대단하다. 나도 다시 대비하려고.<br>아내분한테 여러 말을 들은 것 같지만,<br>만약 물품을 나눠주고 나서 413의 상태가 나빠졌을 경우엔 가족을 지킬 수 없게 되는데 그걸로 괜찮겠어?<br>예를 들면 다음 배급이 정해져 있어서, 그 전에 먼저 조금 나눠주었다 해서 별 문제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 나눠줄 수도 있지만 말이야...<br>듣도 보도 못한 타인이면 무리지.<br><br><br><b>470 </b><br>뭘 위한 대비인 건데<br>낯선 타인에게 나눠주기 위한 게 아니라, 자신과 가족을 위한 대비지.<br><br> <hr style="display:block;border-color:#000000;border-width:1px 0px 0px;border-style:dotted none none;height:1px;"><br>실제로 재난이 일어날 경우를 생각하니 멘붕이 와서 멘붕게에 올립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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