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7월1일부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포괄제는 정찰제다.
6월30일까지는 급성 맹장염으로 입원해서 수술 받는다면, 수술료 입원료 주사값 약값
수술 소모품 (실 바늘 기타등등) 마취료 등등 전부 하나하나에 대해 수가가 매겨져 있어서 그 수가 전부를
합한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물론 그 총액중 일부는 내주머니에서, 나머지는 건강 보험공단에서 병원에 지불).
하지만, 포괄제 하에서는 그냥 보통의 맹장염 = 110만원. 끝입니다
병원은 110만원으로 수술도 하고 입원도 시키고 주사놓고 밥까지 줘야 합니다
물론, 환자가 이 돈 다 내는것이 아니고, 공단하고 나눠서 부담하니 환자 부담은
아마 4-50만원 정도로 예상 됩니다
물론 모든 질환 대상이 아니라, 가장 흔히 입원해서 수술하는 백내장 맹장 치질 제왕절개 편도 자궁수술등
7개 질환에만 한정되는것이긴 한데, 조만간 다른 질환까지 대상이 넓어질 예정 입니다
사실, 지금 현재 포괄제 수가는 현행 동일 질환 환자들의 총 진료비를 통계내어서 정한것이기 떄문에,
병원 매출에 큰 영향은 현재까지는 없는 편에 속합니다
고로, 총액제에 대해 반발하는 측은 주로 병원에 고용된 월급쟁이 의사들이고,
병원들의 협의체인 병협은 뚜렷하게 반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 총액제를 시행하면 적어도 당분간은 병원의 순수익은 늘어납니다
그냥 의사 한두명 있는 작은 병원 아닌 규모있는 병원의 주인은 의사가 아닙니다
의료 법인이거나 대학법인이거나 국가나 공공기관이 병원의 주인 입니다
의사가 사장이 아니라 의사는 그냥 월급받는 직원일 뿐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병원의 이익 = 의사의 이익이 아니라는 등식이 성립 합니다
다시말해서 병원 (사장님들)은 찬성하지만 직원인 의사들 반대하는 제도가 이 포괄제다.
그렇다면 이 포괄수가제를 왜 의사들이 반대할까요?
한국의 의료체계는 민간이 투자하고 정부가 규제하는 세계에서 유일무일한 제도 입니다
민간이 투자하기때문에 사실 모든 사립 의료기관은 영리를 추구 합니다
심지어 국가 공공의료의 최고 기관인 국립의료원마저도 적자난다고 폐쇄하려고 했다가
국립의료원 지어준 스칸디나비아 3국의 항의로 폐쇄 못한적도 있는 나라가 한국 입니다
국립대학병원인 서울대병원 조차도 공기업 시스템이라서 적자가 누적되면 운영이 안됩니다
그래서 소위 큰 몇몇 병원중에 교수 인센티브를 가장 칼같이 하는 곳이 서울대 병원 입니다
포괄제 하에서 환자가 불이익을 보는 이유는 세가지로 정리 가능 합니다
1. 병원의 원가절감으로 받는 환자의 불이익
2. 다른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 (특히 심혈관쪽), 노인들은 입원도 수술도 어려워 집니다
3. 국민 건강에 가장 기본적인 질환에 대해 원가절감은 결국 해당 질환에 대한 투자 감소
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첫번째 원가절감이라면 지금까지 병원이 수익을 창출하고 늘리는 방법은 매출증대 입니다
맹장수술 환자가 입원하면, 사실 맹장수술 수가 23만원으로는 수술실 운영비도 어렵습니다
즈금이라도 이윤을 남기려면 매출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실도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좋은 것으로 쓰고 수술 기구도 개량된 새것이 나오면 사서 씁니다
약도 좋은것으로 쓰고 무통주사도 팍팍 쓰고 진통제도 좋은것으로 줍니다
가끔 환자 분들이 오래 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아무리 병원이 발버둥 쳐도 맹장수술 하고 입원 약 주사 다 해서
단돈 백만원 조금 넘는 돈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있을까요?
기본적인 수술료 입원료 (6인실 입원료가 하루 2만 6천원인가 한다)가 너무나 싸고 원가에 택도 없는
저가이기 때문에 좋은 재료 팍팍 써도 이정도밖에 안나오는 겁니다
지금까지 그래서 환자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괜찮은 시설 재료로 수술받아 왔는데,
포괄제가 되면 모든것이 바뀌게 됩니다
병원의 수익은 매출 증대가 아니라 원가 절감을 통해 얻어지는 시스템이 되는 셈인거죠
아무리 포괄제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환자수가 팍 늘어나냐 ? 안늘어납니다
고로 정해진 환자 숫자에 정찰제면 매출이 이미 정해지는 거죠
병원의 수익은 매출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매출액에서 얼마나 원가를 줄이느냐에 달리는편 입니다.
