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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의꿈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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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66257
    작성자 : 장미의꿈
    추천 : 0
    조회수 : 316
    IP : 112.72.***.242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5/21 13:58:16
    http://todayhumor.com/?lovestory_66257 모바일

    그녀의 방



    월요일 저녁.


    신청한 음악이 나온다. 쉼표, 대학교 다닐 때 참 자주 가던 가게였는데, 졸업을 하고도 종종 찾게 되었다. 상호가 참 마음에 든다. 쉼표, 왠지 이곳에 오면 몸도 마음도 모두 푹 쉬고 간 듯 한 기분이 들어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운터 위에 쓰인 휴대전화 번호로 문자를 보내면 듣고 싶은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더 마음에 든다.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 끝을 아는 내 발길 거꾸로 걷는다.'

    어반자카파의 거꾸로 걷는다를 신청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어서 신청한 노래가 바로 바로 나와서 좋다. 마주 앉은 친구는 내가 신청한지 모르고 노래가 나올 때마다 '어? 너 좋아하는 노래 나온다.'라고 말을 한다.

    노래가 끝날 무렵 친구가 말을 건넸다.

    "주말에 모임 어디에서 할까?"

    "여기에서 하자. 어디 뭐 다른 좋은데 있어?"

    "아니, 딱히 그렇진 않은데... 넌 쉼표 진짜 좋아하더라."

    "그냥 편하잖아."

    마지막 남은 술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꽤 오랜 단골이라 자부하고 있지만, 사장님과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은 없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좋았다. 괜히 단골이라고 친한 척 하고, 편하게 한다고 말 놓고 하는 사장님은 내 취향과 맞지 않는다.

    "네, 카드 받았습니다. 이만 사천 원 결제해드릴께요."

    "사장님, 이번 주 토요일에 예약 좀 할 수 있을까요?"

    "잠시 만요. 이번 주 토요일... 시간은요?"

    "다섯 시요."

    "다섯 시에, 몇 분이시죠?"

    "스무 명 정도 될 거에요."

    "네, 예약 가능하세요. 전화번호 하나만 남겨주시겠어요."

    사장님은 달력에 내 전화번호와 함께, 5시 20명이라고 적으셨다. 달력의 토요일 칸에 아무 것도 없었던 걸 보니 다른 예약은 없었나 보다.



    목요일 밤.


    일을 마치고 집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소파에 앉아 편하게 TV를 보고 있다.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켜놓고 가족 모두 거실에 모여 있다. 아빠는 드라마에 전혀 흥미가 없어 보였지만, 가족과 함께 모여있는게 좋아서인지 꾸벅 꾸벅 졸으시며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주말에는 약속이 잡힐 수 있으니 목요일만큼은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자는 아빠의 의견에 따라 목요일은 늘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저녁을 먹는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던 남동생이 내게 물었다.

    "누나 병원 옮겼다면서?"

    "응, 이제 열흘 쯤 됐어."

    "괜찮아?"

    "똑같지 뭐. 그래도 환자들이 다 나이가 있어서 좀 괜찮은 거 같아. 전에 병원은 애들 상대하느라고... 어우, 생각하기도 싫다."

    "애들이 더 낫지 않나?"

    "야, 말도 마. 진짜 답 안 나와."

    딩동! 문자가 왔다.

    "남자?"

    "헛소리 하지 마라."

    "하긴... 누나가 남자가 어디 있어? 전에 그 형이 참 대단했던 거지. 누나가 어디가 좋다고, 3년이나..."

    "쳐 맞기 싫으면 좀 닥쳐줄래."

    "그래도 그 형 참 좋았는데..."

    "안되겠다. 너 한 대 맞아야지."

    엄마가 불쑥 끼어들었다.

    "조용히 좀 해! 중요한 장면인데, 니들 때문에 뭐라는지 못 들었잖아"

    엄마의 심각한 표정에 동생과 나는 대화를 멈추었다.

