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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91147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79
    IP : 175.213.***.18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1/02 13:46:35
    http://todayhumor.com/?lovestory_91147 모바일
    [BGM] 마음 없는 말일 수 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서림, 오존주의보가 내려도




    더 이상 내 시가 꿈꿀

    고향은 없다. 자연조차 없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속에만 존재한다

    더 이상 내 시에 성스런 힘 실어줄

    자본의 가속도에 브레이크 걸어줄 민중도 없다

    오랫동안 물을 갈지 않아 썩어가는

    우울한 이 수족관 도시

    빠져나갈 껀수도 길도 없다

    오존주의보가 내려도

    폐에 구멍이 뚫려도

    남극 뻥 뚫린 오존층 구멍이

    내 머리 위까지 덮친들

    땡볕에 드러난 지렁이처럼

    말라 비틀어지며 기어갈 수밖에 없다

    황폐해진 여름날, 가로수 없는

    달구어진 콘크리트 바닥을

    아황산가스 오존을 마시며 삭여내며

    모질게 독하게 싹 틔워야 한다

    지구가 돌아가는 데까지

    사는 데까지 살아봐야 한다, 내 시는

     

     

     

     

     

     

    2.jpg

     

    함민복, 죄




    오염시키지 말자

    죄란 말

    섬뜩 빛나야 한다

    건성으로 느껴

    죄의 날 무뎌질 때

    삶은 흔들린다

    날을 세워

    등이 아닌 날을 대면하여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구분하며 살 수 있게

    마음아

    무뎌지지 말자

    여림만으로 세울 수 있는

    강함만으로 지킬 수 있는

    죄의 날

    빛나게

    푸르게

    말로만 죄를 느끼지 말자

    겁처럼 신성한

    죄란 말

    오염시키지 말자

     

     

     

     

     

     

    3.jpg

     

    김남주, 창살에 햇살이




    내가 손을 내밀면

    내 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

    내가 볼을 내밀면

    내 볼에 와서 다스워지는 햇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자꾸자꾸 자라나

    다람쥐 꼬리만큼은 자라나

    내 목에 와서 감기면

    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

    내 입술에 와서 닿으면

    그녀와 주고받고는 했던

    옛 추억의 사랑이 되기도 한다

     

     

     

     

     

     

    4.jpg

     

    신석정, 그 마음에는




    그 사사스러운 일로

    정히 닦아온 마음에

    얼룩진 그림자를 보내지 말라


    그 마음에는

    한 그루 나무를 심어

    꽃을 피게 할 일이요


    한 마리

    학으로 하여

    노래를 부르게 할 일이다


    대숲에

    자취 없이

    바람이 쉬어 가고


    구름도 흔적 없이

    하늘을 지나가듯

    어둡고 흐린 날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받들어


    그 마음에는

    한 마리 작은 나비도

    너그럽게 쉬어 가게 하라

     

     

     

     

     

     

    5.jpg

     

    이하석, 깊이에 대하여




    자판기 커피 뽑는 것도 시비꺼리가 될 수 있는지

    종이컵 속 커피 위에 뜬 거품을 걷어내면

    "왜 거품을 걷어내느냐?"고 묻는 이가 있다

    나는 "커피의 깊이를 보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마음 없는 말일 수 있다

    인스턴트 커피에 무슨 근사한 깊이가 있느냐고 물으면

    대단치 않는 깊이에도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준다

    모두 얕다

    기실 따뜻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대단찮은 깊이까지 사랑한다 해도

    커피는 어두워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마실 어둠의 깊이를 얕볼 수 없다

    싸고 만만한 커피이지만

    내 손이 받쳐 든 보이지 않는 그 깊이를 은밀하게 캐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 깊이를 다른 누가 들여다볼 수 있단 말인가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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