먼저 마취하기 전에 긴장하지 말고 푹 자라고 한방 주던 프로포폴 이제 안줄수도 있습니다
항생제도 다시 검토해서 무조건 일차로 싼것부터 들어가고.. 무통주사도 대충주고 진통제도 싸구려가 들어 갑니다
입원해본 환자들은 알겠지만, 수액줄이 짧으면 달고 돌아다니는데 불편하시죠?
지금까지는 간호 스테이션에 긴거 주라고 컴플레인 하면 그거 몇백원 안하는거 처방 하나 내고 바꿔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마 병동마다 원가절감 운동에다 소모품 통계 내기 시작해서 어려울수 있습니다
원가절감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것 입니다
이것은 의사 양심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의 원가절감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병원하고 환자 사이에 끼어 치일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포괄제 그렇게 싫어하고 반대하는거죠
두번쨰, 기저 질환 있는 사람들, 앞으로는 간단한 치질 맹장수술도 받기 어려워 집니다
단적인 예로, 의사 커뮤니티에 실제 올라온 경우가 있습니다
뇌졸중때문에 와파린이라는 혈전 억제제를 드시는 분이 치질이 악화되어 수술해야 되는데
이 와파린이라는 약제를 먹고 있는 상태로 수술 못합니다
런 분들은 일단 입원해서 와파린 끊고 대신 헤파린이라는 주사를 지속적으로 1주간 맞습니다
1주정도 되면 와파린 약효가 사라지므로, 반나절 헤파린 끊고 수술하고,
수술후 지혈 완료되면 다시 헤파린 + 와파린 투여 시작해서 1주를 더 입원해야 합니다
올해 6월30일까지는 이런 분들 수술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2주 입원하는 입원료하고 헤파린 약값 청구하면 되니까. 근데, 정찰제가 되면 심각해 집니다
지금 치질 수술 포괄수가가 끽해야 2-3일 입원해서 수술하는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2주 입원하고 약값 많이 드는 뇌졸중 환자를 입원시켜 수술한다면 병원의 손해가 막심하게 됩니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직원 의사가 저런 환자 2주 입원시켜서 수술하는 꼴 눈뜨고 보고 있을까요?
결국 이런 환자들이 어딜가서 수술을 받아야 할까요
답이 안나옵니다
마찬가지로, 고령환자, 당뇨병 오래된 환자, 희귀질환 환자 들은 앞으로
간단한 질환에도 치료받기 졸라게 어려워질것 입니다
세번째, 이건 뭐 이미 시작된 일이지만..
지금 포괄제 대상 7개 질환은, 아주 흔한 질환으로, 국민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거기다 향후 포괄제에 신규로 들어갈 질환들도 아마 아주 흔하고 국민건강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질환 위주로 될것 입니다
근데, 병원 입장은 달라 질수 있습니다
이런 질환들이 병원 입장에서는 잘 치료해서 매출 증진 시킬 질환이 아니라, 원가절감의 대상 질환으로 변합니다
의사도 마찬가지, 병원에서 해당 질환을 담당할 의사에 대한 대우도 의료기술을 발전시켜
매출 증진 시킬 - 대우 잘 해줘야할 - 의사가 아니라 그냥 대충 원가나 맞추면 되는 의사가 되는거죠
지금 한국에서 흉부외과가 망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심장질환이 무섭고 돈이 많이 드는 질환이랍시고
심장 수술 수가를 백만원도 안되게 메겨놓은 정부의 탓 아닐까요?
히포크라테스 봉사 운운 하는데, 일단, 이런 전공 선택한 의사들은 사명감 책임감이 있어서
월급 적게받고 대접 못받아도 수술 합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것이 무엇일까요? 다음세대 입니다
사람은 일단 닥치면 몸을 내던져서 봉사 할수 있는데, 저기 가면 무조건 봉사해야 한다고 감이 오면
아예 발걸음을 안하는게 됩니다
다시말해서, 지금 현재 의사들을 쥐어 짜서 의료가 굴러가게 할 수 있지만,
다음 세대에는 쥐어짤 의사 자체가 없어질수가 있다는 거죠
20년 후 심장수술 아이 분만을 누가 하고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7개 질병군 포괄수가는 2012년 7월 대비 1.49%, 현재 수가 대비 0.33% 인상된 수가로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