    잠꼬대하듯 아빠도 한 마디 하셨다.

    "그래도 그 녀석 참 괜찮았는데..."

    "아빠도 참."

    문자를 확인했다.

    - 쉼표입니다. 토요일 예약하신 내용 좀 다시 한 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오후 5시, 20명. 맞으신가요?

    확인 문자까지 주고, 생각보다 친절하신 분이구나 생각하며 답장을 했다.

    - 네, 맞습니다. 아마 20명이 조금 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시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딩동! 문자가 또 왔다.

    "혹시, 010-5551-1653 번호가 아시는 분인가요?"

    1653..... 1653...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느낌이 들었다.

    '왜... 이 번호를?'

    답장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로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였다.

    '아시는 분? 아는 사람이긴 한데... 왜 이런 걸 묻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엄마, 나 먼저 잘께."

    "왜 마저 안보고?"

    "오늘은 별로 재미도 없네."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누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1653... 왜 이 번호를 물었을까? 유일하게 내가 외우고 있는 휴대전화 번호.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그런 번호인데.

    딩동! 답장을 안해서일까? 다시 문자가 왔다.

    - 예약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토요일 오후 5시에 다른 분이 예약을 하고 싶다고 전화를 주셨는데, 인원도 20명이라고 하셔서 혹시 같은 모임에 계신 분이 중복으로 예약을 하신 게 아닌가 싶어 여쭈어 본 겁니다. 모르는 번호시면 상관없으니, 걱정 마시고 방문해 주세요 - 쉼표

    어떤 내용인지 대충 알 것 같기도 했다. 전화로 누군가가 예약을 했는데, 시간과 인원이 같아서 중복 예약이 아닌가 싶어 물어보신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모임에 저 전화번호는 있을 수가 없다. 절대로.

    답장을 했다.

    - 아니요. 모르는 번호입니다. 저희 모임은 화이트 플로렌스라고 합니다. 토요일에 갈게요.

    잠이 오지 않는다.



    토요일 낮.


    이틀 동안 머릿속에는 늘 같은 생각뿐이었다.

    '그를 다시 만나겠구나.'

    대학교 3학년 때 그를 만나, 간호사로 처음 직장을 얻을 때까지 3년 동안을 함께 한 사람 이였는데, 그가 서울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별을 맞이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자연스러웠다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갓 취업을 한 두 사람에게 사랑은 사치스러운 감정이었는지도 모르고, 이별이 주는 고통보다 하루하루 짊어져야할 삶의 무게가 더 커서 오히려 장거리 연애로 지친 두 사람에게 이별은 달콤한 유혹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이별의 아픔은 직장에서 점점 자리를 잡으면서 스멀스멀 올라왔고, 오히려 헤어진 지 반년이 지나서야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술에 취해 백번도 넘게 연락을 해보려고 생각은 했지만, 다행히도 그때마다 잘 참고 넘어갔다. 하지만 늘 술에 취할 때면 잊지 못해 기억하는 그 번호가 떠오른다. 1653, 유일하게 내가 외우고 있는 휴대전화 번호,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그런 번호.

    오늘, 그가 쉼표에 온다. 아니, 올지도 모른다. 헤어지고 반년은 모른 채, 그리고 반년은 슬픔을 안은 채 그렇게 1년을 보냈고, 또 다시 1년은 어디선가 우연히 라도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은 채 보냈다. 그가 대학생활을 한 청주라는 도시가 그의 고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 때문에라도 지인 때문에라도 자주 찾을 테고, 그럴 때 혹시라도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외출할 때면 한 번 더 거울을 보게 되고, 행여 화장을 안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입고 나갈 때면 '오늘은 마주치면 안 되는데...'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런 막연한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고, 그와 마주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가 쉼표에 올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거울을 본다. 여자들끼리 만든 모임이라서 편하게 입고 나가려고 했는데, 오늘만큼은 잔뜩 차려입었다. 새로 산 귀걸이가 마음에 든다. 화장대 마지막 서랍을 열었다. 몇 번 사용하지 않았던 향수가 들어있다. 참 좋아했던 향인데, 오랜만에 뿌려본다. 코끝에 닿는 향이 나를 설레게 한다.





