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문득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중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서 끄적여봅니다
우선 저는 수도권의 1000병상 이상의 규모가 있는 대학병원에서 근무중인 간호사입니다
평범했던 하루 중에서도 하나의 근무에서 생겨났던 일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부러 최대한 자세하게 적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밤근무는 3명이서 이루어졌습니다.
일반 외과계 병동으로 한명당 18명의 환자를 보게 됩니다.
밤근무 동안에는 다음날 환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할 의사들의 오더를 정리합니다
새로 투여 되어야 되는 약물, 중단 되어야 되는 약물, 용량이 바뀌어야 하는 약물
미처 걸러지지 못한 처방을 발견하고 처방변경을 요청합니다
시계는 어느덧 밤 9시를 가르키고 있습니다.
오후 근무자에게 인계를 받은 후 이 근무자를 퇴근시켜주기위해
당일에 중환자실에서 병동으로 이동오신 환자분에 대한 정리를 도와줍니다
이곳에 입원해 계시다가 수술 후 잠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신 후 병동으로 오신분이어서 구면입니다
웃으며 고생하셨다고 악수도 하고 주의사항에 대하여 다시 설명해 드린 후 전산정리를 시작합니다.
정신없이 전산처리를 하다보니 밤 11시입니다.
장폐색 소견으로 배가 터질듯이 부풀어 있으신 분이 계십니다
콧줄을 이용해 배의 압력을 낮추어 주고 있으신 중입니다 콧줄 자체의 불편감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상태로 불편한 것이 있기에 손으로 제거해 버립니다
당직의에게 알려 환자분을 진정시키고 당직의를 통해 다시 콧줄을 집어 넣습니다.
그 중에도 같은 다인실 내의 사람들은 환자분이 자꾸 꼼지락 거리는 소리에 잠을 못잔다며 불만을 토하고
그저 죄송하다를 연발할 뿐입니다.
이제 막 정리가 되어 밤 12시가 되어갈 쯔음
폐색이 어느정도 안정된 양상인지 대변을 마구 보십니다
다인실이기에 다른분들의 불편감 감소를 위해, 빠른 처리를 위해
청소를 도와주시는 분과 함께 달려들어 닦고 정리합니다.
보호자와 청소를 도와주시는분까지 4명이 달려들어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소독하지만 역한 냄새애 불만을 토하고
또다시 죄송하다를 연발할 뿐입니다.
그와 동시간에 다른 곳에는
연명치료를 거부한 환자 한분이 계십니다 혈압은 이미 정상 수치의 반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고 계십니다
아무리 연명치료를 거부하였다지만 기본적인 치료를 제공하게 되어 있어,
산소수치가 훅 떨어지면 가래를 뽑아주고 고농도의 산소를 제공하며 한가닥 생명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접촉격리중인 환자분이어서 격리옷을 입고, 장갑을 입고 잠시 들어가 있었을 뿐인데 땀이 비오듯 흐릅니다
보호자들은 터지기 직전의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과 환자이기에 환자상태에 대해서 내과당직의사에게 알려줍니다.
당직의는 말합니다 "EKG flat되면 콜해주세요"
한 분은 이렇게 힘든 한번의 호흡을 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다시 상태가 약간 안정되고
새벽 1시가 되어 숨을 돌리나 했으나
장폐색 소견을 보이시던 분이 의식이 또렷하지 않으시기에 스스로 주사를 제거합니다
피가 역류하여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다른 환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습니다.
혈액을 치우는 일이기에 보호자는 한쪽에 계시라고 설명드린 후
또 다시 청소를 도와주시는 분과 함께 달려들어 세명이 닦고 정리하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합니다
어느새 새벽 2시가 되어가지만 섬망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밤낮은 없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안정되어 올라오신지 얼마 되지않으신 환자분이 아직 중환자실 후 후유증이 남아 있으신지
섬망 증상을 보이시며 다인실 내에서 마구 소리치시며 침상에서 내려오려고 하십니다.
소란으로 깨어나 한마디씩 던지고 계신 다른 환자분들에게 또 다시 죄송합니다를 연발합니다.
양쪽 발을 수술하여 침상에서 안정을 취하셔야 하지만 협조는 되지 않습니다.
간병인은 환자가 짜증나서 못하겠다며 새벽 1시에 휙하고 자리를 떠나가 버립니다.
보호자는 연락이 되지않고 환자가 침상에서 떨어질까, 발을 디뎌 수술 상처가 터질까 옆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결국 간호사실 뒤에 있는 처치실로 이동하여 보호자가 연락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환자의 보호자분이 나와 열이 조금 있는 것 같다고 열을 재달라고 하여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되어있습니다.
