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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9041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18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8/05 10:27:16
    http://todayhumor.com/?lovestory_90411 모바일
    [BGM] 그것은 애달픈 연륜이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김현승전환

     

     

     

    이제는

    밝음의 이쪽보다

    나는 어둠의 저쪽에다

    귀를 기울인다

     

    여기서는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어둠의 저쪽에다

    내 귀를 모두어 세운다

     

    이제는 눈을 감고

    어렴풋이나마 들려오는 저 소리에

    리듬을 맞춰 시도 쓴다

    이제는 떨어지는 꽃잎보다

    고요히 묻히는 씨를

    내 오랜 손바닥으로 받는다

     

    될 수만 있으면

    씨 속에 묻힌 까마득한 약속까지도

    그리하여 아득한 시간에까지도 이제는

    내 웃음을 보낸다

    순간들 사이에나 떨어뜨리던 내 웃음을

    이제는 어둠의 저 편

    보이지 않는 시간에까지

    모닥불 연기처럼 살리며 살리며







    2.jpg

    박목월그것은 연륜이다

     

     

     

    어릴 적 하찮한 사랑이나

    가슴에 박여서 자랐다

     

    질 곱은 나무에는 자줏빛 연륜이

    몇 차례나 몇 차례나 감기었다

     

    새벽 꿈이나 달 그림자처럼

    젊음과 보람이 멀리 간 뒤

    나는 자라서 늙었다

     

    마치 세월도 사랑도

    그것은 애달픈 연륜이다







    3.jpg

    천상병피리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달은 가지 않고

    달빛은 교교히 바람만 더 불고

    벌레소리도 죽은 이 밤

    내 마음의 슬픈 가락에 울리어오는

    피리느 어느 곳에 있는가

    옛날에는

    달 보신다고 다락에선 커다란 잔치

    피리 부는 악관이 피리를 불면

    고운 궁녀들 춤을 추었던

    나도 그 피리를 가졌으면 한다.

    볼 수가 없다면은

    만져라도 보고 싶은

    이 밤

    그 피리는 어느 곳에 있는가







    4.jpg

    윤동주무서운 시간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

    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 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

    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 몸 둘 하늘이 있어

    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

    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5.jpg

    이정록뒷짐

     

     

     

    짐 꾸리던 손이

    작은 짐이 되어 등 뒤로 얹혔다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임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끗발 조이던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 안았다

    세상을 거머쥐려 나돌던 손가락이

    제 등을 넘어 스스로를 껴안았다

    젊어서는 시린 게 가슴뿐인 줄 알았지

    등 뒤에 두 손을 얹자 기댈 곳 없던 등허리가

    아기처럼 다소곳해진다토닥토닥

    어깨 위로 억새꽃이 흩날리고 있다

    구멍 숭숭 뚫린 뼈마디로도

    아기를 잘 업고 다니는 저 뒷짐의

    둥근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밀쳐놓은 빈손 위에

    무한 천공의 주춧돌이 가볍게 올라앉았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20/08/05 19:22:28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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