    그의 방


    수요일 저녁.


    퇴근길,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주황색 가로등이 도심 곳곳에 비추어 나름 멋진 야경을 연출하고 있다. 매번 타는 3호선 안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지하철의 소음이 섞여 꽤나 시끄러웠다. 이렇게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있으면 늘 알 수 없는 외로움이 가슴 속으로 밀려들어온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한숨 돌릴만하면 그때마다 찾아오는 감정이 외로움이라니 지금의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대학교 동기가 주말에 결혼을 한다. 입학도 같이, 휴학도 같이, 입대도 같이, 제대도 같이, 복학도 같이, 졸업도 같이 한 가깝기로만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런 친구의 결혼식이다. 복학하자마자 예쁘장한 신입생을 여자 친구로 만들어서 대단한 녀석이라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는데, 금방 헤어질 거라는 주변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결혼까지 하게 된 두 사람이다.

    그 둘의 결혼식에 내가 사회를 맡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회라서 긴장도 되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친구라 자부하고 있으니 내가 보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걸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둘의 만남에서부터 결혼까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나니까, 만약 다른 사람 사회를 봤다면 조금 서운할 수도 있을 뻔했다.

    재킷 속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주말에 결혼을 하는 친구의 전화이다.

    “응. 정우야. 어쩐 일이야? 연습은 뭘.... 메일 받았어. 멘트도 다 정해져 있더만... 어려울 게 뭐 있냐? .... 응. 일찍 갈 거야. 아니, 전날은 아니고, 토요일 첫차 예매해 놨어. 늦진 않으니까 걱정 하지 마. 뒤풀이? 아, 그래? 알았어. 내가 전화해서 예약해 놓을게. 다섯 시에... 서른 명? 무슨 서른 명이나 와... 오바하지마. 한 스무 명 정도만 해. 그 정도도 충분해. 알았어. 뭐? 쉼....표? 어.... 어.... 알지. 그래, 전화번호 카톡으로 보내. 응. 토요일에 보자.”

    ‘쉼표...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다.’

    졸업하고 취업한지 2년이 지났으니 그녀와 헤어진 지도 2년이 지난 셈이다.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이별이었다. ‘... 됐다. 서로 지쳤는데, 그만하자.’ 그 때 왜 그런 문자를 보냈을까? 그 때 왜... 그런 문자를. ‘알았어. 잘 지내.’ 그 때 왜 그 대답이 반가웠을까? 그 때 왜... 그 대답이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이토록 힘들 줄 알았다면 한 번 더 참고, 한 번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을 텐데.

    다음 날,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전화를 하려다가 바빠서 지나쳤고, 그 다음 날에는 문자를 하려다가 깜빡하고 못 하고,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어느 순간에는 그 어떤 연락도 할 수가 없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는 공식적으로 헤어진 상태가 되어버렸다.

    한 달 쯤은 나름 편하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 후에는 참기 힘든 공허함과 외로움이 밀려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워질 정도였다. 퇴근 후, 지하철에 오르면 어김없이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음을 깨닫고 나면 나 자신의 모습이 참으로 처량하게 느껴지곤 했다.

    쉼표는 그녀가 종종 찾던 가게였다. 나와 단둘이 간 적은 없었다. 4학년이 되고 친구들과 가끔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그녀는 쉼표라는 가게를 갔었고, 몇 번 내가 데리러 간 기억이 있다. 술집 치고는 꽤 조용하고, 인테리어도 카페 같아서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가게였다. 시끌시끌한 곳을 좋아하는 나와는 맞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왜 하필 쉼표에서 뒤풀이를 하려는 걸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막연한, 아무 이유 없는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내릴 곳이 거의 다다랐을 때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연락처 하나가 남겨져 있다.