또다른 내과환자로 38.5도로 어느정도 열이 있으신 상태로 가래가 많이 생기신듯 합니다.
누워만 계셔서 폐렴이 생기신 걸까요..
의식이 또렷하지 않으셔서 추운지, 더운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지는 않으신지 숨이 찬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십니다.
내과 당직 인턴에게 알려줍니다 "해열제 한번 드릴꺼고, 처방 낼께요"
해열제 처방은 15분이 지나도록 나지 않습니다.
다시 당직 인턴에게 연락합니다.
담당 전공의가 치료계획에 대한 전산기록을 작성하지 않아 본인의 처방이 입력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당과는 아니지만 다른 내과 당직전공의에게 연락하여 이런 상황임을 알리고 기록 작성을 부탁합니다.
다시 15분이 지나도록 기록 작성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30분 사이에 보호자는 3번가량 간호사실로 나와 아무것도 해주지 않냐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처방이 늦어지고 있는 것을 알기에 죄송하다며 보호자를 달래 빨리 이루어지게 하겠다고 합니다
다시 당직 인턴에게 연락합니다 "선생님 죄송한데 이런 상황이니 직접 당직 전공의에게 연락하여 처방내달라고 해주시면 안될까요"
시간은 어느덧 새벽 4시가 되었습니다.
4시 1분이 되어서야 고열 환자에게 해열제와 피검사, 균배양 검사 등의 처방이 납니다.
그러나 한두명의 환자에게 매달려있을 시간이 아니라
모든 환자들의 혈압과 체온을 측정하고 투여되어야 하는 약물 투여를 위해 병실순회를 나가야할 시간이기에
최대한 빨리 다른 환자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새벽에 이루어 져야할 피검사와, 투약을 마무리합니다
급한 와중에도 한치의 오차도 용납될 순 없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연관되어 지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18명의 환자들을 한번씩 만나고 오자
시간은 어느새 5시가 되어있습니다
외과계 전공의 한명이 수술상처 소독을 위해 어시스트를 부탁하려 기다리고 있지만
고열 있는 환자상태를 설명하며 다시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한 후
빨리 피검사와 해열제를 준비하여 고열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분에게 갑니다.
이분 또한 접촉격리중인 환자로 격리복과 장갑을 끼자 땀이 비오듯 흘러 내립니다.
마음 같아선 해열제를 빨리 드리고 싶지만 균배양검사를 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협조되지 않는 환자분을 상태로 피검사를 하느라 고생을 했지만 다행히 보호자분께서 화를 가라 앉히시고
잘도와주셔서 10분만에 무사히 균배양검사와 피검사를 마치고 해열제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균배양검사는 30분 간격을 두고 의사와 간호사가 각 1회씩 채혈하게 되어있기에
환자분을 한번 더 바늘로 찔러 드려야 함을 설명드리고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합니다
어느정도 마무리를 짓고 2회째의 균배양검사를 부탁하기 위해 당직 인턴에게 연락하지만
"선생님 죄송한데 저희가 지금 컴프레션 중이어서요"
"아 바쁘실텐데 죄송합니다, 우선 검사는 나갔으니 나중에 상황이 정리되면 와주셔도 괜찮습니다"
어지러워진 처치실와 투약카트를 정리할 틈도 없이
외과계 전공의의 수술상처 소독을 위해 어시스트를 도우러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말을 끝으로 시간은 어느새 6시가 되어있습니다.
전 날 하루동안의 섭취량 배설량을 정리하고 가지고 계신 배액관 등의 총 배액량을 기록합니다.
이루어진 투약에 대한 전산을 기록으로 남기고,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환자분들의 기본적인 활력징후등을 전산에 기록합니다
고열이 났던 내과환자에게 추가 피검사와 투약이 다시 처방납니다.
이 환자분은 1시간 사이에 4번째 주사바늘에 찔리게 될 상황입니다.
다시 조심스레 주사기와 바늘을 들고 보호자에게 양해를 구합니다
죄송한데 추가적으로 피검사를 더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있으셔서 한번 더 주사를 찔러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양해를 구합니다.
아침번 근무자들이 서서히 출근하여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고 그렇게 되어서야
어지러워진 처치실과 투약카트를 급하게 정리합니다.
아침 근무자에게 근무인계를 마치니 시간은 어느새 7시 30분을 훌쩍넘겨 창밖에는 해가 떠 있습니다.
아침 근무자들 또한 중한 환자들로 바쁠 것을 알기에 마지막 병실순회를 돌며 주사가 아프다고 제거했던 환자분의
주사를 다시 연결한 후 8시가 되어 아침 근무자들이 병실순회를 가게되고 정신을 살짝 놓아봅니다.
