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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후기, 불법 체류자들
소읍 변두리 처가(妻家)
술 떨어진 밤 술 사러 간다
날벌레들 싸락눈처럼 몰려드는
가로등 밑 공중전화
똑, 똑
전화카드 돈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똑, 똑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 아래
고향집 대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
소를 닮은 그렁그렁한 눈망울에
축축한 달빛이 일렁인다
플라타너스 오그라든 나뭇잎
몰래 귀 기울이다 철커덕
수화기 놓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바닥으로 떨어진다
떨켜를 놓친 순간
나뭇잎도 지상(地上)의 불법체류자가 되나니
불법체류자들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밤늦도록 사각거린다
김남조, 그림엽서
여행지 상점가에서
그림엽서 몇 장 고를 때면
별달리 이름 환한
사람 하나 있어야겠다고
각별히 절감한다
이국의 우표를 붙여
편지부터 띄우고
그를 위해 선물을 마련할 것을
이 지방 순모실로 짠
쉐타 하나, 목도리 하나
수려한 강산이 순식간에 다가설
망원경 하나
유년의 감격
하모니카 하나
최소한 일년은 몸에 지닐
새해 수첩 하나
특별한 꽃의 꽃씨 잔디씨
여수(旅愁)서린 해풍 한 주름도 넣어
소포를 꾸릴 텐데
여행지에서
그림엽서 몇 장 고를 때면
불켠 듯 환한 이름 하나의 축복이
모든 이 그 삶에 있어야 함을
천둥 울려 깨닫는다
김명수, 동전 한 닢
오늘 낮, 차들이 오고 가는 큰길 버스 정류장에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길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육중한 버스가 멎고 떠날 때
차바퀴에 깔리던 동전 하나
누구 하나
허리 굽혀
줍지도 않던
테두리에 녹이 슨 동전 한 닢
저녁에 집에 오니 석간이 배달되고
그 산문 하단에 1단짜리 기사
눈에 띌 듯 띄지 않던
버스 안내양의 조그만 기사
만원버스에 시달리던 그 소녀가
승강대에서 떨어져서 숨졌다는 소식
박현수, 탄생
먼 길을 걸어
아이가 하나, 우리 집에 왔습니다
건네줄 게 있다는 듯
두 손을 꼭 쥐고 왔습니다
배꼽에는
우주에서 갓 떨어져 나온
탯줄이
참외 꼭지처럼 달려 있습니다
저 먼 별보다 작은
생명이었다가
충만한 물을 건너
이제 막 뭍에 내렸습니다
하루 종일 잔다는 건
그 길이 아주
고단했다는 뜻이겠지요
인류가 지나온
그 아득한 길을 걸어
배냇저고리를 차려 입은
귀한 손님이 한 분, 우리 집에 왔습니다
박라연, 묘지가 아름다운 계절
우리가
너를 잊었는가 싶을 때
들판은 휘엉청, 초록 연두 노랑 갈색으로 흔들린다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흔들린다
철길 너머 낮은 언덕
그 너머 낮은 산 위의 무덤들이 덩달아
제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온 것들을
예쁘게 예쁘게 익혀 가고 있는 계절
죽음이 놓인 자리마다 까치들은
분주히 날개를 턴다
싣고 온 소식들이 씨앗처럼 흩어질 때
우리도 마음 한구석에 한적한 무덤 하나 빚으리
무덤은 제각각 초록 연두 노랑의
초승, 상현, 하현달을 낳겠지
달들은 자라서 물의 아내가 되거나
은행나무의 은행잎이 되겠지
아직은......아직은......아무것도 될 수 없는
붉은 눈시울은 두고 온 고향 감나무 위
주렁주렁, 감빛이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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