    목요일 밤.


    씻고 나오니 어느덧 11시가 다 되어간다. 은행에 취직하고 나서 일찍 집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지간하면 야근을 했고, 일찍 끝나는 날에는 늘 직장 동료들과 술 약속이 잡혔다. 물론 술을 좋아하는 나이기도 하고 서울에는 혼자 살고 있으니 딱히 싫은 건 아니었지만 하루하루 무거워지는 몸 때문에 이러다가 쓰러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내게 술은 진정한 친구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런 존재다.

    TV를 켜고, 집에 오는 길에 사온 튀김 한 봉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냉장고에서 캔 맥주 하나를 꺼내 와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맥주 캔을 땄다.

    ‘치이이익 팅!’

    경쾌한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술자리가 없는 날은 그냥 잘 만도 한데, 그냥 잠만 자면 억울한 기분이 든다. 돈 버는 기계도 아니고 나만의 시간은 전혀 갖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는 게 싫어서 간단하게 맥주라도 한 잔 마시고 자는 습관이 들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삶이 너무 팍팍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문득 며칠 전에 받은 카톡이 생각났다.

    ‘맞다. 쉼표... 전화해야 하는데, 술집이니까 지금이 늦은 시간은 아니겠지?’

    친구에게 받은 카톡을 확인하고 바로 전화를 했다.

    “네. 거기 쉼표죠? 네..... 예약 좀 하고 싶어서 전화했는데요. 네. 토요일이요. 다섯 시구요. 한 스무 명 정도 되고 조금 더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간단한 통화로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왜인지 사장님이 조금 당황해하는 기분도 들었는데, 술을 마시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서 그랬나 보다 싶었다.

    맥주를 마시며 jtbc에서 하는 썰전을 보고 있었다. 요즘 들어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TV 프로그램이다.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두 번째 캔 맥주를 뜯었다.

    ‘치이이익 팅!’

    이래서 한 캔만 사와야 하는 건데, 혹시 모르니... 한 캔 더 사오면 늘 그렇듯 다 마시고 자리를 끝낸다.

    ‘띠로로롱’

    ‘응? 이 시간에 문자?’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로부터 문자가 왔다.

    - 쉼표입니다. 혹시 화이트 플로렌스라는 모임이신가요?

    ‘화... 화이트... 플로렌스? 왜 하필 그 모임을...? 화이트 플로렌스.... 내가 화이트 플로렌스일 리가 없잖아. 왜 이런 문자가 온 거지?’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TV 속에서 김구라씨가 뭐라 뭐라 떠드는 모습이 보였지만 아무 소리도 귀에 닿지 않았다. 화이트 플로렌스, 아는 모임 이름이다. 하지만 내가 그 모임의 일원은 아니다. 아니, 그 모임에 일원이 절대 될 수 없다. 우선 답장을 하기로 했다.

    - 아니요. 저희는 변정우의 결혼식 피로연 모임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아무렇지 않게 답장을 했지만 너무나 궁금했다. 하필이면 화이트 플로렌스라는 모임을 물어본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화이트 플로렌스는 그녀의 졸업 동기 모임의 이름이다. 간호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동기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었는데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이름을 따서 화이트 플로렌스라는 조금 유치한 이름을 지었다. 그래서 처음엔 나도 왜 그런 이름을 지었냐고 웃었지만, 지나고 나니 참 잘 지은 이름이라고 칭찬을 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런 이름을 지은 또 다른 모임이 있을 것 같진 않다. 분명 그녀가 속한 모임을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왜 쉼표 사장님은 그 모임을 물어본 걸까?

    ‘띠로로롱’

    궁금해 하던 사이에 다시 문자가 왔다.

