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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9911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254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0/04/29 08:15:31
    http://todayhumor.com/?lovestory_89911 모바일
    [BGM] 그래도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aq7rZxJW-k






    1.jpg

    유안진진실반어적 진실

     

     

     

    꽃은 떨어지기를

    순결은 더럽혀지기를

    기록은 깨어지기를

    문은 열리기를

    벽은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아침은 저녁을

    가을은 겨울을

    삶은 죽음을

    이 시대는 저 시대를

    이 세상은 다른 세상을 기다리고 있다고

    때없이 들고나던 철조망에 할퀴어

    갑자기 피 흘리는 오늘의 저녁놀

    평상시가 비상시로

    출입구가 비상구로

    사랑이 미움으로 돌변하는 변덕도

    도둑같이 온다고

    알면 병 되고

    모르면 약이 되는 진실된 거짓들







    2.jpg

    박해수바다에 누워

     

     

     

    내 하나의 목숨으로 태어나

    바다에 누워

    해 저문 노을을 바라본다

    설익은 햇살이 따라오고

    젖빛 젖은 파도는

    눈물인들씻기워 간다

    일만(一萬)의 눈초리가 가라앉고

    포물(抛物)의 흘러 움직이는 속에

    뭇별도 제각기 누워 잠잔다

    마음은 시퍼렇게 흘러간다

    바다에 누워

    외로운 물새가 될까

    물살이 퍼져감은

    만상(萬象)을 안고 가듯 아물거린다

    마음도

    바다에 누워

    달을 보고달을 안고

    목숨의 맥이 실려간다

    나는 무심한 바다에 누웠다

    어쩌면 꽃처럼 흘러가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외로이 바다에 누워

    이승의 끝이랴 싶다







    3.jpg

    김선굉저것이 완성일까

     

     

     

    지는 후박나무의 잎을 바라본다

    아주 느리게 시간이 개입하고 있었다

    잎은 천천히 떨어졌으며

    무슨 표정과도 같이

    마치 무슨 순교와도 같이

    몇 차례 의젓이 몸 뒤집으며

    하고 떨어졌다

    저것은 그러면 완성일까

    어떤 완성일까

    아니면 또 다른 완성으로 가고 있는 걸까

    떨어져 쌓여 몸 뒤척이는

    저 마른 잎들의 근심은







    4.jpg

    김철진그래도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낡은 수첩 속의 희미한 이름이

    나달에 지워져 생각나지 않는다

     

    비릿한 포구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속눈썹 푸른 그림자 길게

    젊은 날 꿈결처럼 울다 간 사랑도

    이제는 낡은 화면처럼 흐릿하다

     

    이름을 보며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는 얼굴들

    이미 몇 번이고 바뀌었을 전화번호의

    낡은 벨 소리만 이명으로 울고 있다

     

    잊혀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

    누군가의 낡은 메모리 속에서

    나도 지워지고 있을 거란 생각에

    된서리 맞은 하나 겨울 잎새로 서럽다

     

    언젠가는 어차피 잊혀질 목숨이지만

    그래도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5.jpg

    이상국나도 보험에 들었다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좌회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

    택시기사가 핏대를 세우며 덤벼들었지만

    나도 보험에 들었다

    문짝이 찌그러진 택시는 견인차에 끌려가고

    조수석에 탔다가 이마를 다친 남자에게

    나는 눈도 꿈쩍하지 않고

    법대로 하자고 했다

    나도 보험에 들었다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나의 불행이나 죽음이 극적일수록

    보험금이 높아질 것이고

    아내는 기왕이면 좀더 큰 걸 들지 않은 걸 후회하며

    그걸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가구를 바꾸며

    이 세계와 연대할 것이다

    나도 보험에 들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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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29 08:21:12  1.215.***.228  어둠과분노  443583
    [2] 2020/04/29 10:05:13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3] 2020/05/25 00:34:20  175.123.***.79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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