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우거지의 추억 글 /골드 총각</p> <p> </p> <p>화자 ~ 우거지 (배추)</p> <p> </p> <p> <br>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면 속살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는 몸으로 막아야 돼<br>비가 내려 땅을 치며 튕기는 흙을 막고, 농약도 몸으로 막지만 결국엔 내가 귀찮은가 <br>봐, 내 머리채를 움켜잡고 내동댕이치거든, 하지만 나도 사랑받을 기회가 있어<br>그 여인이라면 반듯이 날 찾게 될 거야, 시장 한편에서 여인들이 눈치 보며 손은 <br>빠르게 움직이는데 마치, 죄지은 사람의 심정이었을 거야 바쁘게 오가는 행인의 길을 <br>막으면 안 되니까. </p> <p> </p> <p>우거지가 내 이름이야, 지금은 시장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지만 내게도 애절한<br>시절이 있었지, 비록 허름한 손길이었지만 마음이 아름다운 여인 이었어 물론 절박한 <br>상태이기도 했지만, 넉넉한 집은 오늘의 반찬을 걱정하지만 가난한 여인은 내년 봄을 <br>걱정하거든 모든 식량이 바닥나는 시기라서 그때를 위해서 나를 찾는 거야.<br>시장에서 이 발 저 발에 차이는 나를 귀하게 보듬어 주거든, 물론 소금으로 내 온몸을 <br>떡칠하고 겨울을 지나서 봄까지 푹 썩히는 게 문제이지만, 그래도 봄이 되면 <br>여인의 포근한 손길을 받을 수 있지 얼음장처럼 차가운 냇가에서,<br>겨우내 묵었던 때와 궁둔 내를 지우기 위해서 여인의 손길을 받지만 여인의 입장에선 <br>죽을 맛일 거야, 내 몸엔 상당히 독한 냄새가 나거든 특히 셋째들이 나를 싫어해 코를 부여잡고 <br>도망치며 여인에게 싫은 소리를 아무렇게나 내뱉지 여인의 마음이 썩는 줄도 <br>모르면서 그래서 셋째는 철이 없다고 하나 봐.</p> <p> </p> <p>목욕을 하고 커다란 솥에 들어가면 내가 심심할까 봐 굵은 멸치를 몇 마리 던져주며<br>장작은 말하지 붉은 화를 내면서, 궁둔 내는 벗고 시큰한 맛은 남겨 두라고 호통을 쳐<br>하지만 그것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소금 속에서 너무나 고통스럽게 익었거든 <br>나를 사랑한 여인처럼 말이야, <br>손가락으로 길게 찢어 먹으면 밥 한 공기가 금방 사라져 아주 꿀맛이지 헌데, 지금은 <br>그 맛을 찾을 수가 없어 왜냐면 허름한 손길이 없으니까, 그래서 추억이라는 <br>시간은 다시 올 수 없는 슬픔이라고 하나 봐.<br>아름다운 여인이 허름해진다는 것은 참, 처연한 거야 근데 그거 알아?<br>그 여인은 슬프지만 기쁘기도 하다는 것을. 쭉쭉 찢어 먹는 주둥이를 보면서 말이야</p> <p> </p> <p>내가 분명히 봤어, 그 노신사의 주둥이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말이야<br>분명 눈물 이었어, 추억의 음식을 몇 십 년 만에 먹는다는 그 노신사의 말.<br>그는 셋째 라고 했어,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참, 걸작이야 <br>이 우거지를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는 거야,<br>참내, 우거지가 뭐라고 눈물까지 쳐 흘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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