    - 토요일 오후 5시에 같은 인원의 예약이 있어서 혹시 중복으로 하신 게 아닌가 싶어 여쭈어 본겁니다. 확인해 보니 다른 모임이었네요. 걱정하지 않고 오셔도 됩니다.

    ‘아.......... 쉼표에서 모임을 갖는구나. 화이트 플로렌스.... 그럴 만도 하겠다.’

    대충 이해가 갔다. 토요일 오후 5시에 스무 명 정도의 모임이 이미 잡혀있었는데 내가 전화를 하니까 혹시 그 모임에서 중복으로 예약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물어본 듯싶었다. 그리고 그 모임은 화이트 플로렌스라는 이름으로 예약을 해서 그런 문자가 온 것이고. 전화 통화를 할 때 사장님이 살짝 당황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나 보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사장님은 통화 후에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아마..... 그녀도... 모임에 나오겠지?’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맥주를 들이켰다. 미지근해진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며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 어쩌면 그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잠이 오지 않는다.



    토요일 아침.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서 몸은 찌뿌듯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늘 입던 정장이지만 토요일에 정장을 입는 건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타이를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나이넥타이를 매보았다. 입사한 걸 축하하며 그녀가 내게 준 선물이다.

    사소한 것도 참 잘 챙기던 그녀였다. 그래서 재우네 커플은 언제 헤어지나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면, 우리 커플은 언제 결혼하나 사람들이 궁금해 했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우리는 커플이라기보다는 마치 부부처럼 행동했고, 우리 스스로도 언젠가 결혼을 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기도 했었다.

    입버릇처럼 그녀는 “나중에 결혼하면...”이라는 말을 했었고, 나는 그녀의 그런 표현이 참 좋았다.

    목요일이 되면 종종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기도 했는데, 그녀의 아버지께서 늘 목요일마다 가족 모임을 했고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곤 정식으로 나를 초대해 주셔서 몇 차례 그 모임에 함께 하고는 했었다. 어머니의 말에 따라 어른들을 뵐 때면 늘 빈손으로 가는 일이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녀의 아버지는 나를 참 마음에 들어 하셨고, 그녀의 남동생도 나를 좋아해줘서 첫 월급을 받았을 때는 용돈을 주기도 했었다.

    내가 중학교를 막 입학했을 때 아버지는 오랜 투병 생활을 뒤로 하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워낙 편찮으셨던지라 형과 나 그리고 어머니는 꽤 담담하게 장례를 치렀었다. 그 후 나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어머니의 말이라면 그 어떤 것보다 중요시 여겼고, 국립대 경영학과를 지원한 것이나 은행에 취직을 한 것 모두 어머니께서 바라신 것이기에 큰 고민 없이 진로를 결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게 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고, 그렇기에 더더욱 어머니의 말은 내가 꼭 따라야할 길로 여겨졌다.

    나의 어머니 역시 그녀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는데, 그래서 우리의 이별은 우리 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버렸다.

    그녀를 오늘 만날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렜다. 마음속으로 어머니께서도 좋아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행여 만나더라도 말이나 걸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어머니에게 전할 생각까지 한 내 모습이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실소가 나왔나 보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좋았다. 우연은 아니지만 우연을 가장해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게다가 오늘은 정장을 입고 청주에 가기 때문에 그녀에게 말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유독 내가 정장을 입는 걸 좋아했던 그녀였다. 그래서 입사 선물도 나비넥타이를 사준 것이다.

    다시 한 번 거울을 본다. 신랑이 나비넥타이를 할 거라서 조금 신경이 쓰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준 선물이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새로 산 셔츠의 색도 마음에 든다. 책장 마지막 서랍을 열었다. 몇 번 사용하지 않았던 향수가 들어있다. 참 좋아했던 향인데, 오랜만에 뿌려본다. 코끝에 닿는 향이 나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1년 즈음 후...




