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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abinogi_134810
    작성자 : 스크랩입니다
    추천 : 12
    조회수 : 817
    IP : 1.234.***.134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5/11/08 00:00:20
    http://todayhumor.com/?mabinogi_134810 모바일
    [로간밀레]객원기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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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새 마게에 창작글이 안 올라와서 민망..ㅠㅠㅜ 바빠서 저만 못보는건지 진짜 안 올라오는건지ㅠㅠㅜ

    2. 제가 봐도 노잼이라 더 민망...ㅠㅠㅠㅜㅜ 근데 쓰기 시작한 거라 안 올릴 수도 없고....










    몇 달이 지났지만 로간은 자신의 조에 내던져지듯 주어진 인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상부에서도 이 대책없이 강대한 영웅을 다루기 곤란했던 것은 아닐까?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휘휘 저은 그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반쯤 채워진 밀레시안의 보고서를 조심스레 접었다.

    훼손당한 티르코네일의 묘지. 보름 이상 소요될 임무였지만, 밀레시안은 이틀동안 짤막하게 이동 경로를 보고하고 채 일주일이 안되어 임무를 완료하고 복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보내왔다. 훈련은커녕 임무마저 거뜬히 해내버리는 만능 견습기사라.


    "조장, 밀레시안이 왔어. ...뭘 혼자서 웃는거야?"

    "아, 디이 군."


    노크 한 번 없이 집무실을 벌컥 연 디이에게 싫은 소리를 할 법 했지만, 로간은 웃음 띤 얼굴로 그를 맞았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문을 연 디이는 실망한 기색으로 인상을 찌푸리더니 망토를 펄럭이며 다시 나가버렸다. 제 할 말만 하고 휑하니 가버린 디이를 보자 번뜩 그에게 훈련을 시켜둔 사실이 생각이 났지만, 그의 활기찬 발소리는 멀어진 뒤였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책상을 짚고 일어난 로간은 집무실 입구에 서 있는 밀레시안을 발견했다. 밀레시안은 로간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까딱하고 집무실로 들어왔다.


    "조장."

    "아아, 복귀하셨군요. 다친 곳은 없나요?"

    "응. 뭐, 보다시피."

    "그래요. 다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별로 위험한 임무는 아니었잖아."

    "선지자가 가까이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응."

    "하지만 일단 치료소에 들러서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 장비는 괜찮나요? 이리 주세요, 제가 봐드리겠습니다. 식사는 제대로 하셨는지 모르겠군요. "


    무덤덤한 밀레시안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갓 태어난 새끼를 돌보는 어미새처럼 로간은 밀레시안의 주위를 돌며 부산을 떨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가 안절부절 하는 모습에 밀레시안은 작게 한숨을 쉬고 로간의 팔을 잡았다.


    "난 괜찮아, 조장. 아픈 곳도 없고 장비도 사용하지 않아서 멀쩡해."

    "아."

    "조금 쉬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


    로간은 자신을 바라보는 밀레시안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짧은 임무였을텐데, 그의 눈에는 피로감이 짙었다. 그것을 알아차리자 그의 청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로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밀레시안은 희미하게 웃었다.


    "고마워.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얘기할게."

    "...쉬십시오."


    타박타박 집무실을 나가는 밀레시안의 등을 보며 로간은 그에게 잡힌 팔을 가만히 매만졌다.





    -





    아발론 게이트의 겨울밤은 매섭다. 남쪽임에도 불구하고 섬 속의 섬이라는 특이한 지형 때문일까. 피부를 축축히 적시는  냉기에 온몸이 떨린다. 하지만 로간이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추위 때문만이 아니었다. 몸을 뒤챌 때마다 느껴지는 차가운 시트의 감촉보다 신경쓰이는 것. 항상 발랄한듯, 어떤 일에도 초연한 밀레시안이 잠깐동안 눈에 내비친 것. 로간은 한쪽 팔을 접고 머리를 댔다. 밤이 깊을수록 라데카는 밝아가고 그의 정신도 점점 또렷해졌다.


    결국 로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를 지쳐쓰러지게 만드는 피로가 아니라면, 불필요한 휴식은 잡념으로 괴롭게 만들 때가 더 많았다. 그는 어둠과 침묵 속에 잠긴 아발론 게이트를 나와 폭포로 향했다. 눈부시게 빛나는 신수 아래 폭포에는 먼저 나온 방문자가 있었다.


    "밀레시안 님."


    로간에게서 등을 돌리고 앉아 멍하니 폭포를 바라보던 밀레시안은 그의 부름에 퍼뜩 깨어나 엉거주춤 허리를 숙였다. 로간은 그의 인사에 가볍게 고개를 숙여 답하고 옆으로 걸어갔다.


    "웬일로 나와 있으신가요?"

    "아, 미안해. 규칙을 지켜야 하는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건가요?"

    "아."


