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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 저녁 무렵의 시
자신이 살고 있는 숲을
한 번도 떠나 본 적이 없는 새는
눈 감아도 그 숲의 사계(四季)를 알고
자신이 살고 있는 늪을
평생 떠나 본 적이 없는 물고기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그 늪의 조류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새는
더 큰 숲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고
물고기는 더 깊은 늪의 흐름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나, 또한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더 많이 안다고 하는 것은?
오늘은 하늘에
무덤을 만드는 새 한 마리
빠르게 해가 지는 쪽으로 떨어지고 있다
김명인, 저 등나무꽃 그늘 아래
오늘은 급식이 끝났다고, 밥이 모자라서
대신 컵라면을 나눠주겠다고
어느새 수북하게 쌓이는
벌건 수프 국물 번진 스티로폼 그릇 수만큼
너저분한 궁기는 이 골목에만 있는 것은 아니리라
부르면 금방 엎어질 자세로
덕지덕지 그을음을 껴입고
목을 길게 빼고 늘어선 앞 건물도 허기져있네
나는, 우리네 삶의 자취가 저렇게 굶주림의 기록임을
새삼스럽게 배운다, 빈자여
등나무꽃 그늘 아래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며
우리가 무엇을 이 지상에서
배불리 먹었다 하고 잠깐 등나무 둥치에 기대서서
먹을 내일을 걱정하고, 먹는 것이
슬퍼지게 하는가
등꽃 서러움은 풍성한 꽃송이 그 화려함만큼이나
덧없이 지고 있는 꽃그늘뿐이어서
다시 꽃 필 내년을 기약하지만
우리가 등나무 아랫길 사람으로 어느 후생이
윤회를 이끌지라도 무료 급식소 앞 이승
저렇게 줄지어 늘어선 행렬에 끼고 보면
다음 생의 세상
있고 싶지 않아라, 다음 생은
차라리 등꽃 보라나 되어 화라락 지고 싶어라
천양희, 세상 읽기
세상을 뜻대로 읽고 싶어
가출(家出)을 출가(出嫁)로
불성(佛性)을 성불(成佛)로
유수(流水)를 수유(授乳)로 읽어보다가
세상을 거꾸로 읽고 싶어
정부(政府)를 부정(不正)으로
선생(先生)을 생선(生鮮)으로
교육(敎育)을 육교(陸橋)로 읽어보다가
세상을 마음대로 읽고 싶어
가능(可能)을 능가(能加)로
입산금지(入山禁止)를 지금 산에 들어감으로 바꿔 읽어보다가
세상을 생각대로 읽고 싶어
불이(不二)를 이불로
불행(不幸)을 행불(行不)로
유일(唯一)을 일류(一流)로 착각하다가
삶은 삶 외에 더 읽을 것이 없어
나는 나 외에 더 읽을 것이 없어
각자(各者)를 자각(自覺)으로 쓰고 말았네
실상(實相)을 상실(喪失)로 쓰고 말았네
양성우, 첫 마음
너나없이 첫 마음을 변치 않을 일이다
짐작도 못하는 사이에 오는 것이
끝날이다
몸 없는 곳에서만 사랑이 넘친들
무슨 소용이냐?
처음 만나던 때를 잊지 않는다면
마음이 마를 틈이 없을 것이다
너무나도 가득 차기보다는 조금은 비어 있고
바라만 보아도 기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은 행복이다
어느 누구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길
깊은 강물처럼 소리 없이 흐를 일이다
유하, 우연의 음악
오솔길을 달린다
아주 우연히 듣는
상큼한 음악들
꽃 피는 소리, 민들레의 음표들
브라스 밴드 행렬로
나무를 타고 오르는 나팔꽃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는
바람의 종달새 울음
그리고, 내 수만의 몸들을 빠져나와
달려가는 영혼의 바람소리
그대가 받은 이 생(生)도
아주 우연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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