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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8769
    작성자 : 통통볼 (가입일자:2012-11-15 방문횟수:1540)
    추천 : 2
    조회수 : 168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11/13 06:45:57
    http://todayhumor.com/?lovestory_88769 모바일
    [BGM] 아, 처음 만났구나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_m99b9sbIhA






    1.jpg

    곽재구처음

     

     

     

    두 마리 반딧불이 나란히 날아간다

    둘의 사이가 좁혀지지도 않고

    말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궁둥이에 붙은 초록색과 잇꽃색의 불만 계속 깜박인다

    꽃 핀 떨기나무 숲을 지나 호숫가 마을에 이른 뒤에야

    알았다

    처음 만났구나






    2.jpg

    이기철새 해를 기다리는 노래

     

     

     

    아직 아무도 만나보지 못한 새 해가 온다면

    나는 아픈 발 절면서라도 그를 만나러 가겠다

    신발은 낡고 옷은 남루가 되었지만

    그는 그런 것을 허물하지 않을 것이니

    내 물 데워 손 씻고 머리 감지 않아도

    그는 그런 것을 탓하지 않을 것이니

    퐁퐁 솟는 옹달샘같이 맑은 걸음으로

    그는 올 것이니

    하늘을 처음 날아 보는 새처럼

    그는 올 것이니

    처음 불어보는 악기소리처럼

    그는 올 것이니

    처음 써본 시처럼

    처음 받아든 연서처럼

    그는 올 것이니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디에도 때 묻지 않은 새 해가

    햇볕 누이의 마중을 받으며

    작은 골목 작은 대문을 향해

    종종 걸음으로 그는 올 것이니







    3.jpg

    김형영날마다 새롭게

     

     

     

    나무들의 대성당에서

    아침마다 새들은 노래한다

    밤새 내려온 이슬방울은

    하늘의 눈망울을 깜박거리고

    바람은 마냥 흔들 불어

    아침을 연다

     

    그래오늘은 또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거다

    맑은 공기로 가슴 부풀려

    세상을 떠도는 거다

    어젯밤 꾼 꿈을 찾아보는 거다

     

    콧노래를 부르며

    콧노래와 함께

    콧노래에 맞춰

    나는 다시 나를 찾아

    내 노래를 부르는 거다

     

    대성당의 나무들처럼

    거기 깃들어 사는 새들처럼

    나도 거기 깃들어

    날마다 한결같이

    날마다 새롭게 나를 사는 거다







    4.jpg

    김미정투명한 대화

     

     

     

    어항의 입구가 벌어진다

    그 넓이만큼 퍼진 귀의 식욕이 수면을 바라본다

    물고기가 투명한 소리를 뱉는다 삼킨다

     

    언젠가 말하지 못한 고백처럼

    우린 어항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어항이 꿈틀거린다

    투명한 울림소리의 본적이다

    입술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힘껏 던져도 깨지지 않는 혀를

    너는 내민다 넣는다

     

    입 모양만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당신의 말들이

    쌓이고 쌓여 어항을 채운다

    사다리가 늘어나고 큰 자루가 필요하다

    소리가 움직인다 아래 

     

    잎사귀들이 함께 넘친다

    이제 귀는 떠난 소리를 그물로 떠올리고 있다

    물고기들이 강을 따라 흘러간다

     

    어항의 침묵이 시끄럽게 들리는 오후

    누군가 유리컵을 두드리고

    헐거워진 귀가 바닥에 떨어진다







    5.jpg

    김정경검은 줄

     

     

     

    파업이 길어지고 있었다

    주머니엔 말린 꽃잎 같은 지폐 몇 장

    만지작거릴수록 얇아졌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므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시간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니

    방바닥에 검은 줄 하나 그어져 있다

    특수고용자로 분류된 나는

    노동조합이 철야 농성 중인 회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출입문 위에

    붉은 글씨로 쓴 부적들 나부끼고

    제 이름 외치며 뛰쳐나온 노란 팬지꽃

    화단 위에 삐뚤삐뚤 구호를 받아 적었다

    나무 기둥의 몸을 열고 나온 날개미들

    좁은 방에 검은 줄 늘려가고 있다

    문 걸어 잠그고

    쓰다 남은 살충제 쏟아 붓는다

    혼자서 살겠다고

    혼자만 살아보겠다고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던 자기소개서

    개미들이 따라가며 밑줄을 긋는다

    고쳐 쓰다만 자기소개서 위의 검은 줄이 흩어진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11/13 10:15:03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2] 2019/11/17 23:05:12  183.96.***.3  renovatiost  27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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