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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3242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568
    IP : 14.58.***.13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2/05/25 14:23:15
    http://todayhumor.com/?lovestory_93242 모바일
    [BGM]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현주, 사랑한다는 말




    한 점 바람 되어서나

    할 수 있는 말

    그때에서나 할 수 있는 말


    그대는 죽어 나무 된다 하였지

    나는 바람 된다 하였네


    그대 젖은 잎들 조심스레 닦아주며

    그때에서나 할 수 있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 말

    내 죽어 한 점 바람 되어서나

    할 수 있는 말

     

     

     

     

     

     

    2.jpg

     

    이승훈, 너를 본 순간




    너를 본 순간

    물고기가 뛰고, 장미가 피고

    너를 본 순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를 본 순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걸레였고

    갑자기 하아얀 대낮이었다

    너를 본 순간

    나는 술을 마셨고 나는 깊은 밤에 토했다

    뼈저린 외로움 같은 것

    너를 본 순간

    나를 찾아온 건

    하아얀 피 쏟아지는 태양, 어려운 아름다움

    아무도 밟지 않은 고요한 공기

    피로의 물거품을 뚫고 솟아오르던

    빛으로 가득한 빵

    너를 본 순간

    나는 거대한 녹색의 방에 뒹굴고

    태양의 가시에 찔리고 침묵의 혀에 싸였다

    너를 본 순간

    허나 너는 이미 거기 없었다

     

     

     

     

     

     

    3.jpg

     

    김이듬, 이제 불이 필요하지 않은 시각




    나는 겨울 저수지 냉정하고

    신중한 빙판 검게 얼어붙은 심연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로 나를 지쳐줘

    한복판으로 달려와 꽝꽝 두드리다가

    끌로 송곳으로 큰 구멍을 뚫어봐

    생각보다 수심이 깊지 않을 거야

    미끼도 없는 낚싯대를 덥석 물고

    퍼드덕거리며 솟아오르는 저 물고기 좀 봐

    결빙을 풀고 나 너를 안을게

     

     

     

     

     

     

    4.jpg

     

    정경순, 꽃밭에서




    눈물겹다, 그대가 죽었던 자리

    고요와 그리움과 외로움

    본시 열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추억을 꺼내 보고 싶게 저물었네


    오랫동안 무덤처럼 버려두었던

    공복의 빈자리를

    먼 인척 같은 허공 한자락을 잡아당겨

    꽃씨를 심네


    빈 것의 명줄을 허공으로 이어 놓고

    기다리네, 추억의 닫힌 문을 열어 놓고

    그립고 외로운 것들의 어둠

    문 열고 들어와

    환하게 등불을 밝혀놓으리

     

     

     

     

     

     

    5.jpg

     

    주인자, 그럴 수 있을까




    너를 내 머릿속에서 밀어내고도

    지나가는 바람을 무심히 안을 수 있을까

    너를 내 가슴 가장자리로 밀어내고도

    내리는 달빛에 무심하게 젖을 수 있을까

    켜켜이 쌓아 놓았던 사랑을

    먼지로 만들어 허공으로 보낼 수 있을까

    이제 우리가 무심한 눈빛을 스치던

    행인1과 행인2로 살아갈 수 있을까

    정말 우리, 그럴 수 있을까

    정말 우리, 그럴 수 있을까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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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5/25 20:23:24  59.2.***.158  사과나무길  563040
    [2] 2022/05/26 23:26:05  1.227.***.251  볼빵빵고양이  581201
    [3] 2022/05/28 17:42:28  211.36.***.17  갓작남  259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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