장폐색이 있던 환자분은 아침이되어도 또 어느새 콧줄을 제거하여 다시 삽입하고 있고,
보호자는 연신 죄송하다 하지만 저희는 괜찮다며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섬망증상을 보이던 환자는 보호자가 도착하자 안정을 되찾고,
보호자는 잘 봐주셔서 감사하며 저희는 할일을 했을 뿐이라고 괜찮다고 합니다.
주사를 새로 맞은 환자는 통증이 가라앉았다며 감사하다고 합니다
그 역시 저희는 할일을 했을 뿐이라며 별거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고열이 있던 환자분은 흉부방사선사진 촬영과 균배양검사 후 새로운 항생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해열제를 투여한 후 열은 37.5 도 정도로 완전히 내리지는 않았지만 다소 안정된 상태가 되었습니다.
보호자는 새로 들어가는 항생제냐며 감사하다 하고 아까는 순간 화를 내서 죄송하다 합니다 저희는 아니라며 늦은 처치에 죄송했다 합니다.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힘들게 생명을 이어가던 환자는 9시가 되어
체력을 다하였는지 가족들의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눈을 감으십니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보호자여도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전공의가 도착해 시간을 보며 사망선고를 하자 더 커져가는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그런 감정의 물결속에서도 간호사는 스스로를 잘 추슬러 필요한 처치를 해야합니다.
몸에 있던 부착물들을 제거하고 담당의사를 통해 중심정맥관, 장루, 소변줄, 피주머니 등의 부착물을 제거하고 봉합을 하고
사후처치를 준비합니다.
동시에
고열이 있던 환자는 다시 열이 오르며 가래가 끓고 직접 뱉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떨어져
직접 가래를 뽑아주고 새로이 산소를 제공하며 다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됩니다.
그러던 중
당일 퇴원하기로 했던 환자가 왜 퇴원을 안시키냐, 전공의는 언제오냐며 불만을 토합니다.
퇴원은 11시전후로 이루어지며, 응급실에 생명이 위독한 환자가 있기에 전공의 방문이 다소 늦어질 수 있음을 설명하고
지금 저희가 다소 바쁜 상황임을 설명하며 다시 죄송하다고 합니다
퇴원예정인 환자는 그럼에도 이런 병원이 어디있냐며 한명의 손길이 아쉬운 상황에
두명의 간호사를 붙잡고 병원 시스템이 잘못되었고 민원을 넣을거고
뭐가 바쁘다고 이렇게 늦어지는지, 왜 전공의는 오지 않는지 전공의를 신고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9시를 가르키는 시계를 바라보며
한쪽에선 울고있는 보호자와 사후처치에 여념이 없는 간호사와
한쪽에선 고열과 가래로 떨어져가는 산소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간호사를 바라보며
응급실에서 터져나오는 출혈을 막으며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퇴원환자의 전공의를 생각하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뭐가 그렇게 죄송해야 하는 걸까
의료진들간의 죄송함은 서로를 배려해주고 존중해주는 죄송함이었기에 괜찮다
다인실내의 다른 환자들에게 죄송함은 그들의 불편감이 생겼기에 원인제공의 환자 보호자를 대신하여 죄송함을 표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이 앞의 환자에게는 뭐가 죄송해야 하는 걸까
죄송하기위해서는 잘못을 해야하는데 무엇을 잘못한걸까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응급실에서 노력하느라 방문하지 못한 전공의의 잘못인가..
지금 시간에 응급실로와 전공의를 붙잡아둔 응급환자의 잘못인가..
지금 시간에 많지 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버린 환자의 잘못인가..
그 옆에서 가족들을 다독이며 스스로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아가며 사후처치를 하고 있는 간호사의 잘못인가..
지금 시간에 고열과 가래로 산소수치가 떨어지는 있는 환자의 잘못인가..
그 환자를 살리기 위해 땀범벅이되며 가래를 뽑고있는 간호사의 잘못인가..
퇴원시간을 11시 근처로 할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을 구성한 병원의 잘못인가..
아니면 9시를 가르키고 있는 시계가 잘못인가..
아니면 내 앞에 서있는 환자의 권리를 받고있는 사람이 잘못인가..
깨져버린 멘탈을 추스르며 피곤한 몸을 끌고 집으로 향할때
비슷한 생각을 자주하곤 한다.
누구의 잘못이기에 이 모진 질타를 내가 받고 있을까
병원내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우선순위가 급하여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도 있고, 미루어도 괜찮은 일들이 있습니다.
저 또한 여러분의 시간이 소중함을 알고 있고, 몸이 아플때 타인에 대한 배려가 쉽지 않다는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노력하고 있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사람이기에 지금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이 들어 그만두지 않도록...
당신이 아플 때 돌봐주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는 생각을 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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