    로간의 말에 밀레시안은 눈을 크게 떴다가 고개를 돌렸다. 조장답게 상담을 제안해봤는데, 이건 거절일까? 괜한 말을 꺼냈다 싶어진 로간은 그만 숙소로 들어가라는 말을 하려다 삼켰다. 그가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빠르게 깜빡이는 모습이, 꺼내고 싶은 말을 고르고 있음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로간은 쉴새없이 쏟아지는 폭포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전부터 궁금한 게 있었어."

    "편히 얘기하세요."

    "내가 아발론 게이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 있었던 일은 어떻게 됐어?"

    "아아."


    이걸 묻고 싶어 말을 망설였던건가. 로간은 아직도 슈안에게 매달 갚아나가고 있는 보급품비를 떠올리고 난감한듯 웃었다.


    "상부에서 상황을 참작해주셔서 큰 문제 없이 넘어갔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밀레시안 님도 보시지 않았나요?"


    로간의 변명에 밀레시안은 아무말 없이 그를 응시했다. 어쩐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로간은 어색한 미소가 들키지 않길 바라며 그를 마주봤다. 이윽고 밀레시안은 눈을 돌려 폭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임무가 꽤 힘들더라고. 물론 안전한 축에 속했지만, 정신적으로 꽤 힘들었어. ...로간이 일부러 나를 티르코네일로 보냈나 싶더라."

    "아....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알아. 내가 한심하게 감정적이어서 그랬던 거야."

    "감정적이요?"

    "응. 엉망으로 파헤쳐진 무덤의 주인에게 기도를 올리면서도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어. 모욕당한 영혼들과, 그들의 무덤을 복구하고 위로하는 나,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불쌍한걸까 하는 생각."

    "......"

    "불경하게도. 하지만 부서진 비석에 닳아가는 이름이 내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살점조차 남지 않은 백골이 된 모습이 견딜 수가 없었어. 나와 이야기하고,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이 묘지의 땅 아래 빽빽하게 누워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로간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기억에 괴로워하는 이를 감히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로간은 그저 조용히 이어지는 밀레시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난 투아하 데 다난이 부러웠어.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서로 결속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생각했어. 나도 저들 중 하나이고 싶다. 나도 함께 결속하고 인생을 같은 속도로 살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내게는 끝도 없고, 흐르는 시간도 없어. 투아하 데 다난이 인생의 진미를 즐길 때 나는 한 걸음 비껴나서 그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거야."


    하아. 밀레시안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걱정됐어. 행여나 지금 이 자리가, 비록 객원기사라 할지라도 혹시 사라지면 어떡하나. 내일이라도 필요없다고 내쳐지는 건 아닐까? 처음...으로 속한 곳에서 떠나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가장 위험할 수 있는 곳이니까,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너희를 보지 못하게 될까봐 겁도 났고."


    로간은 처음 듣는 밀레시안의 말에 당황스러움과 어색함을 감출 수가 없어 곱슬거리는 뒷머리를 괜히 손으로 빗으며 그를 흘깃거렸다. 얼굴을 감싼 밀레시안은 몇 번 마른 세수를 하고 로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옅은 미소 위로 두 눈이 반짝였다.


    "이래서 보고하기 싫었어.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궁상 떠는 모습 내가 봐도 창피했거든. 하지만 조장이 너무 걱정하는 것 같아서..."


    물론 내가 걱정할 만하게 티를 내긴 했어. 밀레시안은 민망한 듯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보고 끝, 이라고 작게 중얼거린 그의 목소리를 듣고 로간은 어느새 목구멍을 간지럽히는 찬 공기에 헛기침을 했다.


    "아, 춥겠다. 이제 그만 들어갈까?"

    "...그럴까요? 원하신다면."


    밀레시안은 처음 털어놓은 속마음이 민망했던건지, 한참 작은 몸집으로 씩씩하게 로간을 앞서 걸었다. 금세 요새 안에 도착한 둘은 짧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숙소로 향했다.


    "참, 조장."

    "네?"

    "그거 거짓말이지?"

    "...네?"


    뜬금없는 질문에 로간은 반문하자 밀레시안은 턱으로 창고 방향을 가리켰다. 의아한 눈으로 그가 가리킨 방향을 쳐다본 로간은 아차 싶었다.


    "알고 계셨나요?"

    "...나, 사실 객원기사 제의는 거절할 생각이었어. 하지만 다짜고짜 추천장이 날아와서 이쪽으로 와서 직접 말하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조장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

    "저 말입니까? 전 그저 평범한 기사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평범한 사람, 왠지 난 지금까지 만나기가 힘들었거든. 그래서 동료를 위해서 필사적으로 애쓰는 걸 보고, 저 사람 아래서라면 나도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나 조장 굉장히 신뢰하고 있는데, 몰랐어?"


    그럼 잘 자. 밀레시안은 로간에게 씩 웃어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보였던 웃음. 그는 언제부터 그를 이렇게 믿은걸까? 왜? 냉정한 물음들이 로간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지만, 처음으로 그를 오롯이 믿어주는 조원에게 해사하게 웃어보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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