    쉼표


    수요일 저녁.


    시험 기간이라서 그런지 손님이 몇 팀 없다. 띄엄띄엄 세 팀이 앉아있다.

    ‘또로롱’

    문자가 왔다. 이 시간에 오는 문자라면 대부분이 신청곡 문자이다.

    - 신부에게 부탁드립니다.

    ‘응? 근데 왜 문자 기록이....’

    아이폰으로 바꾸고 나서 문자를 지우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리 오래 전에 문자를 보냈어도 그 기록은 늘 남아있었다. 가끔 한 달에 한 번 정도씩 신청곡 문자를 보내는 분이 계신데,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찾아주시는 손님이기에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신청곡을 보내시는 손님은 문자 기록이 달랑 하나만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몇 통씩 쌓여있는 경우가 많아서 얼마나 자주 찾아주시는지 금방 알 수가 있다.

    그런 신청곡에 답장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끔 신청한 노래가 없는데 몇 번씩 문자를 오면 멜론에서 서비스 되는 곡이 아니라 들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간단한 답장만 보낼 뿐이었다.

    하지만 신부에게를 신청곡으로 보내신 손님의 문자에는 또 다른 기록이 있었는데, 그 기록은 다름 아닌 내가 보낸 문자였다.

    - 토요일 오후 5시에 같은 인원의 예약이 있어서 혹시 중복으로 하신 게 아닌가 싶어 여쭈어 본겁니다. 확인해 보니 다른 모임이었네요. 걱정하지 않고 오셔도 됩니다.

    그 위에는 받은 문자가,

    - 아니요. 저희는 변정우의 결혼식 피로연 모임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그리고 그 위에 또 내가 보낸 문자가,

    - 쉼표입니다. 혹시 화이트 플로렌스라는 모임이신가요?

    기록은 그게 다였다. 그리고 문자는 1년 전 쯤에 오고 간 거였다.

    ‘아...... 듄이구나.’

    기억난다. 1년 전쯤에 왔던 그 모임의 그 두 사람. 같은 향수를 썼던 그 두 사람.

    여자 손님은 오셔서 예약을 했고, 남자 손님은 전화로 예약을 했는데, 예약하신 두 분이 같은 향수를 사용해서 살짝 놀란 기억이 선명하게 난다.

    사실 나는 향수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다만 이소라를 많이 좋아하는데, 그녀의 여섯 번째 앨범 눈썹달에는 듄이라는 노래가 있었고, 그 듄이 향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 향수만 좋아하게 되었다. 그 신비로운 향과 노래가 너무나 잘 어울려서 푹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날, 예약한 사람이라며 카운터로 온 두 사람에게 듄의 향이 났다. 여자 손님이 먼저 오셔서 말을 걸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쓰시네 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에 남자 손님이 왔을 때 같은 향이 나서 참 묘한 우연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더욱 이상했던 건 그 두 사람이 테라스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분명 다른 팀이었는데 함께 앉아있어서 혹시 두 사람이 아는 사이였는데 우연히 만난 건가 생각했었다. 한 팀은 완전 다 여자들뿐이었고, 다른 한 팀은 결혼했던 신부와 친구 두 명을 제외하곤 모두 남자들뿐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두 팀을 부킹시켜주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 여자 분은 편한 복장의 여자들 사이에서 유독 꾸민 듯해서 기억에 남고, 그 남자 분은 다들 넥타이를 풀고 편하게 술을 마셨는데 혼자 끝까지 불편한 나비넥타이를 차고 있어서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니... 저기 앉아 있는 두 사람... 맞는 것 같은데........’

    쉼표 안에 신부에게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두 사람 앞으로 지나가보니 역시 듄의 향이 난다. 테이블 위에는 장미꽃 한 다발이 올려있다. 멀리서 보니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있고, 손가락 틈으로 무언가 반짝이고 있다.

    나도 모르게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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