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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84983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592
    IP : 221.155.***.186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8/03/21 17:48:08
    http://todayhumor.com/?lovestory_84983 모바일
    [BGM] 인생, 그 쓸쓸함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GmCXMBdYIAI





    1.jpg

    신지혜밑줄

     

     

     

    바지랑대 높이

    굵은 밑줄 한 줄 그렸습니다

    얹힌 게 아무것도 없는 밑줄이 제 혼자 춤춥니다

     

    이따금씩 휘휘 구름의 말씀뿐인데

    우르르 천둥번개 호통뿐인데

    웬걸

    소중한 말씀들은 다 어딜 가고

     

    밑줄만 달랑 남아

    본시부터 비여 있는 말씀이 진짜라는 말씀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지요

     

    잘 삭힌 고요

    ()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밑줄 가늘게 한번 더 파르르 빛납니다






    2.jpg

    강인숙가랑잎

     

     

     

    철없이 푸르더니

    당돌하게 팔랑거리더니

    무엇이 널 낙엽되게 하였나

    뒹구는 잎사귀마다 한결같은 아우성

     

    너의 품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

    누가 날 예까지 끌어와 아침부터 밤까지

    한 계절 쓸쓸함을 노래하게 하는가

     

    슬픈 영혼 다독이는 건

    안기고 싶은 별빛뿐이어라

    둥글게 품은 달빛뿐이어라

    지난날들 되짚어 보아도

    가랑잎만 서러워라문밖에 있는 나는







    3.jpg

    마종기방문객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4.jpg

    원기연인생은 나를 위로하지 않았으나

     

     

     

    사람의 냄새가 그립다

    나라고 여겼던 나를 잊음으로

    새로운 내가 되기를

     

    인생그 쓸쓸함

    세월이 내린 가혹한 형벌

    삶을 구가하던 내가한없이 가여워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목석이기를 바랐으나

    목석이 아니요 사람이라는 것이

     

    날카롭게 파고드는 삶의 의문

    영혼의 허기진 배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나인생을 위하여

    온 몸으로 청춘을 불살랐으나

    인생은 단 한번도 나를 위로하지 않았다

     

    인생은 나를 위로하지 않았으나

    내가 인생을 위로해야겠다

    나를 위하여 인생을 안아 주어야겠다







    5.jpg


    곽재구고등어 장수

     

     

     

    어느 날

    강변 내 오두막집 앞에

    한 고등어장수가 닿았습니다

    먼 바다에서 온 그의 고등어들은

    소금에 잘 절어 파랗게 빛났습니다

    고등어 값은 너무 비쌌답니다

    난 이렇게 말했지요

    왜 고등어 값이 쌌다가 비쌌다가 그러지요?

    먼 바다에서 온 고등어장수가

    내게 말했답니다

    당신 제일 가까운 곳의 사람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면서

    먼 바다 고등어의 값을 어떻게 셈하겠소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kYOH2d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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