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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87156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11
    IP : 211.63.***.20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3/12 12:57:03
    http://todayhumor.com/?lovestory_87156 모바일
    [BGM] 하루 중 잠깐 그럴 때가 있다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jpg

    이희영두 마리 치킨

     

     

     

    사거리 한복판오토바이가 날아 올랐다

    트럭과 얼핏 스친 것 같았는데

    치킨 두 마리는 양계장에서 신작로까지 거침없었다

    노릇한 다리 한쪽은 중앙선을 넘고

    왼쪽 날개는 횡단보도를 훌쩍 건너

    우림농협의 유리문 앞에서 함께 착지했다

    치킨이 이렇게 멀리 비상하긴 처음이었다

    살면서 작고 초라해져 어둠만이 겹으로 다가올 때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우연히

    한껏 비상하는 삶이 있다

    길가의 은행나무에 몇 점 가슴살이 얹히기도 했다

    오토바이 소년은 홰에서 닭이

    내려오듯 낙하했다

    신기하게도 툭툭 털며 절름거리며 일어났다

    열다섯쯤 됐을까닭 조각을 주워

    꿰어 맞춰보면 한 마리도 채 안 돼 보였다

    금간 콜라병에서 눈물이 거품처럼 흘러내렸다

    언젠가는 저 부서진 오토바이에서도 날개가 돋을까

    나무에 새살이 돋고 옹이가 박히듯이

    닭은 달걀을 낳고 병아리는 자라 도시로 팔려왔다

    주말 오후 전화벨이 울리면 어김없이

    병아리는 깜짝 두 바퀴에 몸을 실을 것이다

    예약을 맞추려 홰를 칠 것이다

    가끔씩 거짓말처럼 또 날아오를지도 모르는

    이력서에는 열아홉이라 우겨 써놓은

    미성년 배달부의 불안한 꿈이

    지금 사거리 한복판에서 부릉거리고 있다







    2.jpg

    오정국오래가는 봄날

     

     

     

    흐린 물에도 내 얼굴이 비치니

    나는 살아 있는 것인가

    너는 죽고

     

    목캔디 하나를 녹여먹는 동안

    돌 하나 깨어지고

     

    너는 무슨 갈증으로 시집을 읽고

    무슨 갈망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느냐 그렇게

    차에 튕겨 출렁거리느냐 날개도 없이

    날개를 잃고 팔을 내린 채

     

    날이 지나가고

    흐린 물에도 내 얼굴이 비치니

     

    이렇게 입을 틀어막고 울어야 하는가

    목캔디 하나를 녹여먹는 동안

     

    봄날은 죽어가고

    나무들이 흐느껴 우는가내가

    울고 웃는 것인가 흐린 물에도

    내 얼굴이 비치니

     

    기차가 달리고기차가 지나가고 나면

    터널이 텅 비워지고







    3.jpg

    배정웅그런 날

     

     

     

    바깥에 나가

    아니 거리에 나가 말을 많이 한 날은

    시를 잃어버린 그런 날이라고

    김규동 시인이 말씀하신 것을 전해 들었다

    나 오늘

    집 바깥에서

    말을 많이 했구나

    나는 내 안

    시의 고방에서 종자를 제법 많이 퍼서 없앤 것 같다

    두어 말 두어 됫박쯤은 족히







    4.jpg


    문정희시이소오

     

     

     

    어둠이 내려오는 빈 공원에서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한쪽에는 내가 앉고

    건너편에는 초저녁 서늘한 어둠이 앉는다

     

    슬프고 무거운 힘으로 지그시 내려앉았다가

    나는 다시 허공으로 치솟는다

     

    순간에 나는 맨땅으로 굴러 떨어진다

     

    어둠은 한 마리 짐승 같다

    푸른 피 흐르는 상처를 안고 뒹구는 나를

    시이소오는 숨을 헐떡이며 곁에서 바라본다

     

    나는 다시 시이소오를 탄다

    추락은 예비되어 있고

    불안한 훈장처럼 상처는 수없이 따라 왔지만

    나는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어둠이 내려오는 빈 공원에서

    슬프고 무거운 힘으로 지그시 내려앉았다가

    다시 그 힘으로 허공으로 치솟는다







    5.jpg

    김동희하루 중 잠깐 쓸쓸하다

     

     

     

    비 온 뒤 하루나 이틀쯤 지난

    흙을 밟아 본적이 있다

    햇살에 뒹구는 먼지처럼 아이들은 분주해도

    막 시작된 봄같이 가벼운 웅성거림조차

    흙이 있는 낮은 담의 경계를 넘지는 않았다

    전나무 잎들은 어떤 힘으로 내려와 앉았는지 모를 일이다

    흙은 조용했고

    나도 조용히 밟았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 그를 본 날도

    비 온 뒤 하루나 이틀쯤 지난

    흙 같은 기억이 아니었나 싶다

    사랑하는 동안 그가 해준 것은

    옆에서 밥을 먹고

    이야기 할 때 내 눈을 들여다 본 것뿐고작

    이제 사랑은 저만치 강물처럼 흘러가서

    저녁나는 혼자 밥을 먹고

    혹 텔레비전을 본다

    창을 닫는 낡은 손등으로 어둠이 미끄러지는

    지금이 하루 중 가장 쓸쓸한 때라는 걸 안다

    그도 나를 사랑하는지

    흙을 밟았을 때의 느낌처럼 쓸쓸한 이때

    하루 중 잠깐 그럴 때가 있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9/03/12 21:27:05  59.2.***.51  사과나무길  56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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