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width:560px;display:inline-block;border-bottom-color:#f3f3f3;border-bottom-width:1px;border-bottom-style:solid;font-family:'나눔고딕', '굴림', '돋움', verdana;font-size:12pt;font-weight:bold;line-height:28px;padding:20px 0px 10px;">엄마라는 직업</div><span style="color:#333333;font-family:'돋움', dotum, sans-serif;text-align:center;"></span> <div style="text-align:center;width:665px;font-family:'나눔고딕', '굴림', '돋움', verdana;font-size:10pt;line-height:22px;padding:40px 0px 30px;"> <div style="width:531.997px;text-align:left;display:inline-block;padding:10px 0px;"><img src="http://www.onday.or.kr/letter/mail/2016/images/0323_1.jpg" border="0" style="border:0px none;max-width:450px;width:450px;" alt="" filesize="119331"><br><br><br>올해 들어 엄마와 나는 자주 만났다. <br>강원도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서울에 찾아오는 엄마. <br>반가웠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많았다.<br>왜냐면 올 때마다 병원을 찾는데 그만큼 아픈 곳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br><br>엄마는 또 심야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br>역시나 무거운 한 보따리의 짐을 가지고 오셨다.<br>아니 이걸 어떻게 혼자 들고 온 거야? 심통이 났다.<br><br>"엄마, 이게 다 뭐야?"<br>"열무김치랑 부추김치 담가 왔지. 사과랑 배랑 포도도 있어."<br>"과일은 우리 동네 시장 가서 사오면 되잖아. 무겁게 뭘 바리바리 가지고 왔어."<br>"아니야. 이게 그래도 다 고랭지! 유기농이야."<br><br>내가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엄마는 청소를 시작했다. <br>입에 잔소리를 달고선 방바닥을 쓸고 닦고, 주방, 냉장고, 욕실 청소까지<br>엄마는 혼자서 너무 바빴다. <br><br>미리 싹 집안 대청소를 해뒀건만 엄마에겐 영 미덥지 않은 모양이다. <br>비누를 놓아둔 위치, 그릇을 쌓아둔 모양, 수건을 개어놓은 방법까지 <br>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나 보다.<br><br>아프다는 사람이 아무리 그 정도만 하래도 가만히 앉아 있지를 않는다.<br>그런 엄마를 보며 나는 심술보가 빵빵하게 차올랐다. <br>한참 후에야 엄마는 고무장갑을 벗고 내 옆에 앉았다. <br>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냉장고로 달려갔다.<br><br>"딸, 요게 얼마나 맛있는지 알아?" 포도를 꺼내 씻는 엄마. <br>"어머나, 다 물러버렸네. 아까워라." <br>"요고요고 얼마나 맛있는데, 먹어 봐. 아우, 맛있어."<br>나에게 포도를 내미는 엄마.<br>"딸, 맛있지? 진짜 맛있지?" 한 알 똑 따서 먹어보니, 달긴 달다.<br><br>하지만 나는 암말도 하지 않고 그냥 몇 알만 먹고 말았다. <br>무뚝뚝한 딸내미 곁에서 엄마는 조용해졌다. <br>텔레비전 혼자만 번쩍거리며 시끄러웠다.<br><br>다음 날 아침, 병원에 갈 짐을 싸는데 엄마가 까만 봉지 하나를 챙겼다.<br>포도가 너무 맛있어서 병원에서 혼자 먹을 거랬다. <br>하지만 종일 병원에 있던 엄마는 포도를 까먹을 여유가 없었다. <br>치료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나는 대기실에 앉아서 간호사들이 드나들 때마다<br>열렸다 닫히는 치료실 자동문만 쳐다보았다.<br><br>그날 엄마는 핼쑥해진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br>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일찍 잠이 들었다. <br>잠든 엄마를 바라보다가, 문득 가방 속에 넣어둔 포도가 떠올랐다. <br>씻어서 냉장고에 넣어놔야겠다. <br><br>나는 까만 봉지에 꽁꽁 싸둔 포도를 꺼내 씻었다. <br>그런데 촉감이 이상했다. 물컹물컹. 죄다 짓무른 포도알뿐이었다. <br>아. 엄마는 못 먹을 것들만 골라서 혼자 먹겠다고 넣어 갔던 거다.<br><br>나는 어차피 먹지도 못할 상한 포도알들을 씻었다. <br>그저 씻고 또 씻었다. 물컹물컹. <br>다 씻은 포도알 위로 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것들만 똑똑 떨어졌다. <br>엄마에게 살갑게 그냥 말해줄 걸 그랬다. <br>"엄마, 포도 진짜 달다. 맛있네."<br><br>–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중에서 –</div></div>
출처 |
1차 출처 :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저자 고수리
2차 출처 : onday,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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