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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김종미, 키스
뜨거운 찌개에 같이 숟가락을 들이대는 우리는 공범자다
말하자면 공범자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숟가락에 묻은 너의 침도
반쯤 빨어먹은 밥풀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국물 맛에만 집중할 동안
오직 뜨거운 찌개가 있을 뿐이다
짜거나 싱거울 때도
우리는 숟가락을 잘 저어
이견 없이 간을 잘 맞추었다
어느 날 너의 숟가락이 보이기 시작할 때
식은 찌개에서 비린내가 훅 풍겼다
손택수, 길이 나를 들어올린다
구두 뒤축이 들렸다 닳을 대로 닳아서
뒤축과 땅 사이에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한 공간이 생겼다
깨어질 대로 깨어진 구두코를 닦으며
걸어오는 동안, 길이
이 지긋지긋한 길이
나를 들어 올리고 있었나보다
닳는 만큼, 발등이 부어오르는 만큼 뒤꿈치를 뽈끈
들어 올려주고 있었나보다
가끔씩 한쪽으로 기우뚱 몸이 기운다는 건
내 뒤축이 허공을 딛고 있다는 얘기
허공을 디디며 걷고 있다는 얘기
이제 내가 딛는 것의 반은 땅이고
반은 허공이다 그 사이에
내 낡은 구두가 있다
이진희, 텅
그러니까 그 방에 나는 없어요
명백한 내가 그 방 안에서
사방으로 뻗어나간 벽지의 똑같은 무늬를 세고
어딘지 모를 처음부터 자꾸만 새로 세고
있지만 나는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책상도 침대도 기차도 시간도 기침 소리도
그 방에는 창문이 하나 있어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 방과 잘 어울리는 크기와 적당히 낡은 창틀
창문 밖에는 당신, 당신의 손가락
창문을 막아둔 녹슨 철망을 벗기려 애쓰고
있어요
하지만
그 방에는
없어요
아무것도
내가 있는데 정작 나는 없어요
나는 하나의 의식, 이상하게 배열된 꿈
악몽으로 날마다 뒤척이는 새벽
창문 밖 당신의 손가락은
침착하지만 배려가 없어요 잠시라도
멈추지 않아요
당신은 없고 당신의 무자비한 손가락만 거친 숨소리만
창밖에 있어요
이경임, 사라지는 얼굴
너의 얼굴은 모든 곳에서 문을 열고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바다의 색깔로
닿을 수 없는 부드러운 입술로
너의 얼굴은 모든 곳에서 춤을 추고 사라진다
맡을 수 없는 나뭇잎들의 냄새로
들을 수 없는 벌레들의 울음으로
너의 얼굴은 모든 곳에서 미소짓고 사라진다
실천할 수 없는 햇살의 공평함으로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들의 율동으로
너의 얼굴은 모든 곳에서 기다리다 사라진다
공원 벤치의 모서리에 매달린 물방울들로
걷어낼 수 없는 어둠으로
조용미, 가을밤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연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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